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진로상담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성기 Jun 30. 2017

망각 약

부부관계 회복을 위한 치료제로 망각 약이 개발되면 잘 팔릴 것이다. 상대에게 끌리는 전제조건으로 그 사람과 함께 한 과거를 몰라야 한다는 갓이다. 남매지간은 서로에 끌리지 않는 이유가 한 집에서 지겹게 부닥치면서 살아왔기 때문이다. 


부부관계는 시간이 흐를수록 남매 조건과 비슷해진다. 소리소리 지르고 유치한 변명하고 또 고집부리고 거짓말하고 아무하고 잘난 척하고 덜렁대고 우유부단함까지 모두 보고 나면 상대에 대한 신비감은 모두 사라지고 " 으휴 저 인간, 내가 살아주는 것만도 너는 전생에 나라를 두 번 구한 거야"


그런 취급을 받는 남자가 밖에 나가면 아줌마가 말한다. " 어머 직업이 교수님이에요? " 

지적이고 점잖은 사람으로 오해받는다. 서로 매너 있고 절제하는 품위를 보이기 때문에 연애 초기에는 서로 상대를 크게 보고 달달해진다. 그러다가 차츰 서로를 알게 되면 익숙해지고 혹은 지루해지기도 한다. 


여러 부부들이 함께 모인 자리에서 옆에 있는 배우자에게 몽골몽골 한 눈으로 바라보는 부부는 없다. 그 이유는 자기 짝이 시시해서가 아니라 짝에 대하여 모르는 것이 없고 기대치조차 한참 낮아졌기 때문이다. 


이런 상태를 일소하고 부부관계를 충만하게 하려면 첫째 서로 과거에 대하여 잊어버리고 새로운 사람으로 대하는 것이다. 직장이나 교회에서 눈이 맞아 외도를 하는 부부는 상대가 자기 짝 보다 더 나은 사람 이여서가 아니라 사실은 가기서 거긴데 상대를 모르니까 쉽게 자기 최면에 걸린 것이다.


부부는 가능하면 어제 일을 잊어버리고 대해야 사이가 좋아진다. 그 인간만 보면 과거에 날 고생시킨 일이 되살아나 울화통이 터지면 자기는 화가 나서 불행하고 상대는 스스로 형편없는 인간이 돼서 불행하다.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 

매너는 자기 본능을 숨기고 상대가 편하게 대해주는 기술이다. 나를 숨긴다는 것은 나의 과거와 내면을 숨기는 것이다. 적당한 거리두기가 상대를 신비하게 만들 수도 있다. 


오래오래 행복하게 사는 부부는 망각 약을 복용해서 어제 일을 기억 못 하고 매일 연애하는 기분으로 산다.

매거진의 이전글 영국식 영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