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엽서
정욱은 세 번째 엽서를 받았다. 도희의 임종도 보지 못하고 장례에도 참석지 못한 채 한국으로 돌아온 뒤 1년이 조금 지나서였다. 그리고 엽서를 받자마자 정욱은 또다시 곧바로 포르투갈로 향한 것이다. 바로 이번이 그 세 번째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번에 온 엽서는 소포 속에 들어 있었다. 그리고 소포 안에는 책 세 권과 편지, 그리고 엽서가 있었다.
우선 그 책들. 도희가 정욱을 만나면 주려고 산 포르투갈의 예쁜 그림책과 국립박물관에 대한 책, 그리고 포르투갈 화가들의 작품집.
두 번째로, 편지. 도희 부모가 쓴 것이다.
세 번째, 도희가 보낸 엽서. 아니, 보내려고 했던 엽서.
도희 부모의 편지 내용은 대강 이러했다. 우선 사과부터 했다. 도희의 임종 병실에서 쫓아낸 것과 장례에도 오지 못하게 한 것에 대해. 그때는 도희와 정욱의 관계를 알지 못했다고 변명한다. 따라서 딸을 잃은 부모의 슬픔이 앞서 무례하게 행동한 것을 용서하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뒤에 이어진 내용.
그동안 도희가 다시 돌아올 것이라 생각하고 딸애의 물품에 전혀 손대지 않고 있다가
1주기가 되는 날 유품을 정리했다오. 그때 이 엽서를 발견했소.
늦었지만 지금 보내오. 그리고 용서하시오. 우리가 무례하게 했던 것을.
도희의 엽서. 숨을 거두기 사흘 전에 쓴 것이다. 날짜를 보니. 도희는 회화를 공부하고 있었다. 그래서 대학을 마치고 아버지가 외교관으로 있는 리스본의 한 대학에 들어가 대서양의 풍광을 그리고 싶다며 포르투갈로 떠난 것이다. 도희는 그 엽서 뒤에 색연필로 스케치하듯 그림을 그렸다. 아마도 대서양 연안이리라. 흰 구름 몇 조각 떠 있는 망망대해를 바라보고 있는 두 사람. 둘은 해안가 바위에 앉아 있었다. 앞을 보고 반듯이 앉아 있는 남자의 뒷모습. 연푸른색 반팔 남방셔츠. 짙은 남색 진 바지. 둘 다 정욱이 즐겨입는 옷이었다. 남자는 왼팔을 들어서 옆 사람의 어깨를 안고 있었는데, 머리가 긴 것을 보면 여자가 틀림없다. 그러나 여자는 바닷바람에 살짝 흩날리는 듯한 희미한 머리칼 외에는 형체가 없다. 그냥 하얀 것이다. 그러나 사람의 몸이라는 것, 여자의 몸이라는 것만은 알 수 있었다. 그 형체 주변에 바닷가의 잔잔한 바람과 같은 색이 칠해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그림 아래에는 한글로 ‘안녕’이라고 써 있었다.
그것뿐이었다. 파스텔 톤의 아주 잔잔한 색감의 그림.
그러나 그 엽서를 정욱에게 보내는 것만은 확실했다. 주소가 정욱의 작업실이었으니까.
그리고 발신인은 도희 자신이지만, 주소는 그전과는 달랐다. 이렇게 적혀 있었으니까.
대서양이 바라다보이는 곳
그뿐이었다. 그러니까 대서양 바닷가에서 한국의 서울로 보낸 것이다. 그 당시에 바로 보내지 못하고 어딘가에 두었다가 잊혀진 엽서.
그 소포를 받고, 아니 그 엽서를 읽고 정욱은 또다시 포르투갈로 향했다.
두 번째로.
[다음 화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