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소리 끊긴 새벽

by Rudolf


聲斷曉岑殘月白 | 성단효잠잔월백

새소리 끊긴 새벽 산마루 달빛은 창백한데


밤 12시 넘어 집으로 돌아온 연준은 오랜만에 단잠을 잤다.

회사는 될 대로 되라지.

다음날 느지막이 일어난 연준은 우울한 카톡 메시지를 하나 받았다. 같은 업계에서 가까이 지내던 한 사람이 폐업하겠다고 알려온 것이다. 그동안 몇 번 도와달라고 연락을 해왔었지만 연준에게는 그럴 만한 여력이 없었다. 아마도 다음 차례는 연준 자신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차였으니까.

연준의 회사 직원들도 사정을 다 알고 다른 곳으로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은행에서는 매일같이 독촉이다. 회사가 파산하면 지금 살고 있는 얼마 크지도 않은 이 아파트도 내놔야 한다. 거의 알거지 신세가 되는 것이다. 그동안 장가도 가지 못하고 일만 죽어라 했는데 결국 그렇게 되는 것인가…….

연준은 회사에 전화를 걸어 몸이 아파 나가지 못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몸이 아팠다. 잠은 깊이 잘 잔 것 같은데 일어나 보니 몸에 열이 있었다. 감기 기운이 있는 것 같았다. 평소 같았으면 이 정도는 병도 아니지만, 오늘은 그냥 쉬자고 생각했다.

평소 바깥 공기는 늘 안 좋았다. 한눈에 보기에도 뿌옇고 어쩐지 공기의 냄새도 안 좋은 것 같았었다.

그러나 오늘은 맑은 대기 느낌이었다. 핸드폰 미세먼지 앱으로 확인해 보니 웬일인지 공기가 아주 좋다고 나와 있다.

연준은 해열제 두 알을 꿀꺽 삼키고 밖으로 나갔다. 송도 아트센터교와 컨벤시아교를 거쳐 송도국제교까지 그 밑으로 길게 뻗어 있는 달빛공원으로 내려가서 천천히 걸었다. 몸에 열이 있는 탓에 마치 구름 위를 걷듯 약간 비현실감이 느껴졌지만 그런대로 기분은 괜찮았다. 한 시간쯤 걸으니 땀도 나면서 열이 가라앉는 것 같았다.

아파트로 돌아가서 우편함을 보니 편지가 여러 통 와 있었다.

이자독촉.

연준은 집으로 들어가자마자 편지들을 집어던졌다.

이 집 가져가!

떨어졌던 열이 갑자기 다시 오르는 느낌이었다.

차라리 파산신청을 할까…….

연준은 방 안을 이리저리 서성였다.

아니야. 조금 더 버텨보자.

연준은 생각했다. 이 땅에서 나 혼자다. 가문도 없고, 가족도 친척도 없다. 이 땅에서 사라져 주는 것은 간단하지만 그것은 너무 허망하지 않은가. 내 흔적이라도 지구 어디엔가 남겨야 하지 않는가 말이다.

버틸 수 있는 데까지 버텨보자.

연희 그 소녀처럼.


*


소녀는 군인들 질문에 거의 대답하지 못했다. 집이 어디냐, 부모가 있느냐, 괴뢰군을 보지 못했느냐, 어디로 가는 거냐…….

바닷바람에 산발이 된 채 혼비백산한 소녀는 겁먹은 눈만 크게 뜬 채 멍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한 장교가 다가와서 연희가 들고 있는 보자기를 빼앗더니 연희의 옷 위로 몸 여기저기를 더듬어 본다. 그리고는 보자기를 풀어 스케치북과 다른 그림 도구를 살펴보았다.

다른 군인 몇이 다가와서 그림을 들여다본다.

이 사람 누구냐? 오빠? 선생님? 아빠냐? 잘생겼는데…….

“네가 그린 거냐?”

소녀는 대답을 하지 못했다.

“누가 그린 거야?”

소녀는 겁먹은 얼굴로 군인을 바라본다.

“어디서 난 거니?”

“오…….”

“오라버니? 네 오라버니? 오라버니는 어디에 있어?”

소녀는 아버지와 함께 끌려간 오빠가 생각났다. 갑자기 눈물이 솟는다.

“죽었어? 응? 죽은 거야?”

장교가 스케치북을 보자기에 다시 싸서 소녀에게 주며 뒤를 돌아다보고 뭐라고 소리친다.

위생병이 달려온다.

“얘 데리고 가서 보살펴 줘.”

날은 갑자기 어둑해졌다.

지프로 소녀를 데리고 간 위생병은 수통과 건빵을 내밀었다. 소녀가 고개를 흔들자 위생병은 수통 뚜껑을 열어서 내민다.

