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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성기 Jun 30. 2017

영국식 영어

캐나다 살면서 영국식 영어를 들을 기회는 전무하다. 며칠 전 만난 키 큰 흑인 리쿠르터 사뮤엘 씨는 뉴스에서나 나오는 영국 엑센트로 말을 한다. 미국식 영어보다 영국식 영어가 더 품위 있고 유식해 보이는 것은 편견이다. 하지만 나는 그 편견이 생겨버렸다. 굴리지 않은 정확한 발음, 단어의 마디마다 더 확발한 엑센트가 조금만 익히면 의미 전달을 확실하게 한다. 역시 리쿠르터라서 말이 많다. 상대를 추켜주면서 살살 녹인다. 내 옆에 누가 있느냐에 따라서 말이 늘어나는데 이런 영국 사람들과 같이 일하면 영어 엑센트가 금세 변할 것 같다. 


내 주변 대부분 동료들은 7할이 인도 3할이 백인이라 정확한 발음과 표현을 배우기는 더디다. 말이란 나름 색깔이 있다. 말을 잘하는 사람은 그 자체로 멋있어 보인다. 게다가 미국, 캐나다식의 북미 영어보다 영국식 영어가 더 세련돼 보인다. 스페인어도 공부해봤지만 발음이 된 소리라 한국어랑 유사하여 이해가 쉬운데도 싸구려 같은 느낌을 준다. 길거리 찻집에서 큰 소리로 떠드는 스페인어를 들으면 서민적일지언정 멋지다는 생각이 든 적이 없다. 멋진 언어는 불어가 있다. 깊이 있고 부드럽고 종이 주면 바로 시를 적을 것 같은 인상을 주는 언어가 불어다. 만일, 취미로 외국어를 하나 더 익힌다면 불어가 1순위다. 매일 영어를 하면서 살지만 언어 그 자체가 멋지다는 느낌을 받지 않는데 우연히 만난 영국계 리크르터의 음성에 잠시 상념이 들었다. 은율을 탄다. 단어와 단어가 연결되어 문장이 전체로 은율을 타야 말이 음악처럼 상대방에게 감긴다. 반드시 멜로디를 넣지 않아도 밋밋하게 읇는 말보다는 베토벤 9번 교향곡처럼 잔잔하게 빠르게 조화롭게 거침없이 치고 오르고 다시 위로하는 흐름을 타는 스피치가 돼야 하지 않을까. 오늘 영어로 한 시간 강의를 해야 하는데 내가 그 정도로 할 수 있을까. 아니지. 마 노력은 하겠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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