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층버스 명왕성에 가다 (1/15)

삼층버스에 우주의 꿈을 싣다

by Rudolf

[위의 사진 출처] Pixabay.com


제1부 | 삼층버스에 우주의 꿈을 싣다



강원도 삼척에서 태백시로 넘어가는 중간에 연화산이 나온다. 그 산의 정상은 1,172미터 높이의 옥녀봉인데, 그곳에서 동쪽으로 조금 더 가면 1,099미터의 투구봉에 다다른다. 그곳에서 남쪽으로 눈을 돌리면 저 아래로 태백시가 보이고, 또 동북쪽으로 샛길을 따라 한 시간만 내려가면 조그만 고아원이자 대안학교가 나온다.

늦가을 밤, 그곳에서는 초등학생 10명과 교사 2명이 마당에 나와서 모닥불을 피워놓고 밤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겨울이 되면 별이 더 많아지는 것 같아.”

“정말 그래.”

“그래서 겨울 밤하늘이 더 화려하단다.”

“오리온자리도 겨울에 나타나잖아요.”

“저기 보이는데.”

“왜 여름엔 안 보이지?”

“네가 지워버렸잖아.”

“내가? 언제?”

“벌써 치매에 걸렸구나.”

“얘들아, 밤하늘에서 제일 밝은 별이 무엇인지 아니?”

“달.”

“달은 별이 아냐.”

“아니야, 달도 별이야.”

“그래, 달도 별이긴 한데, 달이나 해 말고 북반구에서 가장 밝은 별 말이야.”

“북극성.”

“그거보다 더 밝은 별.”

“내 마음의 별.”

“그건 너만 볼 수 있잖아.”

“시리우스.”

“맞았다. 시리우스는 1등성보다 더 밝아. 북극성은 2등성이고.”

“시리우스는 이중성이고, 북극성은 삼중성이래요.”

“많이 아네. 난 그런 것까지는 몰랐는데.”

“북극성이 별 세 개야?”

“그렇대. 너무 멀리 있어서 하나로 보이는 거래.”

“난 명왕성에 가고 싶어.”

“그게 무슨 말이야? 명왕성이 갑자기 거기서 왜 나와?”

“그냥.”

“뭐가 그냥이야?”

“불쌍하잖아.”

“무슨 소리야?”

“응, 그 말이 맞긴 하다. 행성에서 빠졌거든.”

“그거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어? 우리 다 배웠잖아.”

“참, 그러면 명왕성을 뭐라고 불러야 돼요?”

“명왕성을 명왕성으로 부르지, 뭐라고 부르니?”

“홍길동인가?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게.”

“명왕성은 영어로 플루토(Pluto)라고 하잖아. 그런데 지금은 ‘134340 플루토’로 바뀌었단다.”

“이름이 왜 그렇게 길어요?”

“플루토는 영어 이름이잖아요. 우리말로는 뭐라고 해요?”

“플루토는 서양에서 부르는 거고, 동양에서는 그냥 명왕성으로 부르면 되는 거 아냐?”

“아냐, 베트남에서는 염왕성이라고 해.”

“염왕성? 염왕(閻王)이 뭐야?”

“염라대왕을 줄인 건가?”

“그래, 맞다. 염라대왕을 줄여서 만든 이름이란다.”

“왜 그렇게 불러요?”

“염라성이 낫겠다.”

“베트남식 발음은 어떻게 돼요?”

“Diêm Vương Tinh.”

“발음이 어렵네.”

“그럼 명왕성이 염라대왕이라는 뜻이에요?”

“그런 셈이지. 명왕성(冥王星)의 명(冥)이 어둡다는 뜻이거든. 지옥처럼.”

“와, 명왕성 무섭네.”

“그렇지만 명왕성은 처음에는 그냥 ‘행성 X’라고만 불렀어. 보이지 않는 미지의 별이라는 뜻으로. 그때까지만 해도 명왕성의 존재를 모르고 있었거든. 수성, 금성, 지구, 화성,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까지만 알려져 있었을 때야. 그런데 해왕성의 궤도가 예상하고는 많이 다른 거야. 계산한 것보다 멀리 있는 거지. 그래서 해왕성 바깥에 어떤 행성이 반드시 존재하고 있어서 해왕성을 끌어당길 것이라고 생각했단다. 그것 때문에 그 미지의 별을 ‘행성 X’라고 한 거지.”

“X-군단 같은 느낌이 드는데.”

“그게 뭐야?”

“인천상륙작전 때 서울을 탈환한 유엔군.”

“쟤는 별걸 다 알아.”

“그런데 어떻게 이름이 명왕성이 됐어요?”

“1930년에 명왕성이 발견됐는데, 그때 영국 옥스퍼드에 사는 어떤 소녀가 그 이름을 지어주었단다.”

“영국 소녀가 명왕성이라고 했어요? 한자로?”

“아니, 명왕성이라는 말은 일본의 어느 천문학자가 영어의 플루토(Pluto)라는 단어의 뜻에 알맞게 지은 이름이야. 플루토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저승사자 하데스(Hades)를 로마식으로 부른 이름이거든. 그러니까 하데스, 즉 플루토는 햇빛이 닫지 않는 지하세계의 왕인 것이지.”

“디즈니의 미키마우스 만화에 나오는 개 이름도 플루토잖아요?”

