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층버스 명왕성에 가다 (4/15)

세 번째 이야기 | 셰인 국왕의 서거

by Rudolf

[위의 사진 출처] Pixabay.com


세 번째 이야기 | 셰인 국왕의 서거

[이야기 및 각색] 유정화 선생님



카이나는 며칠 전에 끔찍한 비보를 들었다. 토성의 지배자이자 카이나의 아버지인 셰인 국왕이 별세한 것이다. 셰인 국왕은 아들은 없이 딸 카이나 하나만 남겼기에 당연히 카이나가 토성에 돌아가서 왕위에 올라야 했으나, 현재 유배되어 있는 죄인의 몸이기에 장례식에조차도 가볼 수 없는 처지였다. 그리고 토성은 카이나의 팔촌오빠인 머저루 남작이 임시 국왕 대리가 되어 통치하게 되었다. 그러나 머저루는 마음이 여린 사람이어서 실질적으로는 그 부인인 다크클리프가 실권을 쥐고 흔들게 될 것이라고 다들 짐작하고 있었다. 다크클리프는 어렸을 때부터 경쟁심이 많고 표독하기로 소문나 있었다. 그와 동시에 머리가 비상하게 좋으면서도 사람들을 교묘하게 조종하고 부리는 데 능해서 그동안 멍청하고 사람 좋기만 한 남편 머저루를 한 손에 쥐고 흔들어 왔었다.



나라의 통치자 자리는 한시도 비워둘 수 없기에 카이나의 부친 셰인 국왕이 별세하자마자 다크클리프는 남편 머저루를 국왕 대리의 자리에 밀어올리고서 자신이 뒤에서 국왕의 장례일정을 이끌어 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100일 간의 국왕 서거 애도기간이 끝나는 날 공식적으로 자신의 부부가 국왕과 왕비의 자리에 오르려고 계획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 명왕성에 유배되어 있는 카이나 공주를 어떤 일이 있어도 다시 돌아오지 못하게 해야 한다. 사실 셰인 국왕이 타계하고 나서 백성들 가운데에서는 카이나 공주의 귀환을 바라며 태양계 중앙정부인 지구의 최고원로원에 카이나의 복귀를 탄원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카이나 공주는 다크클리프의 이러한 음모는 모른 채 단지 부친 셰인 국왕의 서거에 눈물만 흘리며 지난 며칠을 보냈다. 그리고 오늘 기운이 하나도 없이 탄식의 평원에서 제일 큰 명왕호 옆에 앉아 있었던 것이다. 부친의 장례식에도 가볼 수 없는 자신의 처지를 애통해하며. 그리고 이렇게 슬플수록 더욱 생각나는 마라이트 왕자.

카이나는 왕자가 반드시 살아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은하수로 도피했든지 아니면 케르베로스 위성의 지하감옥에 갇혀 있든지, 그것도 아니면 다른 어느 곳에 은신해 있든지 간에. 그리고 왕자가 언젠가는 나타나서 카이나에게 달려와 이 어둠의 별에서 자신을 구해 줄 것이라 믿고 그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왕자가 떠나는 날 그렇게 약속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암담하기만 할 뿐이었다. 게다가 가끔 다크아이가 찾아와 자기의 부인이 될 것을 권하고 있었다. 다크아이가 반란군 진압에 큰 공을 세운 것을 내세워 카이나의 사면을 요청한 뒤 정식으로 결혼해서 자신의 막강한 힘을 이용하여 카이나 대신 토성의 국왕으로 오르려 계획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때 카이나의 팔촌오빠인 머저루의 부인 다크클리프, 즉 다크아이의 누나를 반드시 제거해야만 한다. 늘 야심에 차서 음모를 꾸미는 다크클리프를 체포해서 다크아이가 지배하고 있는 케르베로스 위성의 지하감옥에 영원히 가둬버려야 하는 것이다. 그곳에서 평생 나오지 못하게 하면서 먹고 자고 고함지르고 울고불고 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유약한 목성의 국왕, 아직 나이가 어려서 세상물정 잘 모르는 천왕성의 국왕, 다크아이의 뇌물에 취해 다크아이의 말이라면 꼼짝 못하는 해왕성의 국왕을 모두 제압할 수 있고, 고집 센 화성의 국왕에게는 어떤 식으로든 모함을 해서 세력을 약화시키면 지구에 있는 태양계 중앙정부인 최고원로원까지 장악할 수 있는 힘이 생기게 된다. 금성이나 수성의 국왕들은 모두 겁쟁이라 다크아이의 적수도 되지 않을뿐더러, 다크아이에게 감히 맞서려 하지도 못할 것이다. 나머지 문제는 지구의 최고원로원을 어떻게 장악하고 움직일 수 있는가 하는 것이지만, 그것은 다른 행성들을 모두 제압하고 나서 생각하기로 했다. 그때쯤 되면 무엇인가 방법이 생길 것이다. 다만 그때까지 어떻게 해서든지 지구를 제외한 다른 모든 행성을 자기 손아귀에 집어넣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 첫 단추인 토성을 장악하는 게 우선이다. 바로 그러한 이유로 인해서 다크아이는 카이나를 자기 아내로 만들려 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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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것을 위해서 다크아이는 자신의 영역인 케르베로스의 지하감옥에 마라이트 왕자를 몰래 가둬놓고 있었다. 그리고 왕자가 우주 다른 곳에 숨어 있는 것처럼 거짓 정보를 흘려놓고 있었던 것이다.

어떻든 이제는 시간이 없다. 누나인 악녀 다크클리프가 어리버리한 남편 머저루 남작을 왕위에 올려놓기 전에 자신의 계획을 실행시켜야 한다. 그리고 그 첫 번째가 바로 카이나와 결혼하는 것이다.

다크아이는 마음이 초조했다. 지금이 아니면 이보다 더 좋은 기회는 다시 찾아오기 힘들다. 하루빨리 일을 성사시켜야 한다.

그러나 다크아이가 아무리 설득하고 심지어 협박까지 해도 카이나 공주의 마음은 돌아서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다크아이는 다른 계획을 준비하고 있었다. 원대하고도 엄청난 계획을. 그리고 거의 그것을 실행할 단계에 접어들고 있었던 것이다.


[제5화]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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