brunch

'나이듦의 품격'을 읽고

by 제니아

프랭크 커닝햄의 ’나이듦의 품격‘을 읽고

어느 주일, 전례가 어렵게 된 이가 전날 급하게 부탁한 제1 독서를 마친 미사 후, 생활성서 소속 수녀님 한 분이 올라와 몇 가지 책을 안내하신다. 그렇게 해서 ’나이듦의 품격‘은 내게 왔다. 나도 이제는 그런 류의 서적을 골라볼 나이인 것이다.

쇠약, 수용, 친밀, 감사, 기억 편으로 나누어 말한다.

나에게 남아 있는 시간을 의식해야 한다.

이 시간은 제대로 살기 위해 남겨진 시간이다.

나는 이 시간을 저녁 기도 시간으로 생각한다.

노년에 이르는 올바른 과정에 대한 명쾌한 제시로 채워져 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지혜로우면서도 아주 현실적인 친구와 함께 오랫동안 산책을 한 듯한 기분이 든다.

갈수록 기억력이 감퇴하고, 인내력이 점점 더 요구되는 것 외에도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노년기의 다양한 특징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살아온 기억을 되돌아보고 그것의 의미를 찾는 것이요, 그 기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기억에 예를 갖추는 것이다.

아름답게 나이 들기 위해서는 친밀함을 키우고, 위험을 감수해야 하며, 쇠약해짐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경험을 시도해야 하며, 자신의 지식과 기술을 다른 이들을 위해 봉사하는 데 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프랭크는 말한다. 우아하게 나이드는 방법을 알려준다.

”제 3 연령기”라고 부르는 이 시기가 우리에게 부여하는 선물입니다. 여러분도 이 같은 경험을 기록해 보시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글의 형식 같은 것은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됩니다.”.

’저는 은혜로운 삶을 살고 있고 제가 받은 모든 은혜를 의식하며 살려고 노력합니다. 저는 아내와 한평생을 살면서 사랑을 받았고, 네 명의 자녀를 두었습니다. 그들은 모두 잘 성장하였고 모두 착하게 살면서 좋은 어른으로 자라났습니다, 건강 문제가 이따금 대두되고 조금씩 쇠약해지지만 독서와 산책 혹은 등산 자원봉사와 여행 저술 그리고 끝이 없어 보이는 집안일과 정원관리 등으로 보냅니다.

이 경험을 통해 직장생활이 요구하는 것들에 이제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


'시간은 정해지지 않은 방향으로 날쌔게 흘러가 버리는 강물과 같습니다. 우리에게 남아 있는 시간은 인생을 제대로 살아 보기 위한 시간입니다. 기도는 우리가 하는 모든 일에서 하느님의 현존에 우리 마음을 여는 것입니다.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이 기도될 수 있습니다.‘

’개인적 관심사란 자녀들의 삶이 어떻게 펼쳐지는지를 자부심을 품고 지켜보는 것, 기분이 내키면 아내와 같이 커피를 마시거나 외식을 하는 것, 손자 손녀들의 귀여운 장난을 지켜보고, 그들의 관심에 눈높이를 맞추구 대화를 들으며 즐기는 것, 음악을 더 깊이 이해하는 것, 읽고 싶은 책의 목록을 줄여나가는 것, 여행과 같은 것들입니다. 때로는 오랜 친구들과 장거리 도보여행을 가거나 자전거 여행을 떠나는 것.

주방의 식탁에 앉아서, 흐린 봄날 오후였고 사방이 희뿌옇고 우중충한 날이었습니다. 십자 퍼즐을 하는 아내에게 커피 대신 오렌지 껍질을 벗겨서 갖다주었습니다. 이런 것은 제가 기쁨을 느끼는 매일의 사소한 일 중 하나입니다. 참으로 평범하지만 얼마나 친밀한 일들인지요. 우리 부부는 서로의 습관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사회적인 동물입니다. 우리는 서로 연결되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사랑하고 싶어 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사랑받을 가치가 있다는 것을 느끼고 싶어 합니다.

’제 친구 르노어. 잘 살아낸 성공한 인생입니다. 하지만 그의 경험대로 일단 우리가 경력이란 열차에서 내려서자 우리의 사업과 전문직은 우리 곁을 떠나갔습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마다 젊은이들이 자주 자리를 양보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랍니다. 동석한 자리에 젊은이들 중심으로 대화가 이루어지고 그들은 이제는 뭔가를 묻지 않습니다.‘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게 되는 것은 첫 번째 굴욕입니다. 쇠약해진 세계에 들어선 것입니다. 뇌의 신경 접합부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만큼 이름이나 날짜. 지나간 일들을 떠올리는 것에 시간이 더 많이 걸립니다. 무엇인가를 하러 방에 들어갔는데 ”내가 왜 여기 있지? “하고 묻곤 합니다.‘

‘목적의 축소’입니다.

우리가 헌신했던 일과 사명이 바탕이 되었던 목적마저 사라져버렸습니다, 이렇게 되지 않으려면 자원봉사나 사회봉사 활동, 여행이나 취미생활, 독서를 통하여 새로운 성장을 도모해야 합니다.

우리는 인생의 마지막 시기를 맞이하기 위한 준비로 많은 것들을 합니다. 부분적으로는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은 욕구와 ‘데이지꽃을 더 많이 따는 일’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을 것인가.‘

'우리는 직장에 다닐 때 완벽한 여가를 꿈꾸곤 했습니다. 하지만 곧 우리가 바라던 것과 같지 않음을 발견합니다. 은퇴자들이 보람 있는 기회들과 함께 자주 들려주는 주제는 충분한 교육을 받았고 경험도 있으며 아직은 활발하게 행동할 수 있는 연령대에 있는 은퇴자들이 자신들이 가진 바를 기꺼이 사회를 위하여 내어준다면 그것은 우리 공동체를 위한 귀중한 자산이 됩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해 본 적이 없는 새로운 삶의 단계에 와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앞서 경험하였던 삶의 단계들과는 달리 그다음에 이어질 새로운 시기가 없습니다. 우리가 살아온 날 수만큼 늙은 것이 아니라 여전히 꿈을 꿀 수 있을 만큼 젊다는 사실을 인정하며 살라는 재촉을 받습니다.

세상을 100㎞로 재빨리 지나가는 대신 한가롭게 걸으면서 가깝게 다가가 아주 자세히 그리고 열심히 관찰합니다.‘

’현대 의학 덕분에 우리는 더 오래 살 수 있게 되었으나 그만큼 우리는 천천히 죽습니다. 이러한 사실이 때로는 끔찍한 결과를 낳기도 합니다.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영화‘아무르’가 보여 주었던 것처럼 말입니다.‘


이 책은 프랭크 커닝햄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우아하게 나이 드는 방법을 알려준다.



keyword
월요일 연재
이전 15화방송대 유범상의 ‘정의를 찾는 소녀’를 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