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텔 로비에서 일출을 바라보며 우울증을 생각하다

1부. 굿모닝, 달랏

by 이수하

안녕. 나의 우울증. 난 있지, 너랑은 정말 너무나도 안녕하고 싶다. Hello의 안녕 말고, Goodbye의 안녕을 말이야. 내가 너와 내 인생길을 함께 과연 안녕하게 걸을 수 있을까.

도저히 너랑은 안녕이 되지 않는다. 갖은 발버둥을 쳤다. 무기력한 몸을 일으켜 걸어봤다. 생애 처음 정신과 진료도 받고 항우울제도 처방받았다. 이제 정신과는 주기적으로 간다. 음악 감상, 글쓰기, 등산은 도움이 됐다. 좋은 인간관계도 도움이 됐다. 그러나, 너와 안녕이 되지 않는다. 그 사실이 나를 절망의 구렁텅이로 몰았다. ​

파이 호스텔에선 투숙하는 내내 혼자서 6인실 도미토리를 썼다. 한 번도 도미토리를 혼자 써본 적이 없어서 당황스러웠다. 한편으론 편했지만, 공허하고 허전하고 쓸쓸했다. 내가 그토록 피하려고 했던 나의 진짜 마음. 그동안 나는 나의 문드러진 마음을 외면하지 않았는가. ​

그래서 나는 결국 너에게 Hello, 한다. ​

안녕. 나의 우울증. 내가 증오한 나의 약함이 강함이 되는 신비가 있다는 것을,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나만이라도 알고 있으면 됐다. 잘못하면 독이 될 테지만, 사실 너는 나에게 필살기야. ​

호스텔 로비나 호스텔 문 앞 의자에서 끄적끄적 글을 썼다.


처음으로 혼자 독차지한(?) 도미토리


아, 참. 나 그리고 가면을 벗을 거야. 가면과 가식의 삶은 정말이지 너무 힘들더라고. 이대론 못 버티겠어. 안 괜찮아도 한껏 괜찮은 척하는 연기, 솔직함을 숨기는 태도, 우는 마음을 숨기는 웃는 얼굴 가면 다 갖다 버릴 거다. 나를 병들게 하니까. 더 이상 증명과 인정에 나의 존재를 걸지 않을 거고. 이깟 증명보다 이깟 인정보다 ‘내 존재’가 훨씬 소중하다.

가면을 벗으려고 하니 무진장 아프다. 가면을 늦게 인지할수록 가면은 더 철저히 내 얼굴에 달라붙는다. 그래서 너무 아프다. 나는 이제 저주처럼 여긴 내 인생을 아름다운 선물처럼 여길 것이고,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NO’라는 카드를 들 것이다. 나는 그렇게 외면과 은폐가 아니라, 직면할 거야. ​


헬로. 안녕.

때론 같이, 때론 따로 그렇게 길을 걸어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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