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이야기 | 134340 플루토
[위의 사진 출처] Pixabay.com
[이야기] 제동화 어린이 [각색] 유정화 선생님
부친 셰인 국왕의 서거로 비탄에 젖어 있는 카이나에게 다크아이가 또다시 찾아왔다.
“공주님, 너무 상심하지 마십시오. 그보다는 부친께서 이루어놓은 토성의 번영이 못된 세력에 의해 무너지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그러나 마라이트 왕자의 군대를 기습공격해서 명왕성 연합군이 크게 패배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다크아이를 카이나는 늘 원수처럼 생각하고 있었다. 그 당시에 명왕성과 그 위성들의 군대가 합하여 만들어진 연합군은 총명한 마라이트 왕자를 사령관으로 삼고 있어서 행성추축군의 공격을 넉넉히 막아낼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었다. 그래서 지구의 최고원로원에서는 명왕성의 요구를 들어주어 행성의 지위를 유지하게 해주고 과도한 세금도 줄여주려고 했었다. 또한, 그때까지 명왕성 바깥의 카이퍼 벨트 대에 주둔해 있는 우주경비대의 모든 경비를 명왕성에서 부담토록 한 제도도 없애고 태양계 전 행성이 인구비례대로 나누어 분담케 해주려고 했었다.
그러나 다크아이가 이것을 이간질하여 명왕성이 반란을 일으키지 않을 수 없도록 상황을 악화시킨 뒤 마라이트의 군대를 기습공격해서 명왕성 일대의 우주공간을 장악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 탓에 명왕성은 행성의 지위를 잃고 왜소행성 또는 왜행성이라 불리는 볼품없는 별 중 하나로 전락한 데다 별의 이름도 명왕성에서 ‘134340 플루토’라는 길고도 이상한 이름으로 바뀌게 되었다. 그래도 많은 이들이 옛정을 생각해서 편하게 명왕성이나 플루토라고 부르기는 했지만, 악의적인 사람들은 일부러 ‘134340’이라는 번호로 불러서 마치 무슨 죄수번호처럼 들리게 하는 것이었다. 특히 다크아이가. 참으로 고약한 인간답게.
그리고 카이나 공주는 또 한 가지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는데, 명왕성 뒤에 있는 에리스 왜소행성이 이간질을 심하게 해서 다크아이를 부추겼다고 한다. 에리스는 명왕성보다 약간 큰데도 한 번도 행성의 대접을 받아본 적이 없어서 행성 반열에 올라가 있던 명왕성을 늘 시기했었다. 그래서 어떻게 해서든지 명왕성을 끌어내리고 자신이 행성연합에 들어가게 하려고 오랫동안 온갖 공작을 꾸며왔었다고 한다. 이를 위해 아무도 모르게 다크아이와 접촉해서 명왕성의 탈락을 부추겼던 것이다. 이 과정에서 에리스는 명왕성과 함께 행성 지위를 얻으려는 노력보다는 명왕성을 왜소행성으로 격하시키고 나서, 태양계의 바로 그 아홉 번째 행성 자리를 자신이 차지하려고 음모를 꾸몄었다. 명왕성은 지름이 2,370km인 데 비해 에리스는 2,500km 정도여서 약간 더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국 둘 다 왜소행성으로 남게 되고 말았다.
아, 여기에서 소행성과 왜소행성에 대해 구분할 필요가 있다. 소행성(小行星, asteroid)은 그저 바윗덩어리일 뿐이고, 태양 가까이 오면 표면이 벗겨져서 꼬리가 생기는 혜성으로 바뀐다. 소행성들은 주로 화성과 목성 사이에 있는 소행성대와, 해왕성이나 명왕성 너머에 있는 카이퍼 벨트 대에 몰려 있다. 그 반면에 왜행성이라고도 부르는 왜소행성(矮小行星, dwarf planet)은 조금 다른 개념으로서, 소행성보다는 크고 주변의 다른 천체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중력을 가진 것들을 말한다. 왜소행성을 크기대로 나열하면 에리스(Eris), 플루토(Pluto, 명왕성), 하우메아(Haumea), 마케마케(Makemake) 그리고 세레스(Ceres), 이렇게 다섯 개가 있다. 이것을 다시 태양에서 가까운 순서대로 정리하면 명왕성, 에리스, 세레스, 하우메아, 마케마케가 된다. 이들 왜소행성은 중력이 제법 강해서 명왕성처럼 주변에 달을 거느리고 있기도 하다.
