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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강 Apr 12. 2023

Lullaby

하루의 수고를 따뜻한 샤워로 덜어내고 잠자리로 향하는 길. 부드럽고 편안한 캐릭터 잠옷을 입는다. 몸을 씻으면 잠이 달아날까 무서워하던 아이는 온데간데없고, 젖은 머리를 말리는 드라이어의 뭉근한 바람에 눈꺼풀이 감긴다. 방은 여기저기 벗어둔 외투와 빨랫감에 조금 어수선하지만, 그것들이 주는 편안함이 있다. 어질러진 공간을 까맣게 감추고 어둠을 능숙하게 헤쳐 이부자리로 향한다.


분주하던 창밖의 도로 위도 차분해지는 때. 분주함이 남긴 차가운 빛줄기가 블라인드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지만 포근한 이불속까지 닿진 못한다. 나 없이도 잘 돌아가는 세상이 매정해 그 끝을 붙잡아보다가도, 더 이상 핸드폰으로 볼 것도 없는걸. 무거워진 핸드폰을 뒤로하고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피로한 손을 배 위에 올린다.


몰아치던 심장박동이 조금씩 가라앉는 곳. 게을러진 심장 덕에 숨은 깊어지고, 목의 긴장도 풀어져 무거운 머리를 베개가 온전히 떠받친다. 왜 화가 났을까, 어떤 게 서운했을까. 뭐가 그리 급했을까, 무엇이 그렇게 행복했을까. 중요하지 않은 것들은 옅어지고 온전한 나만이 남아있다. 어머니와 침대에서 장난치다 까무룩 낮잠에 들던 그때처럼 스르륵 잠에 든다.


잠에 좀처럼 들지 못하는 날에는 와인 한 잔으로 긴장을 풀어도 좋고, 사랑하는 이에게 도움을 청해도 괜찮아요. 이런저런 생각에 불안할 수도 있지만 걱정하지 말아요. 아침이 되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다 잊게 될 거예요. 당신한테 필요한 건 어제와 오늘을 구분하는 선이 아니라 어제와 오늘 사이를 이어주는 편안한 시간이니까요. 잘자요. 소중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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