소녀는 고개를 들어 위생병을 바라본다.

겁을 잔뜩 먹었던 눈에 안도감이 도는 것 같았다. 그러나 여전히 수통은 받지 않는다.

위생병이 건빵 봉지를 뜯어서 내밀었다.

소녀는 이번에도 받지 않는다.

그러자 위생병은 통조림 하나를 땄다.

야릇한 냄새. 소녀는 생전 처음 그런 냄새를 맡았다. 사방에 막 어둠이 내리고 있어서 통조림 안이 희미하게 보이긴 했지만 먹음직스러운 고기 같았다.

위생병이 군용 숟가락을 꺼내어 내민다.

소녀는 저도 모르게 숟가락을 받아 통조림 속으로 밀어넣었다.

동해안 가을하늘에서 갑자기 별들이 쏟아져 내렸다.


연준은 할머니의 유품에서 수건에 싼 가위를 다시 한번 꺼내보았다. 40년 이상 꼭꼭 감추어 두었을 물건.

누렇게 변색된 수건 중 특별히 더 짙은 부분이 마음에 걸렸다.

가위는 변색되었을 뿐 아니라 녹도 많이 슬어 있었다.

이것을 수건에 싸서 마치 중요한 유품이나 가보처럼 간직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지금 그것을 앞에 놓고 유심히 바라보는 연준 자신.

이것은 운명인가?

그리고 그 스케치.

스케치의 주인공은 노신부, 연준의 할아버지다.

할머니는 어떻게 신문에 난 조그만 사진을 통해 70년 전의 남자를 알아볼 수 있었을까?

연준은 노신부의 기사가 실린 가톨릭 신문을 구해다 놓았었다. 할아버지라는 사람에 대한 호기심에서. 연준은 경찰서에서, 그리고 병실에서 본 그 노신부의 모습과 신문에 실린 사진을 비교해 보았다.

연준은 고개를 흔들었다.

비슷하기는 했지만 만일 연준이 할머니처럼 신문을 들춰가면서 본다면 도저히 알아보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할머니가 그 신문 사진을 보고 70년 전의 남자를 알아보았다는 것, 그게 가능한 일인가?

물론 강은수라는 이름을 읽었기에 가능할 수 있었을 것이다. 나이도 똑같았으니까.

그러나 아무리 그렇더라도 그렇지, 동명이인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지 않겠는가.

연준은 스케치 초상화와 신문의 사진을 비교해 보았다. 연준 자신으로서는 도저히 연결시킬 수 없을 것 같았다. 또한 노신부의 실물과 스케치를 비교해 보아도 연준 같았으면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도 할머니는 그 셋을 모두 연결시켰다.

사랑과 원한을 지닌 할머니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을까?

그 말이 맞긴 맞을 것이다. 그것이 운명이라면. 70년의 운명.

하지만 그것이 운명이라면 너무 가혹하지 않은가.

70년이 지나서 만날 수밖에 없게 짜여진 운명의 각본.

그래서 신문에 난 그 조그만 기사와 사진이 그날 하필 할머니의 눈에 들어왔던 것이고, 그로 인해 70년이 세월이 축약되어 할머니 앞에 나타난 것이란 말이지?

어이가 없었다.

이것이 정말 운명이 정해준 것이라면, 그 운명은 축복인가 저주인가?

사랑하는 이를 70년 만에 만나게 해준 축복.

자신의 가족을 몰살시킨 원수를 만나게 한 저주.

할머니.

할머니의 마음은 어땠을까?

연준이 고성경찰서로 달려가서 만났을 때 본 할머니의 모습, 그 표정은 어땠지?

사실 연준은 그때 할머니의 표정이 늘 마음에 남아 있었다. 아주 복잡한 심정으로.

원수를 찾은 증오에 찬 표정?

연준은 고개를 흔들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다시 만난 기쁨?

글쎄…….

연준은 자신의 마음에 남아 있는 그때의 할머니 모습을 다시 끄집어냈다.

할머니는……, 근래에 보기 힘들었던……, 평온한 표정이었다. 아니, 그렇다고 생각했다.

연준의 마음에 있는 할머니의 얼굴은 그렇게밖에 생각할 수 없다.

70년의 달관인가? 포기하고 살았던 인고의 세월이 만든 무상무념의 결과?

연준은 고개를 흔들었다.

할머니는 노신부에게서 지난 이야기를 다 들었을 것이다. 노신부도 할머니가 걸어온 세월을 다 알았을 것이고. 그런 뒤에 두 사람 사이에 새로이 형성된 믿음과 애정, 그리고 애틋한 마음…….