“그래, 맞다. 그 별의 이름이 지어지고 나서 오히려 애칭으로 사용되기도 했단다. 그래서 친근한 느낌도 들게 되었지.”

“명왕성에 가고 싶어요.”

“너는 왜 아까부터 명왕성 타령이냐?”

“신비하니까.”

“지옥의 별이 뭐가 그렇게 신비해?”

“그래도 가고 싶어.”

“뭘 타고 갈 건데? 날아갈 거야?”

“버스.”

“뭐라고?”

“우주로 날아가는 버스.”

“돌았군.”

“그런데 왜 버스야?”

“버스가 편하잖아. 널찍하게 앉아서 갈 수 있으니까.”

“그게 괜찮네.”

“좋아. 그럼 이렇게 하자. 우리 모두 그림을 그리는 거야. 너는 명왕성에 가는 버스를 그려보고, 나머지 사람들은 명왕성에 대해 아무거나 그려 봐. 그런 다음 그것을 다 합해서 이야기로 만들어보자. 어때, 괜찮지 않겠니?”

“어떤 그림을요?”

“어떤 것이든 좋아. 명왕성을 생각해서 그려 보거라. 상상력을 총동원해서. 그리고 내일 밤에 모여서 서로 이야기하자. 우리 두 선생님도 그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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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오후 두 선생님은 아이들과 선생님이 그린 12장의 그림을 모아서 살펴보았다. 그런 다음 다시 나누어주며 말했다.

“오늘 저녁을 일찍 먹고 다시 모닥불 앞에 모여 앉자.”

이렇게 해서 또다시 열두 사람은 모닥불 앞에 모이게 되었다.

“우리 선생님 둘이 한 사람은 여기, 또 한 선생님은 저기 맞은편에 앉을 거니까, 그 양옆으로 다섯 사람씩 빙 둘러앉으면 되겠다. 자, 시작.”

선생님 두 분이 모닥불을 중심으로 반대편으로 가서 각각 한 사람씩 앉자 아이들이 그 사이를 다섯 명씩 메우며 앉았다. 처음에는 어디에 앉을까 왔다갔다 하기도 하고, 자리를 바꾸기도 하면서 잠시 어수선하더니 곧 정리가 되었다.

“자, 다 됐지? 그러면 순영이 네가 버스 이야기를 했으니까 너부터 시작하는 거야. 우선 네 그림을 들어서 모두에게 보여주고 나서 그림 설명부터 해봐. 그런 다음 네 생각을 말하는 거야. 한 사람당 10분씩. 선생님 포함해서 여섯 명이 이야기하고 나서 잠시 쉰 다음 다시 시작한다. 괜찮겠니?”

선생님은 아이들을 둘러보았다.

“네!”

아이들이 합창을 한다. 그러나 곧바로 한 아이가 손을 든다.

“중간에 화장실 가고 싶으면 어떻게 해요?”

“지금 미리 갔다 오고, 또 중간에 10분 쉴 거야. 그때 가면 되겠지.”

“마실 거 없어도 돼요?”

“있으면 좋지. 따뜻한 보리차 준비해 둘게.”

“과자도.”

“좋지.”

“나는 빵.”

“그것도 좋고.”

“추우면 어떻게 해요?”

“두껍게 입어야지.”

“비 오면……?”

“오늘 밤엔 안 올 거야.”

“꼭 10분만 이야기해야 돼요? 더 길어지면 어떻게 해요?”

“15분은 넘지 않기.”

“10분이 안 되면?”

“옆 사람이 덤터기쓰는 거지.”

“나는 좋아. 얘기하고 싶은 게 많으니까.”

“이거 녹음해 둬야 하는 거 아녜요?”

“좋은 생각이다. 녹음해서 나중에 이야기책으로 만들자.”

“우와―!”

“재미없는 이야기가 나오면 빼버려요.”

“너나 잘 해.”

“그런데 하나 궁금한 게 있어. 왜 꼭 버스를 타고 명왕성에 가야 돼? 우주선이 더 좋은 거 아냐?”

“내 생각에도 그래. 버스는 날아갈 수 없잖아.”

“아냐. 버스도 날아갈 수 있어.”

“어떻게?”

“내가 그렇게 만들면 되거든.”

“설명이나 해봐.”

“우선 내가 만든 버스는 3층이야.”

“삼층버스?”

“그래.”

“설명해 보라니까.”

“명왕성까지 가는 데 오래 걸리잖아. 그래서 1층에는 우리들의 숙소와 화장실을 만들고, 2층은 교실과 식당, 3층은 전망대야. 그렇게 하면 편하게 갈 수 있잖아. 공부도 하고, 놀기도 하면서.”

“고물버스 같은데. 고장 나면 어떻게 할 거야?”

“고장 안 나. 내가 책임질 거야.”

“운전은 누가 하고?”

“우리 두 선생님이 교대로 할게. 버스는 한 번도 운전해 보지 않았지만 조심해서 할 테니 걱정하지 말거라.”

“얼마나 걸려요, 명왕성까지?”

“얼마 안 걸려. 내 버스는 특급이거든.”

“버스비는?”

“안 받을 거야. 내고 싶으면 내도 돼.”

“나는 안 타고 싶은데.”

“그럼 걸어와.”

“야, 정말 독하다. 인정머리도 없고.”

“그럼 타시든가.”

“자, 이제 그만하고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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