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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성기 Mar 30. 2019

'하루 중 언제가 가장 기분이 좋습니까?'

베이글 이야기









자려고 누웠을 때요...


퇴근하고 집에 와서 허기진 배를 가지고 저녁식사를 만나게 되었을 때요.


주말에 맥주집에 가서 일주일간의 회포를 풀 때요...




사무실에 도착하면, 커피와 크로생, 베이글과 과일, 요구르트가 진열되어 있는 걸 보게 되면, 기분이 좋아진다. 


오후 3시경, 한참 진이 빠졌을 때 스스로 위로하기 위해서 자리를 털고 일어서서 팀호튼에 가서 도넛과 달달한 커피를 주문해서 마실 때가 있다. 




토요일 아침에 일어나서 비가 오는 뒷마당을 바라보면서 커피를 내리고, 베이글을 구워서 크림치즈를 듬뿍 발라서 바삭거리는 식감을 느낄 때가 있다. 




언제가 행복하냐고 묻는다면, 여러 가지 대답이 나올 수가 있다. 다른 사람들과 섞여 살면서 항상 즐거운 기분으로만 지내기 힘들다. 문제 하나를 해결하면 다른 문제가 생겨나고, 계속되는 주문에 일처리 할 것들도 많다. 집에 오면 또 해야 할 일들이 보인다. 일, 일, 일... 평가, 비교, 수익, 매상, 다가오는 지급기일, 이런 모든 것들은 기분을 내려가게 만들고, 어느새, 뻐근한 몸상태에 이르게 된다. 미간은 더 힘이 들어가고 미소는 사라지고, 입술은 바싹 마르게 된다. 




누가 이런 일을 대신해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든다면, 그것은 분명하게 자신이 그 일을 좋아하지 않는 것이고, 그 일을 하는 순간, 행복하지 않게 된다. 마음속에서 거부하는 일을 오래 붙잡고 있으면 몸도 거부 반응을 한다. 싫어하는 마음, 피하고 싶은 마음, 벗어나고 싶은 마음 그런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조건들이 주변에 많다면, 그 사람은 잘못된 위치에 서있거나, 상황을 내 것으로 수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겨울 날씨에 대한 첫인상은 '춥다'는 것이다. 추운 것을 싫어하는 사람은 거리로 나가는 것을 최소한으로 줄이려고 한다. 밖으로 나오면 오로지 춥다는 생각으로 머리가 꽉 차서 총총걸음을 한다. 그러나, 사무실이나 집과 같은 실내에서 얻지 못하는 것이 밖에 있다. 신선한 공기다. 숨을 크게 들이쉬면서 허파 깊숙한 곳까지 신선한 공기를 빨아들이면 금세 머릿속의 세포에 쌓인 때가 세책 되는 느낌이 든다. 겨울 거리를 걸어갈 때, '춥다'는 생각보다 '신선한 공기'라는 생각을 하다 보면, 걷는 것 자체가 즐거운 체험이 된다. 




"선배님, 바쁘시지요? 회사 사람들은 어때요? 잘 도와주나요?"


일정은 빡빡한데 성과는 안 나오고, 주변 동료들은 나보다 일을 더 잘하고, 상사는 자주 간섭하고, 회사 일을 집에 와서 해도 납기를 맞추기 힘들다 보면, 회사에 대한 인상은 피하고 싶은 현장, 감당하기 힘든 현실로 다가온다. 어느새, 대화중에서 자신이 방어적이 되고, 상대방으로 부터 지적받지 않기 위해서 노력하는 자신을 보게 된다. 누구나 각자의 일의 양이 있고, 책임지고 전달해야 할 결과물들이 있다. "겨울 = 춥다"라는 공식으로 이해하면 겨울이 싫어지는 것처럼, "회사=미쳤어'라고 이해하면 회사생활의 안 좋은 것만 보게 된다.  




반대로 회사의 좋은 점을 보려고 한다면, 사람들을 만나서 교류할 것 있고, 굴곡이 있는 드라마이고, 스릴과 쾌감, 성취감, 소속감을 주는 신나는 현장이라고 생각하면 회사에서 배울 수 있는 것들이 많이 보인다. 회사를 통해서 자신을 성장시키고, 하루를 재미있게 살아갈 수 있으면 회사 가는 것이 즐거운 체험이 된다. 




하루의 긴장은 커피와 크림치즈 베글에서 시작한다. 지하철 역을 나와서 총총걸음으로 회사에 들어가기 전에 팀호튼에 들려서 커피와 베이글을 받아 들고 자기 책상으로 오면, 아침에 일어나서 시내 사무실까지 나온 자신을 격려해주고, 오늘 하루도 재미있게 살아보자는 다짐을 하게 만든다. 




머릿속에 많은 생각과 감정이 밀려오기 전에 입속에 따스하고 고소한 것들이 들어가면, 기분이 좋아진다. 그래서 현명한 현대사회의 사장은 사무실에 간식거리들을 많이 배치해 둔다. 먹을 것을 두고 화를 내는 사람은 없다. 일이 힘들고 긴장을 해야 할 때, 간식거리들이 사무실에 널려 있으면 사람들은 여유를 찾게 되고, 상대에 대하여 관대하게 대할 여유를 가지게 된다. 연봉을 3000불 인상시켜주지 않아도 직원들의 하루를 즐겁게 만들 먹거리들을 깔아 두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회사에 먹으러 왔냐?"


"주전부리를 많이 하게 되니 살만 찌고 안 좋아요"




이면을 한번 더 생각해보고, 가능하면 좋은 점들을 수용하려고 노력하면, 간식의 좋은 점을 받아들이게 되고, 건강을 위해서 도넛과 커피, 버터 대신에 당근, 야채, 과일, 둥굴레 차, 고구마 등으로 주전부리 할 수 있다. 




회사에 먹으러 온 것은 아니지만, 누군가 채려 주는 식단은 언제나 즐겁다. 일하러 온 것은 맞지만, 각자의 이유로 회사에 출근 동료들에게 봉사하려고 회사 온다고 생각해도 회사에 대한 인상은 달라진다. 동료, 상사의 일을 도와주고, 그들이 힘들 때 격려해주기 위해서 사무실에 나온다고 생각하면 자원봉사자의 심정으로 회사생활을 할 수 있다. 하루 힘들었지만, 나의 노력 덕분에 다른 사람들이 흐뭇해하는 것을 보았으니 보람으로 다가오게 된다. 그래서 이런 말이 나왔다. 




"열심히 일한 당신, 많이 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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