그리움과 증오가 엇갈리는 세월을 견뎌온 순정의 여인에게서 나타나는 모습.

그것이 연준의 마음에 남아 있는 할머니의 모습이었다.

불쌍한 할머니…….

그리움의 아픔이 컸을까, 증오의 미움이 컸을까……?

연준은 잠시 생각해 보다가 머리를 흔들었다.

할머니, 어떻게 견디셨어요…….

다시 한번 아려지는 연준의 마음.

연준은 청년의 스케치를 들여다보았다.

당신, 어떤 사람이야?

당신은 어떤 마음으로 70년을 살아온 거야? 당신 역시 할머니를 그리고 살아온 거란 말이지? 속죄하는 마음으로? 그래서 신부가 된 거야?

뭐야, 지금? 영화 찍는 거야? 영화 중에 이런 스토리가 있는 것은 아니지?

사랑과 죄악.

청순한 한 소녀에게 쏟은 사랑.

양민학살에 대한 죄책감.

어느 쪽이 더 컸을까?

연준이라면……, 어땠을까?

연준은 마음이 복잡해졌다.

그리고 뒤이어 생각했다. 지금 마음이 어지러운 것은 그 남자가 자신의 할아버지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일까? 아니면 험한 세월을 보낸 한 여인에 대한 동정심에서일까?

할아버지.

스케치.

할아버지의 과거와 마주한 손자.

어이가 없었다. 이 현실감 없는 사실이.

할아버지가 떠난 다음 할머니는 나이 열일곱에 혼자서 아들을 낳았다. 그 뒤 그 아들은 20여 년 뒤 연준을 낳고 아버지가 되었다. 그리고 실종되었지.

할아버지도 실종되었고, 아버지도 실종되었다.

그러나 갑자기 변화가 생겼다.

사라졌다 나타난 할아버지. 사라지기만 한 아버지. 그리고 사라지지 않은 연준.

이들 삼대.

그 중 연결고리인 아버지만 없다.

아버지를 찾아야 하나?

아버지도 결국 돌아올 것인가?

할아버지처럼 어느 날 갑자기 연준 앞에 나타나는 것인가? 아니면 연준이 찾아야 하는 것인가?

할머니는 할아버지 스케치와 녹슨 가위를 유품으로 남겼다. 그것을 연준이 받았고.

할아버지와 가위, 그리고 연준.

할아버지와 가위와 손자.

연준은 벌떡 일어섰다. 그리고 핸드폰을 꺼냈다.



전쟁이 터지고 나서 흰옷 입고 북에서 내려오는 피난민 속에 많은 북한군이 위장하고 숨어 있는 탓에 유엔군 사령부는 큰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그러나 연희의 경우에는 검정 치마와 흰 저고리를 입은 나이 어린 소녀여서 약간의 심문과정만 거친 뒤 후방으로 보내졌다. 더군다나 가족이 모두 죽었다는 말을 듣고 군에서는 지프에 태워 부상병과 함께 강릉으로 보냈다가, 연희는 그곳에서 다시 군수품을 실어나르는 작은 배를 타고 묵호로 갔다.

연희는 묵호항에서 미군의 군함을 탔다. 쇳덩이. 거대한 쇳덩이. 이렇게 무거운 쇠가 물에 뜰 수 있는 것일까? 더군다나 그 안은 어마어마했다. 모든 게 다 쇳덩이였다. 물건 하나하나가 모두 다.

연희는 공산당에게 부모형제를 잃은 고아로 여겨져 군함 안에서 극진한 보살핌을 받았다. 생전 처음 먹어보는 진기한 음식들. 물론 연희 입에는 하나도 맞지 않았지만 말로만 들어보던 진수성찬이었다. 꿈에도 생각지 못할 음식들.

게다가 더욱 놀라운 것은 백인들. 그리고 흑인들.

처음에는 무서웠다. 그들이 말하는 낯선 언어도 무섭게 들렸다. 키는 또 얼마나 큰지.

저들은 이 땅의 사람들이 아니었다. 쇳덩이 군함이 바다에 떠 있으니 물에서 올라온 사람들 같았다. 그들을 묵호항 부두에서 보았을 때는 땅속에서 솟은 새로운 인종 같았었다.

쇳덩이 배는 고요한 바다 위를 거칠게 나아갔다. 연희는 현기증이 일고 머리가 아팠다. 나중에는 뱃속에 있는 것을 모두 토해내고 말았다.

그렇게 낯선 세계에 들어가서 꿈을 꾸듯 환상을 경험한 뒤 연희는 부산항에 내렸다. 그곳에서 국방군에 인도된 뒤 연희가 간 곳은 영도의 봉래산 아래인 청학동이었다.

