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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성기 Jul 02. 2017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느니라

진로상담은 의뢰인의 질문에 대하여 어느 길을 가라고 말해주는 교통경찰 같은 역할과는 다르다. "한국을 떠나야 할까요 아니면 남아서 적응해봐야 할까요?" 


의뢰인(심리상담계에서는 내담자라고 부르고, 법조계에서는 의뢰인이라고 하고, 병원에서는 환자, 다방에서는 손님, 백화점에서는 고객, 교회에서는 신도라고 한다)을 잘 모르는데, 그 사람이 적은 스펙과 한 시간 동안 대화하면서 보여준 성품과 태도를 가지고 판단해서 미래의 어느 길이 더 그에게 유리한지를 말해주는 것은 매우 무거운 작업이다. 차라리, 이런 상담을 처음 할 때는 세상이 단순해 보였다. '내가 왕년에 해보았는데, 너는 이 길로 가야 해' 이런 식이였다. 그러나, 사람도 다양했고, 인생행로도 다양했다. 


"캐나다 가는 게 맞는 길일까요?"

"대학원을 갈까요?"

"컬리지를 갈까요?"

"그냥 취업비자받을까요?"


수학 문제는 누구나 비슷하게 결론이 나는 답이 있다. 하지만, 인생행로는 '새옹지마'같다. 미국 유학비자가 거절되니까, 호주를 가게 되었고, 그 덕에 적은 돈으로 유학을 할 수 있었고, 다시 호주로 이민 신청했으나, 거절되니까, 캐나다로 신청하게 되었고, 캐나다로 오게 되니까, 미국 옆에서 경제가 더 활발하게 돌아가는 것을 보게 되었다. 


진로상담을 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궁금한 것이 '내가 거기(캐나다) 가면 잘 살 수 있을지, 가는 것이 맞는 것인지'이다.  듣는 내 입장에서는 '내'라는 그 상대방을 알지 못하고 그 사람의 미래를 모르니까, 함부로 말하기 힘들다. 


그러나, 지난 7년여 상담을 통해서 발견한 것이 하나 있다. 

새로운 인생 여정에 대하여 걱정이 희망보다 앞서는 사람이 있고, 희망이 더 눈에 보여서 흥분의 물결이 걱정의 자갈을 덮어버리는 사람이 있다. 떠나고 싶은데, 주변에서 하도 부정적인 말을 많이 해서 우려하고 있던 사람에게 그 부정적인 말들이 편견임을 확인시켜주면 목소리가 밝아지면서 도전하는 사람이 있고, 가기는 가야겠는데, 모험을 하고 싶지 않은 사람에게 캐나다 가면 안 되는 이유를 설명하면 오히려 안심을 한다. 


사람은 자기가 믿는 만큼 일이 벌어진다. 

편치 않은 마음으로 캐나다행을 택한 사람은 현지 와서 학교생활에서, 자취하는 집에서, 거리에서 오며 가며 알게 된 사람들에서 부닥치고, 힘들어하고, 불평하다가 마침 한국에서 남동생이 결혼한다고 하면 그 핑계로 휴학하고 돌아가서 안 돌아온다. 


캐나다가 너무 가고 싶어서 한국서 끙끙 앓던 사람은 캐나다에 가면 자기가 잘 풀릴 거라는 깊은 확신을 가지고 있다. 캐나다와 서도 현지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견뎌내고, 나쁜 것보다는 좋은 것을 더 보려고 한다. 그렇게 마음 주고, 정주고 하다가 결국 정착하게 된다. 


결론은, 자기 마음속에서 믿는 대로 일이 풀린다는 것이다. 마음 깊은 곳에서 '너는 가면 고생해, 내키지 않아'라고 적혀있으면 그 사람은 캐나다에서 부적응한다. '한번 해봐, 지금보다는 훨씬 나아질 거야' 이렇게 자신을 믿는 사람은 역경을 딛고 일어나서 자기 둥지를 만든다. 


어릴 적에 교회를 다닌 덕에 생각나는 구절이 있다. 

마태복음 9:22 “예수께서 돌이켜 그를 보시며 이르시되 딸아 안심하라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 하시니 여자가 그 즉시 구원을 받으니라”


여기서 말하는 '네 믿음'의 대상은 '예수가 너를 구원해줄 것이라는' 타자에 대한 믿음이 아니다. 바로 '네' 안에 내면 깊숙한 곳에 있는 너의 열망, 에너지, 목소리를 말한다. 사람의 미래는 모르는 것이지만, 상당히 집착적이어서 마음속의 욕망, 감정, 편견 이런 것들로 인해서 사람들은 미래를 과거에 살아온 방식과 별 차이 없이 살아간다. 그러나 아직 발견되지 않은 나를 믿고, 다른 세상에서 다르게 살아갈 수 있다는 자신에 대한 믿음이 있으면, 그 사람은 받게 될 것이다. 원하는 것을. 


이런 이유로, 상담 시, 그 사람의 내면에 고도로 집중한다. 이 사람이 자신은 할 수 있다고 말하는지 아니면 못하는 이유를 찾으려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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