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랏에서 발견한 행복

1부. 굿모닝, 달랏

by 이수하

자. 이제 바쁨 트랩에서 벗어나 행복 트랩에 걸릴 시간이다. 난 이곳 달랏에서 단단히 행복의 덫에 걸렸다. 무기력하고 잔뜩 우울하고 절망 속에서 헤엄치는 한 영혼에게 무한한 빛이 비쳐 행복이라는 덫에 제대로 빠진 것이다. ​

달랏의 아름다운 아침 풍경은 행복 지분율이 상당히 높다. 아침에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아름다운 하늘을 보고 내리쏟아지는 햇살을 맞으며 누리는 여유란 정말 육성으로 “아. 행복하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나는 특히 달랏 파이 호스텔 문 앞에 놓인 의자에 앉아서 샘물 소리를 들으며 쉬는 것을 무척이나 좋아했다. 한때 그 의자가 나의 카톡 프로필 사진일 정도였으니 말이다. 달랏의 아침 햇살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아침 햇살이다. 달랏의 하늘은 또 어찌나 그리도 예쁜지! 달랏의 아침은 그 어디보다 화사하다. 달랏의 아침은 정말 아름답다. 내 몸 안으로 행복이 흐르는 것만 같다. 닫힌 행복의 샘물이 터질 것만 같다. 아침이 행복하면, 하루가 행복하다. 아침이 무거우면, 하루가 무겁다. 나는 그렇게 지독한 무기력감과 우울에서 차츰차츰 나오고 있었다.

달랏 쑤안 흐엉 호수는 정말 아름답다. 적어도 내가 지금까지 본 호수 중엔 제일이다. 호수 근처를 산책하거나 그저 벤치에 앉아있기도 했다. 새파란 하늘과 그 하늘을 반사하는 호수를 보고 있노라면 막혀있던 숨통이 확 트인다. 서울에 있을 땐 늘 무언가 해내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다. 그 강박에서 벗어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여기에서만큼은 그럴 필요가 없다. 그 사실이 숨통을 트게 해주었다. ​

나는 달랏의 아침 풍경을 사랑한다.


달랏 쑤안 흐엉 호수


달랏의 풍경은 아름답다.


이런 아름다운 풍경을 매일 본다면 얼마나 좋을까!


한국에선 오토바이를 탈 일이 별로 없다. 그러나 베트남의 주 교통수단은 오토바이다. 특히 나 같은 나 홀로 여행자는 오토바이 택시 한 번쯤은 타봤을 것이다. 오랜만에 탄 오토바이 택시에서 나는 묵힌 스트레스를 날려 보냈다. 그만큼 기사님들은 세차게 달리신다. 처음엔 그 속도에 깜짝 놀라다가 그래도 그들의 능숙한 실력을 믿어보기로 하고 속도감을 즐긴다. 즐겁다. 마치 나에게 덕지덕지 붙은 무기력과 우울이 부릉부릉 오토바이 속도에 날아간 것만 같았다. “오빠, 달려!”라고 말해보고 싶었지만 자중하고 속으로 열심히 외쳤다. ​

한국에선 흔한 한국 음식이 외국에 나가면 정말 귀하디 귀하다. 어쩌면 보물보다 더 귀하다. 하루하루 한국 음식이 그립다. 어찌어찌 한국 음식점을 찾아가면 비싼 가격은 안중에도 없다. 그냥 시킨다. 무조건 먹는다! 그렇게 한국 음식이 내 입으로 들어올 때, 내 마음에는 큰 감동이 일어난다.

또 이곳에는 길강아지들이 많은데 처음엔 조금 무서웠지만 하나같이 온순하며 대부분 길바닥에서 그냥 한가로이 자고 있다. 그들을 보고 있노라면 되게 평화로워 보인다. 세상 모든 평화를 그들이 다 가져간 것처럼 평온하다. 평온 그 자체다. 그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내 마음이 평화롭고 평온함이 넘쳤다.

행복 트랩은 참 사소하다고 여긴 것에 있구나. 내 인생에 사소한 것들로부터 오는 행복 트랩이 많아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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