그곳에서 처음에는 국방색 군용텐트로 지어진 막사 같은 곳에서 잠시 지내다가 곧 나무판자로 급조한 건물로 옮겨겼다. 부모 없이 버려진 고아들만 모아놓은 곳이었다. 일종의 간이고아원이었던 셈이다. 연희는 그곳에 들어갈 나이가 넘었으나 고성에서 중학교에 다녔다는 것이 알려져 고아원에 가서 아이들을 볼봐주라고 했던 것이다. 그 고아원은 윤 선생이라 부르는, 얼굴이 매섭게 생긴 중년 여자가 혼자 이끌어가고 있었다.

연희는 윤 선생을 도와 여러 가지 일을 맡아서 하루 종일 바쁘게 지냈다. 미군과 여러 단체에서 많은 물품을 보내주어 고아원 생활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얼굴이 곱상한 연희 주변으로 이리들이 몰려들어 빙빙 돌기 시작했다.

어느 날 밤 연희는 소변을 보러 숙소 바깥으로 나갔다.

겨울바람. 그러나 고성에 비할 것은 아니다. 그래도 매서운 바닷바람은 속옷까지 파고들어서 연희는 몸을 잔뜩 웅크린 채 숙소로 돌아가고 있었다.

숙소 뒤편에서 작은 불빛이 보였다. 담뱃불?

연희는 발걸음을 빨리 하면서도 그쪽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낮은 목소리가 그쪽에서 흘러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 연희의 이름이 섞여 있는 것 같았다. 연희는 갑자기 소름이 끼치며 온몸의 신경이 그쪽으로 쏠렸다.

그러나 바람에 흩어져 말들이 토막으로 들려왔다.

…… 언제 데리고 올 거야? …… 돈 준 게 언젠데……. 좀 기다리라니까…….

남자 목소리와 여자 목소리. 여자는 분명히 윤 선생이었다.

연희는 발자국 소리를 죽이고 살금살금 고아원 문으로 가서 소리 안 나게 아주 천천히 살며시 열고 들어갔다.

다음날 아침 동이 트기도 전에 연희는 막사를 몰래 빠져나와 영도다리로 갔다. 1월 하순의 매서운 겨울 바닷바람이 몰아치고 있었다. 그러나 다리 앞에는 많은 사람과 차가 몰려 있었다. 마침 다리가 올라가는 시간이었던 것이다. 영도다리는 하루에 7번 올라간다. 아침 첫 시간은 6시, 마지막은 밤 9시.

연희는 사람들 틈에 섞여 미군 털모자를 깊숙이 눌러쓰고 목도리로 얼굴을 가린 채 사람들 눈에 띄지 않게 조심했다. 혹 누군가가 나타나서 목덜미를 콱 붙잡을 것 같아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연희는 매서운 새벽 바닷바람에 몸을 웅크린 채 눈을 내리뜨고 있었는데 갑자기 바로 옆으로 누군가가 다가와서 붙는다.

연희는 깜짝 놀라 돌아다보았다.

“가만히 있어.”

낮은 목소리.

연희처럼 털모자와 목도리로 얼굴을 가린 사람. 구제품으로 나온 국방색 외투를 뒤집어쓰고 있었지만 그 목소리와 눈매로 연희는 누군지 알 수 있었다.

연희의 고아원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막사에 사는 30대 중반의 정씨 아주머니. 황해도 사리원에서 내려왔다고 한다. 남편이 중학교 교사였는데 공산당이 쳐들어왔을 때 붙잡혀 갔으나 간신히 도망쳤다. 그리고 유엔군이 사리원에 들어온 뒤 다시 집에 돌아왔다. 그 뒤 일사후퇴 직전에 국방군과 함께 내려오다 병에 걸렸다. 인민군에게서 도망쳐 숲에서 지낼 때 제대로 먹지 못해 몸이 쇠약해진데다 급히 피난 내려오는 바람에 옷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집에서 나와 추운 날씨에 시달린 탓이다. 처음에는 기침을 많이 하더니, 부산 피난민촌에 와서는 폐결핵으로 발전하여 드러눕게 되었다. 정씨는 늦게 결혼해서 아주 어린 아이들이 둘 있는데, 그들 둘과 누워 있는 남편을 먹여살리기 위해 부산 시내로 나가 여러 가지 일을 하고 있었다.

영도다리가 내려가자 늘어서 있었던 버스, 군용차량, 전차 등등과 함께 많은 사람이 걸어서 건너가기 시작했다.

사리원 정씨 아주머니는 연희 옆에 바짝 붙어서 함께 걸었다. 연희는 다소 불안했다. 그러나 정씨는 아무 말도 않고 걷기만 했다.

