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라는 새로운영역 앞에서

욱아의 틈에서 책을 붙잡다

by 빛나는순간

책은 언제나 내 삶에 힘이 되어주었다.

그래서 아이가 생기고, 처음 마주하는 육아라는 낯선 영역 앞에서 나는 자연스레 책을 펼쳤다.

책 속으로 숨어 균형을 잡을 수 있을 거라 믿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육아서를 읽으면 읽을수록 마음은 더 불안해졌고,

다른분야의 책을 읽으면 육아와 살림에 집중하지 못한다는 죄책감이 들었다.

흔들리는 마음 속에서 나는 책과 멀어지기보다, 책과 더 가까워지기로 선택했다.


아이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는 시간을 나의 독서 시간이라 여기고, 간단한 후기라도 남겼다.

어쩌다 주어지는 ‘자유부인’ 같은 외출 기회에는 서점에 가서 베스트셀러를 구경했고,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없는 온라인 독서모임을 운영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마음속 공허함은 쉽게 채워지지 않았다.


그러던 중, 조금 더 체계적인 독서모임에 참여하게 되었다.

육아서가 아닌 인문서로 토론을 나누는 모임이었고, 그 안에는 나보다 먼저 엄마가 된 선배들이 있었다.

방황하던 나에게 한 선배가 이렇게 말했다.

“읽는 사람도 좋지만, 이제는 쓰는 사람이 되어보면 어때요?”

그 말을 계기로 나는 매일 아침 30분, 조용히 앉아 글을 쓰기 시작했다.

때로는 답답한 마음이 멈추지 않았지만, 또 다른날은 마음 한켠의 파도가 조금씩 가라앉기 시작했다.

글쓰기에는 선물이 주어진다는 말을 들었다. 방황은 여전히 멈추지 않았지만, 화가 줄어들었다.

그리고 이제 책 읽기가 전처럼 조급하지 않다.

많이 읽는 것이 아니라, 책이 전해주는 감정을 오래 머금는 것, 그게 진짜 독서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에 모임에서 읽은 책은 『멋진 신세계』였다.

책을 혼자 읽는 내내 암흑과 같은 마음이었다. 우리 아이가 살아갈 미래가 걱정스러웠다.

그러나 함께 읽기를 하며 우리가 이런 사회에서 더욱 의견나누고 자신의 생각 정체성을 찾는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모임을 끝낸 후 서평을 쓰는데...

이 책은 오래전에 나온책이고, 어쩌면 그 시대의 사람들은 지금의 우리 시대를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항상 불안하고 위험한 것이 아니라, 시대에 맞춰 조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을 자각하면 다가오는 시대가 조금 더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되었다.


혼자읽기는 마음을 치유했고, 함께읽기는 인연을 만들어줬다.

읽고나서 쓰기는... 새로운 마음을 갖게 하는것 같다.


사실 독서모임을 통해, 책을읽고 토론할때의 생생함을 느꼈던 나는 서평에 대해 자신이 없었다.

수년간의 독서모임을 통해, 가서 나의 의견을 잘 말할 수 있다는 남모를 자신감이 있었고,

"서평을 꼭 써서 나만 볼 미래를 위해서 남겨야 하나? " 라는 의문도 있었다.

그러나 글쓰기를 통해 마음의 변화가 느껴지는 것을 경험하고 나니, 진정한 독서의 또다른 단계는 서평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라는 믿음이 생기고 있다.


그리고 나는 엄마다.

나의 생생한 인연의 활동을 많이 할 시간이 부족하고, 마음은 항상 파도처럼 일렁인다.

그런 나에게 글쓰기를 통해 마음의 균형을 찾을 수 있다면 그것은 당연히 해야하는 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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