어떻든 명왕성을 제외한 나머지 네 개의 왜소행성은 그 이전까지만 해도 태양계 가장 바깥쪽의 수비를 담당하는 연합수비대에 속해 있었으나, 어느 날 그곳에서 뛰쳐나와 명왕성 반란 때 8개 행성연합의 편에 섰다. 그렇게 해서 결국 명왕성을 행성의 지위에서 끌어내렸으나, 그렇다고 해서 그 네 왜소행성이 받은 혜택은 아무것도 없었다. 오히려 전쟁에 수많은 물자와 병사들이 동원되고 치열한 전투를 통해 많은 사상자를 내면서 경제가 망가지고 왕국 자체가 흔들리는 바람에 모두 다크아이의 손아귀에 들어가고 만 것이다. 그리고 그 뒤는 더욱 참담하게 변해서 그로부터 수십만 년이 흐른 지금은 에리스는 거의 아무도 살지 않는 무인별이나 다름없게 되었고, 그나마 남아 있는 극소수의 주민들은 극심한 기아와 절망 속에서 살아가고 있을 뿐이었다. 다크아이가 그들의 모든 것을 빼앗아갔기 때문이다. 따라서 해왕성 이후의 그 광활한 공간과 무궁무진한 자원은 모두 다크아이의 차지가 되고 말았다. 그곳은 태양에서부터 해왕성에 이르는 면적보다도 수천에서 수만 배도 더 큰 것인데다가 태양계를 외곽에서 완전히 포위하고 있는 형상이어서 혹시라도 다크아이가 흑심을 품고 태양계 내부 행성이나 위성들을 침략이라도 한다면 일이 간단치 않음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이제는 태양계 행성연합에서도 다크아이의 존재를 무시하지 못하는 것을 넘어서서 눈치를 보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되고 말았다. 왜냐하면 태양계에서 우주로 나가는 모든 교통수단도 다크아이의 허락이 없으면 불가능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다크아이는 태양계 외곽의 요충지에 병력을 배치해서 그곳을 통과하는 모든 물자와 사람에 대해 철저히 감시하고 심지어는 조사까지 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공식적으로 요구하지만 않았을 뿐이지 실제로는 통행세 이상의 돈을 받아 막대한 부를 축척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리고 다크아이는 군사들을 집중훈련시켜 강성한 군대로 만들어놓은 상태여서 혹시라도 그가 흑심을 품지 않을까 전전긍긍하여 최고원로원에서는 그에 대한 대책을 세우려 하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마땅한 수단이 없어서 거의 손을 놓다시피 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서도 행성연합에서는 비밀리에 추진하는 일이 하나 있었다. 즉, 비록 태양계 연합에 반기를 들고 싸우긴 했지만 성품이 온화하고 지혜로운 명왕성의 마라이트 왕자를 찾아서 다크아이와 맞서게 하려는 것이었다. 하지만 마라이트가 중과부족으로 전쟁에서 패해 나머지 군사들을 이끌고 우주 저 먼 곳으로 피신했다기도 하고 다크아이에게 포로가 되어 케르베로스 위성의 아주 깊은 지하감옥에 갇혀 있다고도 하는 소문만 난무할 뿐 아무도 그 소문들의 진위와 왕자의 생사에 대해서는 모르고 있었다.
[제6화]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