다리를 건너 광복동으로 들어가자 정씨가 입을 열었다.

“나만 따라와.”

연희는 멍한 눈으로 정씨 아주머니를 쳐다보았다.

“도망쳐 나온 거지?”

정씨가 연희를 마주보고 눈을 들여다보며 말을 한다.

“…….”

“잘 했어. 거기 있으면 위험해.”

연희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한 채 걷기만 했다.

“그 윤 선생이란 인간이 못된 놈들 만나고 다니는 거 사람들이 다 알아. 너 노리고 있는 거 알고 있어?”

연희는 고개를 푹 숙였다.

정씨는 더 이상은 말을 하지 않았다. 그 대신 연희를 이끌고 동래 서면 뒤쪽, 미군 제24보병사단이 주둔해 있는 부대 근처의 하야리 시장으로 갔다. 그곳은 미군부대에서 나온 각종 물자들이 밀매되고 있는 암시장이었다. 그 부대의 정식명칭은 캠프 하이얼리아(Hialeah)였는데, 사람들은 그 발음이 어려워 흔히 하야리야 또는 더 간단히 하야리라고 불렀다. 미군들은 블랙마켓이라고 했다. 일제강점기 때는 경마장이었다가 일본조선군훈련소로 바뀌고, 광복 직후에는 미군 제6보병사단이 주둔했으며, 그 뒤 미국영사관과 UN 기구가 들어서더니, 육이오가 나자마자 곧바로 미군이 다시 부산에 상륙해서 주둔하게 된 사연 많은 곳이다.

정씨는 이곳의 광복포목점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겉으로야 포목점이지 사실 미군 물자를 빼돌려 행상들에게 떠넘기는 일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북에서 중학교에 다녔다고?”

광복포목점의 뚱뚱한 주인은 주판을 퉁기다가 얼굴을 들어 연희를 보았다.

연희가 대답은 하지 못하고 고개만 살짝 끄덕였다.

“계산은 좀 하겠군.”

이렇게 해서 연희는 하야리 시장의 포목점에서 청소하고 물건 정돈하는 일을 하는 한편 장부정리도 틈틈이 맡게 되었다. 몸은 약해 보이는데도 일을 야무지게 해서 주인은 흡족해하고 있었다.

그렇게 한 달 여가 지난 3월초, 연희의 불러오는 배는 더 이상 감출 수 없는 정도가 되고 말았다. 그동안은 헐렁한 무명 검정치마를 입고 배를 잔뜩 졸라매고 있어서 몰라보았지만, 기온이 갑자기 올라가자 마냥 누더기 겨울옷을 입고 있을 수는 없었다. 부산의 봄은 고성보다 훨씬 빨리 왔던 것이다.



비가 내렸다. 얼마 전 봄장마라고 몇 날 며칠 폭우가 쏟아진 다음 한동안 하늘이 맑았다. 그러다가 다시 비가 오기 시작했다. 소나기.

봄비라는 말은 얼마나 푸근하게 들리는가. 아늑하기도 하고 낭만적이기도 하고.

제길, 그런 봄비가 와도 함께 우산 쓰고 거닐 사람도 없는데 이렇게 하늘에서 물을 쏟아부으니 어디 가서 외로움을 달래리.

외로움이라고?

그렇다. 갑자기 외로워졌다.

40년 넘게 살아오면서 연준은 이러한 감정 잘 느끼지 못했던 것 같았다.

그런데 왜……?

연준은 일단 할머니에게 그 책임을 돌리기로 했다.

할머니가 없잖아. 이렇게 비 오는 날 할머니가 해주는 바삭바삭한 부침개 하나 젓가락으로 콕콕 집고 찢어서 큼직하게 한 조각 떼어낸 다음 약간은 싱거운 초간장에 폭 담갔다가 한입에 쏙 넣으면 그 맛이…….

하! 연준은 자신도 모르게 입맛을 다시고 말았다.

할머니……. 왜 죽었어?

왜?

왜, 왜, 왜?

연준은 눈물을 훔쳤다. 중년 사나이의 눈물.

비 오는 봄날 달콤한 밀어를 서로 나눌 이 없어서 서러운 눈물인가?

남 보기 칩칩한 왕총각이 구질구질한 방구석에서 혼자 앉아 따라 마시는 소주 같은 눈물인가?

할머니…….

내 눈물 보이는 거죠?

사실 나는 할머니가 없어서 눈물을 흘리는 것이랍니다.

할머니가 보고 싶어서.

나는 지금 저 밖의 소나기보다도 더 많이 눈물을 흘리고 싶다고요. 할머니 때문에.

