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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성기 May 11. 2019

인도인

인도인

점심때 식당에 들어가면 삼삼오오 테이블에 앉아서 도시락을 먹는 사람들이 보인다. 우리 팀에는 중국인 두명, 한국인 한명, 백인 5명, 흑인 1명, 인도인 13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에는 중국인이 4명이 였는데 두 명이 이직을 하는 바람에 두명으로 줄었다.  별일이 없으면 인도인들은 자기들끼리, 백인들도, 중국인들도 자기들끼리 테이블에 앉는다.  나같은 한국인은 대체로 중국인들과 어울리게 된다.  전에 있던 팀은 한국인 한명, 중국인 한명, 나머지 6명은 인도인, 그리고 백인 두명, 흑인 한명이였지만, 오랫동안 인도인들과 함께 점심을 했다. 서로 친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점심을 같이 먹고 지낸지 3년이 되었다. 4개월 전, 이 팀에 합류하게 되었을 때,  잠심 애매했다. 중국인들과 점심을 하나, 인도인들과 하나?


새 팀의 중국인들은 가만히 보니 자기들끼리도 식사를 같이 하지 않았다. 서로 안 친한지, 점심시간이 각자 달랐다. 전에 있던 팀에서 인도인들과 함께 식사하다보니 그들과 함께 어울리는 것이 편해졌다. 식당에 들어가서 멀리서 인도 친구들이 보이면 다가가서 앉아서 같이 밥을 먹는다. 내가 먼저 식사를 하였고, 그들이 먹고 있어도 나는 그들 테이블에 끼어들어서 대화에 참여한다. 우리 팀에 있는 중국인 두명은 말 수가 적고 내성적이다. 폰을 만지작 거리면서 조용히 혼자서 식사를 한다. 한 두번 같이 앉아서 식사를 했지만, 대화가 신나게 연결되지 않았다. 


일과 상관이 없는 사적인 대화를 하기에는 식사시간이 좋다. 가정 이야기, 뉴스이야기등등. 전 팀에서 인도인들과 3년을 어울리면서 점심같이 하고 지내다 보니, 그들과 대화하는게 편해졌다. 주절 거리면서 이야기를 꺼내고, 당당하고, 눈치 빠르고 영리한 사람들이다. 나와 친하게 지내는 인도인들의 공통점은 착하고 일관성이 있다. 그들끼리 소통하는 SNS 단톡방도 있다. 한국인들은 카톡을 사용하지만, 인도인들은 Whatsup을 사용한다. 그곳에서는 인도의 유명 연애인, 정치인들의 기사, 동영상, 의견들이 나온다. 한국인들끼리 단톡방에서 한국내 정치, 연애인 이야기가 나오는 것과 같다. 인도인들은 페북과 Whatsup에서 모두 영어를 사용한다. 자기들끼리 방언보다는 영어가 공용어이기 때문이다. 


회사에서는 말걸기 쉽게 잘 어울리는 직원이 잘 나간다. 심각하지 않고, 남의 이야기도 경청할 줄 알고, 유머러스하고, 최소한 잘 웃어주는 사람들을 선호한다. 인도인들도 성격이 다양하지만, 대체로 사교적이고, 부드럽고, 자기 분야를 잘 하는 사람들이 인정을 받는다. 반면에 심각하고, 자기 주장이 세고, 흥분을 잘하는 사람은 서서히 밀려 난다. 회사 직원들과 사적인 관계가 서먹할 때는 조용히 자기 자리에서 식사를 하든지, 식사시간을 피해서 식당에 가서 혼자 먹게 된다. 새로운 팀에 처음 합류했을때가 그렇다. 주변 사람들이 편해지면, 자연 스럽게 그들이 앉은 곳에 다가가서 식사를 하게 된다. 직장에 한국인이 있으면, 그와 친하게 지내게 된다. 휴식시간에도 점심시간에도 그와 자주 겸상한다. 상대적으로 다른 외국인 동료들과 접하는 시간이 줄어든다. 혼자 남게 되면, 대체로 중국인들과 자주 어울리게 된다. 그나마 문화적, 외모적 공통점이 있어서다. 팀내에 한국인으로 혼자 남게 되었을때, 자연스럽게 인도친구들과 어울리게 되었고, 그들 집에 생일잔치, 돌잔치, Baby shower등에 오고 가면서 인도공동체의 한 일원이 되었다. 그들과 인사하고 소소한 대화를 한다. 이렇게 3년을 지내다 보니, 지금은 멀리서 중국사람들이 테이블에 앉아 있어도 나는 인도인들 사이로 가게 된다. 


인도사람들이 좋다기 보다는, 부담없고, 즐겁고, 긍정적인 사람들이 좋기 때문이다. 모든 인도인들이 같지는 않지만, 나와 함께한 인도인들중에서 이런 부류가 많았다. 유쾌하고 유머러스하고 예의바른 사람들은 소수이지만, 언제나 팀 안에서 활력소가 된다. 반대로 조용하고, 옆에가서 질문하기 망설여지고, 잛게 답변하고, 주변 일들에 대하여 비판적인 사람은 팀에서 주변인으로 밀려나게 된다. 사람이 까칠해 보여도 자기 일 하나는 똑소리나게 잘하면, 주변 사람들은 그에게 적당히 맞추면서 적응을 한다. 그려러니. 


하지만, 자기 일을 깔끔하게 못하고 지지 부진하게 되면, 감원대상에 올라가게 된다. 주변 동료들과 사적으로도 잘 어울리는 사람은 공적인 일을 할때도 주변 사람들로 부터 협조와 이해를 얻기 쉽다. 이런 것을 잘 아는 관리자는 사교적이고 부드러운 직원들을 선호한다. 누구와도 잘 어울리는 사람, 조직내에서 이런 사람을 찾아내는 것은 식당에 바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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