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리추얼과 칭찬 일기_189일

by 무정인

오늘의 행복


밤 새 천둥 번개가 치고 비가 많이 내렸다. 새벽에도 많이 내렸지만 엄마와 맨발 걷기를 하러 나갔다.

비가 올 때 활성산소가 더 잘 빠져나가 좋다고 한다.

나는 우산도 비옷도 없이 온몸으로 비를 맞고 걸었다. 시원했다.

내 안에 얽혀있는 맺혀있는 많은 것들이 씻겨 나가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조금 추웠다. 엄마가 나를 발견하자마자 ‘네가 이렇게 무모하게 나올 줄은 몰랐다’하시며 입고 있던 비옷을 벗어 주셨다.

엄마도 추울 테니 평소 같으면 사양했을 텐데 추워서 넙죽 받아 입었다.

따뜻했다. 나이 40이 다 되어 가도 엄마의 보살핌은 필요하다. ㅎㅎ


우산을 함께 쓰고 비 오는 산길을 걸었다. 오늘도 참 좋았다.

엄마가 가방에 싸 온 멸치볶음 한 봉지를 손에 쥐어주셨다.

예전에는 이런 엄마의 사랑이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내가 갚아야 할 것 같고 내가 원하는 것은 주지 않으면서 자기가 주고 싶은 것만 준다고 원망했다.

하지만 이제 안다. 이제야 안다. 엄마가 건네는 모든 것은 다 사랑이었음을.


그게 혹여나 이상한 모양이었고 나를 아프게 했을지언정 엄마는 사랑을 건넸다는 것을 말이다.

서로 기질이 잘 맞지 않고 내가 표현을 안 하는 아이였고 엄마는 그걸 살필 감수성이 부족했거나 상황이 힘들어서 못 봤던 것일 뿐..

우리는 서로 진하게 사랑하며 살아왔다는 것을 안다.

그 사랑이 바닥이 되어 이리도 흔들리는 진폭 속에서도 뿌리 뽑히지 않고 단단히 붙어서 살아가고 있음을 말이다.


비가 무척 많이 오는 출근길에 아이가 ‘이렇게 비가 많이 오는데 어린이집에 가야 합니까?!’라는데 어이가 없어서 한참 웃었다.

회사에서 오지 말라는 문자가 안 와서 가야 한다고 하니 함께 용기를 내서 가보자는 말에 또 힘을 얻었다. 아이가 나를 살린다.


결국 계속되는 비에 2시 퇴근 조치가 이루어졌고 아이와 일찍 집에 와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건강한 저녁도 챙겨 먹고 꽃도 한 다발 사고 킥보드도 탔다.

와서 씻고 자려고 누우니 ’내일 캠프 가는데 엄마랑 헤어지기 싫어요’라며 우는 아이.

여름 캠프 기대된다는 말만 해서 몰랐는데 막상 내일 가니까 무서운가 보다.

울 때 꼭 내 손을 가져가 자기 눈물을 닦아달라는 아이. 귀엽다.

‘엄마도 헤어지기 싫어. 그래도 친구들이랑 선생님이랑 재밌게 놀다 보면 괜찮을 수도 있어. 한번 가볼까?

가서 계속 엄마 보고 싶고 힘들면 선생님한테 엄마한테 전화해 달라고 해. 그럼 엄마가 데리러 갈게.’

이렇게 달래서 잠을 재웠다.

아이는 이번 캠프에서 어떤 경험을 하게 될까. 아이에게 다정한 조력자가 되고 싶다.


회사에 일이 생겨 내일 오래간만에 가는 낚시도 취소한 남편이 술을 한잔하고 들어왔다.

혼자서 한잔 했다고 하는데 평소에 그런 사람이 아니라 안쓰러웠다.

많은 것을 혼자 감내해 내는 사람. 미안하고 고맙다.

그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혼자 있을 시간을 확보해 주는 것.

방에 들어가서 게임하라고 보내고 나는 오늘을 마무리하는 글을 쓴다.


고요하고 평온하다.




칭찬 일기

* 아이의 마음을 잘 받아주고 읽어준 나를 칭찬한다.

* 아이와 함께 비를 맞으며 킥보드 타고 재밌는 시간을 보낸 나를 칭찬한다.

* 새벽에 엄마와 함께 운동도 하고 좋은 시간을 보낸 나를 칭찬한다.

* 비가 많이 오는 위급상황에서 센터의 일들을 잘 처리한 나를 칭찬한다.

* 건강한 저녁을 만들어 먹고 하루를 마무리하는 리추얼을 하는 나를 칭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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