연준은 눈물 속에서 할머니의 모습을 찾았다. 억수처럼 쏟아지는 빗소리 들으며 할머니를 그리워했다.

할머니, 그 소녀의 눈물이 소낙비 소리 속에서 보이는 것 같았다.


연준.

the JUNE apparel, 한국 이름으로 더준의류패션 사장 강연준은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한때 친자소송으로 부인과 한바탕 소송을 벌인 바람둥이였다. 그 친구에게 유전자감식업체를 소개받았다.

연준은 할머니가 남긴 가위와 낡은 헝겊을 그 업체에게 넘겼다.

그리고 연준은 강릉으로 떠났다.

육이오 당시 강릉은 철도가 연결되어 있지 않았다. 강릉의 경포대와 지금은 동해시의 일부가 된 묵호를 잇는 동해북부선이 전쟁이 터지는 바람에 공사가 중단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강릉과 부산을 잇는 교통은 선박밖에 없었다. 동해북부선은 경상북도 영주로 이어져 영동선이 된다.

또한 강릉의 어항은 육계도(陸繫島)인 견조도에 부설되어 있어서 강릉 시내와는 약간 떨어져 있었지만, 그곳까지 미군의 군함은 들어올 수 없었다. 그 대신 어선이나 소형선들이 들어와 연합군에게 물자를 공급해 주고 있었다. 육계도라 함은 육지와 연결된 섬이라는 뜻이다.

강릉 안목해변 바로 아래의 항구 방파제 근처에 서서 오가는 배들을 바라보는 연준의 눈에는 미군의 군수물자를 바쁘게 실어오고 내리는 인부들과 군인들이 보이는 듯했다.

연준은 돌아서서 주차장으로 가려다 안목해변 쪽을 바라다보았다. 문득 생각나는 장면이 머릿속에서 그림처럼 펼쳐진다.

젊은 시절 잠시 스쳐갔던 여자. 사실은 짝사랑이었지. 대학 서클에서 서해안 태안으로 여름 봉사활동을 간 적이 있었다. 낮에 비지땀 흘리고 일한 뒤 모두 오후 늦게 천리포 해안으로 몰려갔다.

연준은 사실 그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해안가에서 해가 지며 바다가 붉게 물들 때 은근히 그녀의 마음을 떠보려고. 그래서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며 그 여학생 주위를 빙빙 돌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학생들이 해변 한쪽으로 몰려가는 것이었다. 연준이 그쪽을 바라보니 그 여학생이 백사장 한쪽에 서 있고, 그 앞에는 서클 내에서 가장 활달하고 리더 역할을 하는 잘생긴 녀석이 막대기로 모래밭에 크게 뭐라고 쓰고 있었다.

연준은 어쩐지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면서도 가슴을 쿵쾅거리며 그쪽으로 다가갔다.

학생들이 그 두 사람 주변에 몰려서서 함성을 지른다.

연준이 다가가서 학생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모래밭을 보았다.


Amoretti LXXV


저게 뭐야? 게다가 녀석은 모래밭 앞쪽에 꿇어앉아서 그 여학생을 향해 두 팔을 벌리고 있었다.

뭐야? 뭐하는 짓이야?

다른 학생들은 휘파람도 부르고 박수도 치고 하면서 소리 지르고 있었다.

멋있다! 계속해! 고백해!

여학생은 기분이 좋은지, 멋쩍은지, 아니면 수줍은 건지 모를 표정을 지으며 팔짱을 끼고 그 글자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야릇한 미소를 지은 채. 수평선으로 넘어가는 붉은 햇살을 무대 조명처럼 받아가며.

그리고 이어서 그 멋진 녀석은 연준으로서는 짐작도 할 수 없는 그 이상한 문구 밑으로 계속 글자를 써나갔다.

One day I wrote her name upon the strand

But came the waves and washed it away

Again I wrote it with a second hand

But came the tide, and made my pains his prey

‘Vain man,’ said she, ‘that dost in vain assay

A mortal thing so to immortalize

For I myself shall like to this decay

And eke my name be wiped out likewise.’


응? 영시?

떠듬떠듬 읽어보면 대강 뜻은 알 수 있을 것도 같은데, 제목처럼 써놓은 ‘Amoretti LXXV’라는 문구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나중에 연준은 주먹으로 자신의 머리를 쥐어박으며 스스로를 탓했다.

그 엄중한 사태에서 제목이 중요한 거냐고? 여자를 빼앗겼는데. 너는 그래서 안 되는 거야. 아직도 뭐가 뭔지 이해가 안 되지? 아이고, 이 등신아. 남은 석양의 해변에서 낭만적으로 프러포즈하고 있는데 알지도 못하는 영시 제목에나 정신이 팔려 있으니. 영어나 제대로 하면 또 몰라.

