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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성기 Apr 02. 2017

아버지, 이제부터 기술을 일주일에 하나씩 가르쳐주세요

"아버지, 이제부터 기술을 일주일에 하나씩 가르쳐주세요"


대학을 다니다가 중퇴하고, 일 년 이상 쉬다가 다시 기술학교에 들어가서 다니는 듯싶더니, 그 마저 성적이 형편없던 아들이었다. 그가 이제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것에 의욕을 가지기 시작한 것이다


어릴 적에 바둑을 두면 늘 쉽게 이기며, 학교서도 공부를 잘해서 부모를 자랑스럽게 했던 자식이다. 그러던 녀석이 대학 들어가서는 정신적으로 방황을 하기 시작했고, 반항적으로 변했다. 머리가 좋아서 뭐든지 잘할 것이라고 믿었는데, 마음을 다스리지 못하고 판단력이 부족한 것이 남들보다 뒤처지게 만들 줄을 몰랐다.  

두뇌와 의욕, 어느 것이 목적 달성에 더 효과적일까?


흔히 고등학교 때 공부를 잘하면 그 아이는 평생 공부를 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공부 잘하면 다른 일도 잘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공부가 시원치 않은 아이는 평생, 제 밥벌이도 못하고 힘들게 살 거라고 생각한다. 수년간 진로상담을 하면서 나는 정반대의 사례를 많이 보았다. 목적 달성하는 사람의 대부분은 공부보다는 의욕이었다. 의욕이 없는 수재는 토끼가 돼버린다. 하지만, 의욕이 충분히 내장된 거북이는 초반에는 더디지만, 계속 자기 길을 가서 목표지점에 이른다.


어려운 과제를 두고 '나는 못해'라고 판단하는 사람은 그 과제가 힘든 것이 아니라, 그 과제를 힘들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는 자신의 의지 부족을 간과하고 있다. 너무 하고 싶은 일은 오래 기다리고 견뎌내면서 조금씩 갈아 마신다. 성공한 사람은 머리가 좋은 사람보다는 그 이상으로 의지가 강한 사람이다. 마음먹으면 어떤 것이든지 만만해 보인다. 힘든 과제일수록 시간을 오래 두고 진행하면 된다. 힘든 과제를 중도 포기하는 이유는 그 과제를 자기역량에 비해서 짧은 시기에 완성하려는 조급함 때문이다.


의지가 부족한 사람들의 특징이 조급 함이다. 짧은 시간 내에 달성하고 그 결과를 향유하려고 하는 게 조급 함이다. 목욕탕에서 찬물로 샤워할 때, 그 차가움을 피하려고 아주 짧은 시간에 찬물에 퐁들어갔다가 나오는 식이다. 고통과 쾌감에 민감해서 고통이라는 것은 무조건 피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대신에 편한 상태를 항시 유지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 이런 생각이 강하기 때문에 과제를 놓고서도 그 달성이 가져다주는 쾌감보다는 그 과정이 가져다주는 고통을 예민하게 받아들인다. 좋은 머리를 고통을 계산하는 데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결국 과제에 도전하지 못하고, 다른 길을 기웃거린다.


두뇌가 좋고 영리한 원숭이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 살아남아야겠다는 의지가 높은 원숭이가 기후변화에 적응하는 지혜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내가 진로 상담할 때 그 사람의 학벌, 성과물들보다 더 높게 보는 것이 의지, 의욕등 이런 부분이다. 이것은 글로 잘 나타나지 않는다. 글은 힌트만 줄 뿐이다. 그 사람의 음성, 타인을 대하는 태도, 자기 인생을 바라보는 관점들이 의지를 말해준다. 비록 고등학교 때 공부를 못한 사람이라도, 청년기에 제대로 된 취업을 못한 사람이라도, 겉으로 보기에 모자라 보이는 사람이라도, 그 안에 강한 의지를 품고 있는 사람이 있다. 이 사람들은 자신의 처지에서 달성할 수 있는 길을 알려주면, 천천히 움직인다. 오히려 과거에 별 볼 일 없었다는 그 경험이 그 사람을 더욱 질기게 만든다. 다시는 그런 실패를 하지 말아야지.


뚜껑을 열면, 이런 의욕의 불이 꺼지지 않고 남아있던 사람이 자기 인생을 살아간다. 굳이 말하자면, 의욕이 80%고 두뇌가 20%인 것 같다. 사회는 고등학교 때 성취도를 보고 그 사람을 판단한다. 어느 대학을 갔는지. 그것은 두뇌의 영리함을 보여준다. 그 덕분에 의욕이 강한 80% 이상의 사람들이 초기에 열등아로 낙인찍혀버린다. 의욕이 그 사람의 인생을 목표지점에 가져다주는데, 두뇌가 그곳에 이르는 수단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본인도 그렇게 생각한다. '에이 나는 고등학교 때 수능이 5등급이었어, 나 같은 게 어떻게 캐나다 대학에 가서 공부를 해' , '너는 부족해'라는 타자의 시선이 자기 내면에 정착해버려서 자기를 그 정도 수준의 사람으로 낙인찍고 있다. 수많은 청년들이 이런 식으로 두뇌가 의욕보다 더 중요한 변수라고 믿고 있다. 진로상담은 이 최면에서 그 청년을 깨어나도록 만드는 과정이다.


물론, 두뇌도 있고 의욕도 보통사람 이상으로 강한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은 초고속으로 목표 달성을 한다. 그래서 어쩌라고. 혼자 식당에 가서 고기 5인분을 시키고, 비빔밥에 냉면까지 혼자 먹어치우는 사람이 옆에 앉아있는 것과 같다. 그 사람이 자기 돈으로 그 많은 음식을 주문하고, 남기지 않고 같은 시간 내에 모두 처리하고 나간다고 해서 내가 식사하는데 무슨 영향을 줄까. 그것은 그 사람이 받아들이는 인생일 뿐이다. 저 사람은 저렇게 식사를 많이 하는데 나는 먹는 게 왜 요정도 밖에 안되라고 비교하는 것은 쓸데없다.

행복은 모르는 타인과 같이 누리는 공유재가 아니라, 나 스스로 느끼는 사적 감정일 뿐이다. 내 몸이 건강을 유지할 수 있고, 심적으로 무덤덤해질 수 있는 존재 상태를 만드는 일이 사람들이 가야 할 지점이라면, 자신의 두뇌를 탓할 것이 아니라, 의욕이 있는지를 걱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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