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by Rudolf

에필로그



정일두는 프로메테우스(Prometheus)에 대해 생각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신. 인간을 위해 대장장이 헤파이스토스의 화덕에서 불을 훔쳐다 주었다. 프로메테우스는 그밖에도 인간에게 글 쓰는 법, 셈하는 법, 가축 기르는 법, 집을 짓는 법, 배를 만들고 항해하는 법 등을 알려주었다.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생존법의 대부분을 가르쳐 준 것이다. 이것 때문에 프로메테우스는 제우스 신에게 미움을 받아 코카서스 산맥의 바위에 쇠사슬로 묶인 채 독수리가 매일 간을 파먹는 형벌을 받았다. 이렇듯 인간을 위해 수고한 탓에 끔찍한 형벌을 받은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덕분에 사람들은 프로메테우스를 선각자(先覺者)로 부르게 되었다. 모든 것을 먼저 깨달은 존재. 속설이나 영화에서 프롤로그(prologue)라고 하는 것은 이 프로메테우스의 ‘pro’에다 ‘logue(언어, 말)’를 붙여서 만들어진 말이다. 미리 알려주는 것, 즉 서막이나 서곡과 같다.

정일두는 한때는 자신이 프로메테우스와 같은 존재라고 생각했다. 몇백 년 앞을 내다보고 동아시아와 서태평양을 아우르는 거대한 제국을 건설하는 것. 이 얼마나 위대하고도 선지자적인 안목이요 통찰인가. 마치 서양의 알렉산더 대왕이 몇천 년 뒤 동양에서 환생한 것처럼 스스로를 생각했다.

그러나 이제는 자신이 에피메테우스(Epimetheus)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에피메테우스는 프로메테우스의 동생이다. 에피메테우스는 형인 프로메테우스가 말리는데도 불구하고 판도라를 부인으로 맞아들였는데, 어느 날 에피메테우스는 판도라가 가지고 있는 상자를 그만 열어버리고 말았다. 그 순간 그 상자에서는 인간에게 해로운 모든 것이 튀어나왔다. 질병과 불행 등등이. 이때부터 에피메테우스는 후각자(後覺者), 즉 늦게 깨닫는 사람의 대명사가 되고 말았다. 이로부터 소설에서 에필로그(epilogue)라고 하면 제일 끝에 가서 알려주는 장(章), 즉 끝맺음이나 결론 또는 후기 같은 것이 되었다. 참고로, 판도라에서 모든 나쁜 것들이 다 튀어나온 뒤 하나 남은 게 있었는데, 그것은 희망이었다.

어떻든 에피메테우스가 된 정일두는 이제 마지막 남은 희망을 인류에게 선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인간의 헛된 탐욕을 허공에 날리는 것.

정일두는 태양관을 건설하면서 설계도면에도 없는 일을 공작해 놓았었다. 그 해저기지가 자신의 의도와 다르게 진행될 때, 즉 태양국의 희망이 사라질 때를 대비해서 그 시설 곳곳에 비밀리에 폭파장치를 설치해 놓은 것이다.

그리고 그 전에 자신이 모은 태양국과 해저 비밀시설에 대한 방대한 내용을 여러 개의 USB에 담았다. 그와 동시에 한국에 있는 지인에게 독도 문서를 쫓고 있는 사람을 찾아내도록 부탁했다. 정일두는 며칠 전에 그 사람의 오피스텔 주소를 받고는 곧바로 미리 준비해 둔 USB를 소포로 보냈다.

그 다음 마지막 축제.

정일두는 해저 비밀요새 태양관의 통제실로 들어가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근 20년간 공을 들인 거대한 시설. 어마어마한 자금이 들어간 각종 장치. 어쩌면 일본의 미래 희망이 될지도 모를 꿈.

정일두는 폭파장치 버튼을 눌렀다.


일본 규슈의 최남단 휴양도시 이부스키 앞바다에서는 갑자기 요란한 굉음과 함께 거대한 물기둥이 솟았다. 마치 지진이라도 난 듯이 그 일대 모든 건물이 흔들리고, 거대한 파도가 주변 해역으로 퍼져나갔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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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확실성의 원리(Certainty Principle) |

이는 필연법칙이라고도 하며, 어떤 경우에도 예외가 존재하지 않아 확실성이 담보되는 상태를 말한다. 예를 들면 자연의 법칙 등이 여기에 속할 수 있다. 인간 생명의 유한성이나 자연의 순환 같은 것들도 포함된다. 일부 학자에 의하면 인과응보 역시 여기에 속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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