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곧은 심지를 발견하다

by 무정인

5박 6일의 게슈탈트 집단상담에 다녀왔다.

출발 직전까지도 가기 싫어서 침대에 누운 채 5분 간격으로 알람을 미루다가, 결국 10분 만에 짐을 싸 간당간당하게 집을 나섰다. 조금 우울했고 무력했다. 이런 상태로 가봤자 다들 나를 싫어할 것 같았다. 나만 소외될 것 같았다.


그래도 그동안의 경험을 믿어 보기로 했다. 혼탁해진 안경과 마음으로 하일렌에 들어갔다가, 맑은 안경과 고요한 마음으로 돌아온 일을 벌써 열 번이나 겪지 않았던가.


첫날은 어색했고 두려웠다. 그러나 장이 시작되자 조금씩 지금-여기의 마음이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또 잘해야 한다는 생각에 붙들려 하고 싶은 말 대신 안전한 말만 고르고 있었다. 그 나를 알아차렸다.


무지개님이 울 때, 정말 나 같아서 안아주고 싶었다.

가서 안아주라는 말을 듣고 벌벌 떨며 다가가 꼭 안았다. 울 때 엄마가 안아주고 안심시켜 주길 바랐던, 어린 나를 안아주는 마음으로.


한참을 울고 난 뒤 무지개님의 얼굴에 붙은 머리카락을 정리해 주며 볼을 어루만졌다. 아이가 울음을 그친 뒤 바라보는 엄마의 심정이었다. 비 온 뒤의 하늘에 뜬 무지개처럼, 그녀는 반짝이고 예뻤다.


이상하게도 그 장면은 돌아와서 생각해도 자책이나 후회가 남지 않았다.

그 순간 마음이 울렸고, 나는 저항하지 않고 따랐을 뿐이었다. 단순했고 명확했다.

아, 이렇게 하는 거구나.

머리로 잘하려고 애쓸 때보다 서툴러도 마음이 시키는 대로 움직일 때 진심은 온전히 전달된다는 것. 잊고 있던 진리를 다시 배웠다.


그 일을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굳은 껍질이 벗겨졌다.

장이 편안해졌다.

혼탁했던 마음은 고요해졌고, 그 고요 속에서 지혜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래, 이 맛에 집단에 오지. 내가 하일렌을 그리워하는 이유가 바로 이거지.


지금 나는 키즈카페 한편에 앉아 이 글을 쓴다. 사방은 소란스럽다. 노이즈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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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극성장애로 감정의 진폭을 안고 살아갑니다. 잘 버티는 날보다, 자주 흔들리는 날들을 씁니다.상담사이고 엄마이지만, 여전히 나도 잘 모르는 채 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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