연준은 나중에 집에 돌아와서 이리저리 알아본 끝에 그 시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어느 날 나는 그녀의 이름을 모래밭에 썼답니다

그러나 파도가 밀려와 씻겨가 버렸지요

다시 나는 그녀의 이름을 썼습니다

이번에도 바닷물이 밀려와 애써 쓴 글자들을 삼켜버리고 말았습니다

‘헛된 이여’ 그녀가 말했답니다 ‘헛된 일만 하시는군요

헛되게 사라져 버릴 것들을 영원불멸로 만들려 하시나요

나 자신 역시 허망하게 사라져 갈 터이니

내 이름 또한 그와 같이 씻겨나갈 텐데요’


이 시는 ‘시인의 황태자’라고 칭송 받던 영국의 스펜서(Edmund Spenser, 1552~99)가 연인인 엘리자베스 보일(Elizabeth Boyle)에게 보내는 사랑의 연작시 제일 첫 부분이었다. 그러나 제목 ‘Amoretti LXXV’은 연준으로서는 도저히 이해 불가였다. 훨씬 뒤에 아모레티(amoretti)는 ‘작은 사랑의 노래’라는 뜻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때도 ‘LXXV’에 대해서는 도무지 알 수 없었다. 물론 이에 대해서 결국 알아내기는 했지만, 이 일을 생각할 때마다 연준은 씁쓸한 느낌이 들었다.

‘LXXV’는 라틴어 숫자였다.

라틴어로 1에서 10까지는 대부분 알 것이다. 그러면 20부터는 어떻게 표기할까?


10=X 20=XX 30=XXX 40=XL 50=L

60=LX 70=LXX 80=LXXX 90=LC 100=C

500=D 1,000=M

따라서 LXXV=75


세상 살다 보니 별것을 다 알게 된다. 게다가 C=100로 인해 100달러 지폐를 ‘C-note’라고 부른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Note는 특히 영국에서 지폐를 뜻하는 용어로도 사용되는 모양이다.

이렇게 되니 제목인 ‘Amoretti LXXV’는 ‘작은 사랑의 노래 75번’이 되는 셈이다. 음악에서 ‘Sonnet 75’와 같은 의미인 것이다.

그리고 그 녀석이 쓴 구절의 다음은 같다. (물론 이 시는 연작 형식의 장시이기 때문에 그 뒤로도 한없이 이어진다.)


‘Not so,’ (quod I) ‘let baser things devise

To die in dust, but you shall live by fame

My verse your vertues rare shall eternize,

And in the heavens write your glorious name

Where whenas death shall all the world subdue,

Our love shall live, and later life renew.’


‘아니라오’ (내가 대답했지요) ‘비천한 것들은 먼지 속에서

사라질지라도 그대의 이름은 길이 남겨질 것이고

나의 이 시로 말미암아 그대의 고귀함은 영원히 이어지며

천상에서는 그대의 이름이 찬란하게 기록되겠지요

그리하여 죽음이 모든 것을 지배하는 곳에서라도

우리의 사랑은 영원히 내세로 이어질 것이라오’


젠장, 여자에게 다가가려면 이런 시 하나쯤은 주욱 꿰고 있어야 하는 거 아냐? 지금 생각해 봐도 그때 그 녀석 참 멋있었다. 얄밉기는 했지만.

그러나 나중에 어찌어찌하여 듣게 된 바로는 그 둘은 잘 이어지지는 못한 것 같았다. 설사 그렇더라도 젊은 시절 한때의 낭만을 멋지게 장식한 그 녀석이 부러웠다. 그놈만 아니었으면 그 여학생이 내 차지가 되었을지도 모르는데.

연준은 피식 웃었다. 자신을 향해서.

꿈에나…….


부산의 7월.

연희는 소녀에서 처녀가 아니라 과부가 되었다. 열일곱 살 어린 나이에 갓난아기를 품에 안고 우는 홀어미. 연희는 부산 피난민촌에서 아기를 낳은 것이다. 장마가 지루하게 계속되면서 장티푸스가 퍼지고 있는 때였다.

이 시기에 개성에서는 휴전회담이 막 시작되고 있었다. 피난민촌뿐만 아니라 부산 시내 여기저기에서는 남인수의 ‘가거라 삼팔선’과 현인의 ‘전우야 잘 자라’가 스피커마다 요란하게 울려나오고 있었다.

당시 강원도 북부와 함경도 쪽에서 내려온 피난민은 대부분 부산이나 거제도 장승포 일대에 수용되었다. 그러나 피난민이 몰려들자 수용소에서 모두 받아들이기 힘들게 되었다. 그에 따라 부산 시내 여러 곳에서 넘쳐나는 피난민들과 원주민 간에 갈등이 자주 발생하곤 했다.

