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필사(筆寫)를 결심하다.
구약성경과 신약성경
성경필사(筆寫)를 결심하다.
성경이 예수님의 이야기라는 것을 알게 하셨다. 나는 감사기도의 일환으로 성경을 필사해 보기로 했다. 힘 있는 글씨체와 종일 베껴도 아프지 않은 어깨 그리고 한 글자도 틀리지 않는 집중력을 시험해 보기로 한 것이다. 무엇보다 완성되면 신부님께 축복을 받아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두리라.
이런 생각을 하게 된 배경에는 지극히 개인적인 나의 얘기를 해야 한다.
아들은 중·고등학교 때 애를 먹였다. ‘나는 장거리를 뛰어야 하니까 초반에 스퍼트를 낼 수 없다.’ 하면서 하교 후에는 거실 컴퓨터 앞에 앉아 10시도 좋고 12시도 좋았다. 시험 기간에도 똑같고 학년이 올라가도 같았다. 속이 좀 상했다. 아빠라도 야단을 해 줬으면 좋겠는데, 앉은뱅이 의자에 방석 깔아주고 마른안주며 과자를 타파에다가 넣어서 쌓아주는 것이다. 속이 끓어 올라왔지만, 그 정도 교양은 돼야 하므로... 기다렸다.
그러더니 고1 하반기쯤 거실의 컴퓨터를 치워 달라고 했다. 거짓말처럼 게임을 딱 끊었다. 옳커니.
아들이 고3이던 8월에 나의 세례식이 있었는데 한 가지 소원을 염원하라는 충고대로 아들을 부탁드렸다. 그 순간 내게는 놀라운 환상 경험이 있었고 아들은 그해 본인이 원하던 대학에 들어갔다. 그리고 군대에 입대해서는 ‘바오로’라는 세례명도 받아 왔다.
두 번째 경험은 아들이 대학 졸업반 때 일어났다.
그 해 11월 1일과 2일.
11월 2일이 내 승진시험일이어서 생미사를 넣었는데 이틀 전쯤 연락이 왔다. 장례미사가 생겨서 새벽 미사가 취소됐으니 지향을 다른 날로 옮기라는 것이다. 기왕이면 앞 날짜로 11월 1일로 옮겼다. 일주일 후, 시험 발표가 났는데 떨어졌다. 어렵게 준비한 시험이라서 조금 실망을 했다.
그런데 반전. 아들이 취직 시험에 합격한 것이다. 엄마 아빠 걱정한다고 집에다가는 얘기도 없이 11월 1일에 최종면접을 치렀는데 어마어마한 경쟁률을 뚫고 합격을 한 것이다. 너무나 감사하고 신기하고 그리고 창피했다. 엄마는 일 년 전부터 있는 대로 수험생 흉내를 내면서 주변에 스트레스를 주고 잘난 척하면서도 정작 시험에 떨어졌는데 그 녀석은 일생일대의 거사를 저 혼자 치러낸 것이다. 감사기도. 더 놀라운 일은 이듬해에 나도 합격시켜 주셨다.
나는 빚 갚으러 성당에 다닌다.
그래서 청원기도보다는 감사 기도를 드린다.
그리고 많이 나누려고 한다. 나눔의 덕목으로 선택한 게 반찬 나눔이다.
토 일, 반찬 장만해서 요양원에 계시는 돌아가신 시어머니의 언니를 찾아뵙는다. 우리 ‘어머니가 조금 더 오래 사셨더라면 ‘ 하는 아쉬움에서이다.
홀로 되신 이모 아저씨도 주기적으로 방문한다. 밀키트만 가득한 냉장고가 생각나서이다. 시험에 도움을 받은 선배 사무관한테는 육개장 한 들통 끓이고 냉동실 생선 지져서 퀵 서비스로 보낸다. 완제품의 반찬을 기꺼워하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친구한테 국밥 한 그릇 살 때도 똑같이 그만큼 포장해서 집으로 들려 보낸다. 오늘 나를 만나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설, 추석, 스승의 날 선물도 팔도특산품을 이용한다. 단골집 방앗간의 특이한 담근 김치를 챙겨 보내고 해물나라 대표님네 조기, 전복 낙지등을 선물세트를 보낸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선물받을 분의 사모님 성향을 파악하고 있는 까닭이다. 어쩌다 우리 집으로 손님을 초대한 경우 젓갈이나 곱창김 등을 집으로 배달시켜 돌아가는 길에 고루 나눈다. 아침대용으로 누룽지를 좋아하는 허물없는 내 친구는 누룽지다.
어느 분은 이렇게 말한다.
바쁜 생활중에 어떻게 그런 게 가능하느냐고... 다 방법이 있다.
나는 또 다른 주님을 한 분 모시고 산다. 우리 신랑은 내 부탁은 무엇이든 다 들어준다. 반찬 재료도 신랑이 공수해 주는 것이다.
늘 기도드린다.
언제까지나 저에게 건강을 주시고 이 모든 것을 즐거이 해 낼 수 있게 마음의 여유를 주시라고.
친구에게서 보내온 말씀 중에 ‘과정 과정이 모여 결과를 이룬다’라는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
이런 과정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알 수 없으나 최소한 경건해질 수는 있을 거라고.
전에 없던 마음가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