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이미 식장도 잡았고 청첩장도 돌리고 있지만 아직 나는 너에게 청혼하지 못했어. 어떻게 하면 이 상황에서 바보 같지 않게 네게 구혼을 할 수 있을까?
우선 청혼하려면 반지가 있어야겠는데, 우린 커플링조차 없어서 네 손가락 사이즈를 몰라. 그리고 대부분의 프로포즈 반지는 주문 제작이라서 상대방의 반지 사이즈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는 것을 종로 보석상을 돌아다니면서 알게 됐어. 그래서 사이즈를 가늠하기 위해 네 손을 마사지해주는 척 몰래 조물거리며 왼손 약지의 둘레를 가늠했지. 가늠한 결과 내 새끼손가락과 사이즈가 비슷하다는 결론에 다다랐고, 나는 반지가 잘 맞을 것이라고 확신해.
그 반지를 건네주면서, 네가 침대에서 나른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이 글을 발행하며 프로포즈를 할까 해. 프로포즈 할 것을 이미 기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나마 서프라이즈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어바웃타임처럼 사람들을 잔뜩 불러놓고 돌려보내는 이벤트는 없지만, 그래도 깔끔하게 차려입고 정중하게 제안해야지.
완벽한 네가 불안정한 나를 보고 남은 인생 모두를 건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는 나를 포기하지 않았어. 네가 주는 사랑은 너무 달콤해서, 평소에도 문뜩 이렇게 행복해도 되는 것인가 싶어. 세상에 공짜는 없잖아. 나에게 네게 받은 사랑과 신뢰에 대한 보답을 평생에 거쳐 할 기회를 줬음 해. 사랑해. 나와 결혼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