부산 남구 부두 근처의 우암동에서 가까운 곳에도 피난민촌이 세워져 있었다. 그러나 불어나는 피난민들과 주민들 사이에 다툼이 심해지자 피난민들은 아예 다른 곳으로 이주하기로 했다. 사람들이 기피하는 지역으로.

그곳은 구한말 대한제국이 망하기 직전 부산의 복병산과 대신동에 있었던 공동묘지가 바로 근처로 옮겨간 아미산 자락이었다. 그곳에는 일제강점기 때 지어진 화장장도 있었다. 우암동 피난민들은 바로 그곳으로 옮겨가서 공동묘지 무덤들 사이에 천막을 치고 밤을 보냈고, 낮에는 국제시장이나 자갈치시장으로 나가 일을 하게 된 것이다.

연희는 하야리 시장 포목점에서 쫓겨난 뒤 사람들 소문을 듣고 우암동으로 갔다. 그곳에서 이것저것 심부름도 하도 막일도 하며 지내다 사람들을 따라 아미산 공동묘지로 갔다. 처음에는 시장에 나가서 일을 했지만 얼마 뒤부터 피난민촌에 남아 있는 아이들을 돌보며 공부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연희가 중학교에 다녔다는 사실을 안 공동묘지 사람들이 부탁을 했기 때문이다. 피난민 그 처절한 시대에도 자식들은 가르치려는 억척의 민족.

그러나 연희는 자신의 몸속에서 한 생명이 자라가고 있다는 사실에 늘 몸서리를 치고 있었다. 사실은 무서웠다. 그것을 자신이 감당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그러면서도 시간은 여지없이 지나고 있었다.

배가 많이 불러오자 공동묘지 사람들이 그 사실을 다 알게 되었다. 물론 임신한 사람이 연희만은 아니었다. 대부분 연희보다는 나이가 훨씬 많았다. 부인도 있었고, 처녀라고 알고 있는 사람도 있었으며, 열두어 살 되는 아이도 있었다. 그런데도 연희는 큰 죄라도 지은 것처럼 늘 사람들 눈을 피해 그늘 속에만 있었다.

몇 날 며칠 비가 계속 내렸다. 그리고 여기저기에서 이질이니 설사니 하며 고생하고 있는데 어느 날 장티푸스가 돈다는 말이 나왔다. 바로 그날 연희는 산통이 시작되었다. 주변 여자들이 도와주었다. 그리고 아들을 낳았다.

연희는 난산이었다. 피를 많이 흘렸다. 공동묘지 간이천막은 비가 스며들다 못해 여기저기에서 빗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영양불량에 가녀리고 작은 체구에서 연희 반만 한 아기가 나왔으니 산모는 어떠하겠는가. 게다가 온몸의 피를 다 쏟은 듯 얼굴은 창백하다 못해 백지장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피가 멈추지 않았다.

공동묘지에는 의사가 없었다. 단지 출산 경험이 있는 여러 부인들이 몰려와 각자 다른 처방을 내리고 있었다.

핏덩이, 그러나 우렁찬 울음을 터뜨린 건강한 아기 옆에서는 다른 생명이 죽어가고 있었다.

연희는 눈이 퀭해졌다. 목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다른 이가 안아서 보여주는 아기에게 보내줄 미소만 간신히 지었을 뿐이다. 눈물……? 그런 것도 없었다. 온몸의 진액이 다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이제 생명만 나가면 된다.

그렇게 연희의 몸은 축 처져서 꺼져가고 있었다.

강원도 산골의 그 산기슭……. 보였다.

북으로 끌려가는 아버지, 오빠……. 보였다.

불타는 집, 어머니, 할머니……. 보였다.

사람들 눈을 피해 몰래몰래 돌아들면서 걸어갔던 산 그림자들……. 보였다.

바다 위로 우뚝 솟아오른 바위절벽……. 보였다.

악귀처럼 밀려오던 검푸른 파도들……. 보였다.

저녁 어스름 속에서 남쪽을 향해 걸어가던 한길……. 보였다.

총, 탱크, 그리고 무섭게 노려보는 총구와 포구들…….

그것은 무서웠다. 무서워. 공산당을 노리는 사람들.

강은수…….

도망가! 도망가!

잡히면 안 돼!

죽으면 안 돼!

사랑…….

내 사랑…….

그렇지만 가족의 원수…….

연희는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눈물 몇 방울을 흘렸다.

그리고 의식이 꺼져갔다.


[다음 화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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