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쁨 중독

1부. 굿모닝, 달랏

by 이수하

나는 심심한게 싫다. 정확히는 무료한게 참 무섭다. 심심할 때면 나 혼자 공간에 그저 덩그러니 있는 기분이다. 심심하기 때문에 자꾸 흥미로운 일들로 나를 가득 채운다. 그래, 심심하기 때문에.

흥미로운 일들로 내 마음을 잔뜩 흥분시키고 나면 어느덧 시공간에 나 혼자 덩그러니 있는 것 같은 무한한 공허함과 허무함은 마비된다. 그래서 내 마음과 몸을 더 흥분시키고 흥분시킨다. 그러면 나는 잔뜩 떠있고 다른 세상 사람이 된다. 몸과 마음은 그야말로 잠시도 쉬지 못하게 된다. ​

그러나 과연 사람은 한두 가지 일만으로도 충분한 것이다. 아니 어쩌면 단 한 가지 일만으로도 사람은 충분하다. 그러니 많은 것으로 나를 채우지 않아도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심심도 바쁨도 아닌, 여유. 오직 여유라는 시공간 안에서 나는 나다움을 찾고 영감을 얻어 글을 뚜벅뚜벅 써내려간다.​

달랏에 오기 전에 나는 호텔리어로 일했고 호텔에서 일한 기간은 행복한 기억이지만 그곳에서 시간의 템포는 무진장 빨랐다. 매일매일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진이 빠지는 것이 느껴졌다. 나를 돌아볼 틈은 없었다. 어느새 나는 바쁨이라는 템포에 중독됐다. 바쁨 중독. 현대인 중에 바쁨 중독이 없는 사람이 있을까! 모두 다 이렇게 사니까 괜찮을 줄 알았다. 근데 어느 시점에 깨닫게 되었다. 괜찮지 않았다. 도무지 괜찮지가 않았다. 나는 서서히 망가졌고 무너져 내렸다. 더 무서운 것은, 내가 무너져 내리는 것을 내가 몰랐다.

달랏에서의 여유로운 시간을 통해 지난 시간들을 돌아본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행복이란 무엇인가?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 나는 이곳에서 몹시도 사소하고 일상적이어서 어쩌면 당연하게 여겼던 몇 가지 행복 트랩을 발견했다.



다음 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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