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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성기 Jul 15. 2019

계급의 무게


다니던 작은 교회의 대학부에 나가게 되고, 갑자기 서울대, 연대, 이대 등 명문대 형 누나들, 그리고 마찬가지 학벌의 주일학교 교사들이 부쩍 늘어난 것이다. 광화문에 위치한 교회 덕분이기도 하지만, 주변에서 보기 힘든 명문대생들이 유독 교회 대학부에 많았다. 대학을 가지 못한 청년들은 청년부라는 별도의 모임에 나갔다. 대학을 다니지 못한다는 것, 전문대 또는 야간대를 다닌 다는 것이 당시 청년들을 주눅 들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공간에서 오며 가며 지냈다. 고등학교 때와는 달리 20대는 학벌중심으로 계급이 있었다. 그 계급은 배지 같은 것이었다. 특별한 특권은 없지만, 달고 다니면 우쭐해 보이는 그런 것이었다. 




대학을 졸업한 지 오래돼서 중년이 되어버리면 누가 어디서 무얼 한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동문회에 참석하면 같은 대학, 같은 학과를 나와도 우쭐하거나 주눅 드는 감정들이 교차한다. 소위 사회적으로 권력을 가진 위치에 자리 잡은 친구나, 돈이 많은 친구들은 어깨가 단단하다. 여유롭게 잔을 따르면 남 이야기도 들어준다. 그러나, 내세울 만한 사회적 지위도, 조그만 자영업을 하는 동문은 억지로 웃음을 보이고 말뿐이다. 나이 먹으면 돈과 사회적 지위가 계급을 만든다. 형사 출신으로 경찰에 오래 복무한 동문은 그래도 여유가 있다. 사업을 하다가 IMF로 거덜이 나버린 동문은 모임에 나가기 조차 귀찮다. 




나 이 정도 사는 사람이야. 


겉모습은 비슷해도 사람들은 미세하게 계급을 형성하고, 잘나고 못난 것을 구분 짖는다. 그리고 티를 낸다. 시선으로.  회사를 나오게 되어도 자신의 가오를 잃지 않는 경우는 어느 정도 노후자금이 있는 경우다.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에 가면 다시 계급이 형성된다. 행색, 말투, 매너 이런 것들은 결국, 자신의 계급을 상대에서 억지로 보여주는 데 사용된다. 내가 너보다 못나지 않았어. 




알고 보면 별거 아닌 것인데도, 사회적 지위도 있고, 경제적으로도 여유로운 사람들을 보면 계급의 무게가 전달되어 온다. 어른이 되어서 한국 교민들이 많은 장소에 가다 보면, 영혼과 영혼이 만나기보다는 계급과 계급이 많나는 것 같아서 양복 입고 예식장에 서있는 신랑 기분이 된다. 평상시보다 잘 차려입고, 있어 보이는 매너로 덕담을 나누는 라운드 테이블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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