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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성기 Apr 27. 2017

진짜 엄마, 가짜 엄마

"엄마"

소년은 새엄마를 그렇게 불렀지만, 마음 한구석에서는 믿음이 가지 않았다. 흔히 엄마를 그리는 시에서 나오는 것 같은 정을 느낄 수 없었다. 소년의 아버지는 부자였고, 동네에서 알아주는 유지였다. 새엄마는 아버지와 재혼하여서 슬하에 딸, 아들 하나씩 낳았다. 소년이 성인이 되자 계모는 집에서 독립시키려고 노력했다. 계모와 아들의 사이는 더 멀어졌고, 덕분에 아버지와 아들도 싸우는 날들이 많아졌다. 집안이 시끄러울 수밖에 없었다. 아들은 사업을 하겠다고 했다. 계모는 막았다. 법적으로 아들을 아버지로 분리시킬 궁리를 했다. 이유는 유산 때문이었다. 아버지의 유산이 전처의 아들에게 가는 것을 막고 자기가 낳은 자식들에게 가도록 조종했다.

청년은 아직 어려서 이런 정황을 모두 이해하지 못했다. 이상한 송사에 말려들어서 청년은 민사소송에 패소하고 벌금을 물게 되었다. 그리고 아버지와 연을 끊게 되었다. 새엄마의 근본은 무엇일까? 그래도 키운 자식이므로 낳은 정, 기른 정 차이 없이 키웠을 것인가? 아니면, 재산상속을 위해서 청부살인이라도 꾸밀 사람이었을까?

세상을 살다 보면, 우리를 지켜줄 사람이 과연 절체절명의 순간에 나를 보호해줄지, 아니면 자기 이익을 좇아서 어두운 숲 속에 내버릴지 알아야 할 때가 있다. 저 인간이 마지막까지 지키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을 알면 사람에게 속지 않을 수 있다.

영화 "나는 악마를 보았다"가 있다. 이병헌과 최민식이 주연을 맡은 김지운 감독의 2010년 범죄 스릴러 영화이다. 나를 보호해줄 것이라고 믿던 사람, 아니 최소한 지나가는 나그네에게 밥 한 끼와 잠자리 정도는 제공해줄 것 같은 사람이 알고 보니 타고난 '악마'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 영화는 뼛속 깊이까지 악마성으로 가득 찬 한 인간을 등장시켜서 정상인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사람을 보는 안목을 가지는 것은 인생을 살아가는데 필수 기술이다. 누군가와 연관에 되어서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므로, 사람 볼 줄 알아야 한다. 이 기술은 학교에서 배울 수 없다. 역시 세상 경험을 많이 해보아야 한다. 이런 것을 지혜라고 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솔로몬이다.

 "

두 여인이 솔로몬 왕을 찾아와 진짜 엄마를 가려 달라고 한다. 그게 임금에게 와서 가려 달라고 할 만큼 중대한 일이었을까. 만약 그렇다면 이것은 단순한 일이 아니라 아주 까다롭고 이미 다른 곳에서 재판했는 데도 만족할 만큼 가려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매우 미묘하고 복잡한 소송이었을 것이다. 왕은 이야기를 다 듣고 나서 판결을 내린다.

“두 여인이 서로 제 아이라고 우기니 할 수 없다. 아이를 둘로 잘라 반씩 나누도록 하라.”

그러자 진짜 엄마가 차마 아이를 죽일 수 없기에 차라리 다른 여자에게 주라고 간청하고 결국은 그녀가 진짜 엄마인 게 밝혀져 아이를 찾을 수 있었다는 얘기다.

좀 더 정확한 기록을 보기 위해 성서를 읽어 보면 두 여인은 창녀 두 사람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같은 시기에 아이를 낳은 두 여인은 같은 집에 있었는데 다른 이는 아무도 없었다. 한 여인이 자다가 자신의 아이를 깔고 자는 바람에 아들이 죽었다. 그러자 여종을 시켜 아이를 바꿔치기 해 젖을 먹였다. 그 아이를 두고 서로 제 아이라고 우기면서 소송이 걸린 것이다. "

( http://magazine.hankyung.com/business/apps/news?popup=0&nid=01&nkey=2013121100941000361&mode=sub_view 에서 인용)

내가 탄 배를 운전하는 선장이 침몰의 순간에 내 생명을 구해줄 사람인가? 새로 선출된 대통령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준다고 믿어도 될까? 이 질문에 대답을 하기 쉽지 않다. 내가 믿고 맡기는 사람들은 많다. 부모, 교사, 사장, 경찰, 정부, 국가, 그리고 그 남자, 그 여자까지. 솔로몬은 사람의 본질을 테스트해보았다. 아이의 생명과 자기 욕심을 두고 마지막에 선택하는 것을 보면 그 여인의 본질을 알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아이를 칼로 나누는 한이 있더라도 자기 욕심을 채우겠다는 여자의 본질은 자기 결핍이었지만, 아이를 더 이상 못 가진다고 해도 아이의 생명이 더 중요하다고 한 사람은 엄마의 본질을 가진 사람이었다.  마지막에 선택하는 것을 보면 그 사람의 본질을 안다. 평화시에는 드러나지 않는다.

둘 중에 하나밖에 선택할 것이 없는 위기의 순간에 지도자가 무얼 선택하는지를 알아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국민의 생명보다는 정권의 안위가 더 중요한 사람은 국민의 자식들이 죽어가는 마당에서도 반정부 데모가 일어나는 것을 더 걱정한다. 어떻게 해서든지 피해자 가족들을 일반국민들과 분리시켜서 이 사태가 잠잠해지기를 기다린다. 또 다른 재해로부터 국민을 지키는 일보다 더 중요한 일은 이번 일이 확대되어서 임기전에 물러나는 일이다. 이런 불안과 초조감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타오르는 불을 끄려고 기를 쓸 것이다.

내가 죽더라도 나에게 일을 맡긴 국민들을 지켜낼 사람이라면, 자기 권력보다는 국민의 안녕을 위해서 십자가를 진다.  저 사장이 직원을 책임질까? 사업이 잘될 때는 우리는 가족이라고 하다가, 상황이 안 좋아지면, 어쩔 수 없다면서 감원을 시킨다. 믿을 놈인지 아닌지는 평상시 하는 짓을 잘 보면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은연중에 하는 말이 그 사람의 본심을 드러낸다. 작은 일에서 그 사람의 근본이 어디 있는지 슬쩍 노출된다.

지혜란 학교에서 배우는 것이 아니다. 솔로몬은 인간은 위기의 순간 본질로 회귀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아기의 몸에 칼을 대는 위기상황을 일부러 연출한 것이다. 학생 400여 명을 태운 배가 침몰했다. 이 위기상황에서 대응하는 것을 보면 사람들이 가진 바닥이 드러난다. 파이가 워낙 크면 주변의 사람들이 부패한다. 어떤 국가는 공동운명체가 아니다. 점유를 통해서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 커다란 기계에 가깝다. 국가의 근본은 이런 식으로 한두 가지 사소한 사건을 통해서 본모습을 드러낸다.

http://cfile4.uf.tistory.com/image/20262E134A2794C8C74D70

(영화 괴물, 한강에서 갑자기 나타난 괴물에게 딸이 납치되는 광경을 보고서 주저앉은 가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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