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에서 나와

by Rudolf


강 소좌는 일단 부대를 철수시키기로 했다. 정해진 시간까지 다음 집합장소에 도착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자 정치보위부 부관이 채근했다. 상부의 명령대로 빨리 주민들을 처형하라는 것이었다. 강 소좌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 대신 부하들을 시켜 중학생 이상의 남자들만 붙잡아 오라고 했다. 강 소좌는 부하들과 철수하면서 붙잡아 온 남자 150여 명을 북쪽으로 끌고 갔다.

연희는 강 소좌가 마을 남자들을 붙잡아 북쪽으로 후퇴했다는 소식을 듣고는 혼비백산했다. 마을 여자들 중 몇몇은 남쪽에서 올라온다는 국방군에게 빨리 가서 마을사람들이 붙잡혀 갔다는 사실을 알리겠다며 달려가기도 했고, 일부는 아들과 남편과 아버지를 찾겠다며 북쪽으로 쫓아가기도 했다. 그러나 대부분은 연희네 집으로 몰려가 연희 어머니와 몸져누워 있는 할머니의 머리채를 붙잡고 밖으로 끌어내서 발로 짓밟고 몽둥이로 내리쳤다. 그리고는 집에다 불을 질렀다.

연희는 집에 가보지도 못한 채 손에 든 작은 보따리만 가지고 도망치다가 산 중턱에서 저 아래 자기 집이 불타는 광경을 목격하고 그 자리에 주저앉아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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