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짓이 하고 싶은 날

상담 후기

by 무정인

오늘 상담에서 과거의 끄달림에서 벗어나는 것이 성불이요, 결국에는 행복이라는 말을 들었다. 내 안에서 반복되는 문제를 알아차리고, 그것이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를 깨닫고, 그 자리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시 연습하고 또 연습하다 보면 언젠가는 조금 더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것. 어쩌면 그것이 우리가 살아가며 향하는 최종 목표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결국 나는 다시 나의 문제를 바라본다.


생각해보면 어린 시절부터 시작된 감정이 하나 있다. 동생과의 외모 비교 속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났던 열등감이다. 누군가 나에게 예쁘다고 말하거나, 외모에 대한 칭찬을 들을 때면 마음 어딘가에서 이상한 불꽃이 튀어 오른다. 그 순간 나는 마치 불나방처럼 변해버리고 평소의 나와는 조금 다른 사람이 되어버린다.


그리고 어린 시절의 습관처럼, 나는 여전히 몰래 일탈을 한다.


어릴 때도 그랬다. 엄마 몰래 무언가를 하고, 들키지 않았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엄마가 다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사춘기 소녀가 엄마는 절대 모를 거라고 믿지만 사실은 엄마가 이미 다 알고 있는 것처럼.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과연 남편은 모를까?


나는 술을 마시러 나간다고는 말하지만, 담배를 피운다는 사실은 비밀로 하고 있다. 그리고 바에 가서 낯선 사람과 나누는 짧은 대화들, 그 순간의 묘한 자유로움과 즐거움에 대해서도 말하지 않는다.


나는 왜 나쁜 짓이 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걸까.


나쁜 짓이라고 해봤자 사실 대단한 것도 아니다. 혼자 바에 가서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고, 가끔은 낯선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것. 위법도 아니고, 세상을 뒤집어엎는 일도 아니다. 그런데도 그 순간의 나는 뭔가를 깨뜨리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 차 있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무정인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양극성장애로 감정의 진폭을 안고 살아갑니다. 잘 버티는 날보다, 자주 흔들리는 날들을 씁니다.상담사이고 엄마이지만, 여전히 나도 잘 모르는 채 살아갑니다.

73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13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37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매거진의 이전글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가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