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풀밭감자 이야기
몇 년째 그 집 감자로 선물을 해 왔었다. 수확철이면 농가로 주소록을 보내어 내가 평소 좋아하는 지인들에게
감자 한 박스로 안부를 묻곤 했다. 모두들 좋아하며 때로는 포슬하게 찌고 채로 전을 굽고 찌게 밑에 낄고 강판에 갈아 감자전을 부치고 나에게 사진을 보내오는 것이었다. 하지만 보내온 사진중에 감자가 맘에 들지 않았다. 그래. 오래 거래했었구나. 갈아타기로 한다.
'현자언니네 감자'를 알게 된 것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우연히 아는 언니가 강릉에서 감자농사를 한다는 소식을 들은 것이다. 잘 되었네. 그 동안은 나의 감자를 받는 분들게 초점이 있었다면 이제는 내가 사 드리는 분께도 의미가 있는 일이다. 카톡 명단에서 이름을 추리다. 가장 먼저 감자를 좋아하셔서 아이디를 “sprkawk”(네감자)로 쓰시는 분을 맨먼저 챙긴다. 그 분으로 인해 나의 이러한 계절인사가 시작된 셈이니까. 모시던 상사 몇분, 친구들 몇 명, 성당에도 한 상자, 늘 포슬한 내감자를 좋아하던 승진수험생인 후배, 늘 잊지않고 때마다 안부를 전해오던 전 직장 동료, 대안학교 운영하는 친구, 날 마음으로 챙기는 선배언니, 그리고 이름을 달리하여 우리집 주소도 적어 넣는다.
아는 집이 더 조심스럽고 인사치레가 많다. 제공해주어 감사하다는 인사도 맞춤으로 시의적절히 해야하고 언제 작업을 해서 발송을 하는지도 물어야 수신인에게 사전 연락을 할 수 있다. 관건은 가격이다. 자꾸만 모른다고 하신다. 작년 내가 주문했던것보다 더 올라서 곤란해하시는지 아님 저렴하긴 하지만 택비등을 생각해서 그러시는건지. 결론은 작년만큼... 계좌 주세요. 또 모른다고 하신다. 작년 송금한 내역을 검색한다. 이런게 어렵다.
이젠 수신인에게 내일이나 모레쯤 도착한다고 알려야한다. 알림...그럴수는 없지 않은가? 상황에 맞게 편지를 써야한다. 하지만 난 편지는 자신있으니까 안부문자로 시작한다. 답장이 계속해서 들어온다. 어느분은 카톡대화를 본격적으로 시작하신다. 잠시 보류. 하던일을 계속한다. 전화 한 통이 들어온다. “제니아씨 우리 집사람이 통화하고 싶대” 저런 사모님이시군. 얘기가 길어진다. '그동안도 보내주는 먹거리음식을 잘 받아 왔는데 감사하다'. 로 시작해 언제 근처로 오세요. 점심 잘하는 곳이 있으니 한 번 대접하리다. 중략...
각양각색의 인사말이 도착했지만 받고 나서 또 한번 이래야 하기에 하트 하나씩 날려놓고서 감정의 중립을 지킨다.
강릉으로 송금을 한다. 이만큼 단가로 몇 개이니 총 얼마 송금완료입니다. 제가 이런 귀한 선물을 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언제까지나 건강하셔서...
통장 앞자리가 바뀌었구나. 그래도 두루 좋은 일 했구나. 내게 이런 능력을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