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층버스 명왕성에 가다 (8/15)

일곱 번째 이야기 | 지하요새

by Rudolf

[위의 사진 출처] Pixabay.com


일곱 번째 이야기 | 지하요새

[이야기] 김인지 어린이 [각색] 배심규 선생님



다크아이는 케르베로스로 급히 돌아갔다. 케르베로스는 지름이 30km 정도밖에 안 되는 아주 작은 위성인데다 빛의 반사율이 7%밖에 안 되어 매우 어둡다. 지옥의 문을 지킨다는 전설의 개 이름에 아주 잘 어울리는 바윗덩어리 위성인 것이다. 그러나 겉에서 보기에는 시커멓고 울퉁불퉁한 바위 천지여서 보잘것없지만 사실 그 지하는 어마어마하다.

다크아이는 단단한 바위를 뚫고 지하요새를 만들었는데, 그 안은 숨이 막힐 정도로 넓고 커서 웬만한 행성들의 도시 못지않았다. 엄청난 크기의 메가시티들은 주로 지구에 있고, 그 밖의 다른 행성이나 위성에서는 이 케르베로스 지하요새를 따라갈 만한 것이 없을 정도였다. 그곳에는 다크아이가 태양계 수비대를 자처하면서 받은 각종 뇌물과 우주해적으로 위장하고 태양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탈취해 온 각종 보물이 쌓여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지하요새에는 장차 다크아이가 태양계를 지배하기 위해서 필요한 수많은 무기와 전쟁물자가 비축되어 있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아주아주 중요한 것. 그것은 지하감옥이었다.

이 지하감옥에는 아주 중요한 인물이 한 사람 갇혀 있었다. 이에 대해서는 다크아이를 비롯한 측근 몇몇만 알 정도로 극비사항이었으며, 이것은 절대로 외부에 알려져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그와 동시에 이것은 다크아이의 숨겨진 보물, 즉 최대의 히든카드였던 것이다. 마지막 순간에 세상에 내밀 어마어마한 음모의 결정판.

다크아이는 지하요새의 책임자인 경비대장과 지하감옥의 간수장을 따로 불렀다. 그리고 그들을 데리고 지상으로 올라가 케르베로스의 흑마성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한꺼번에 3천 명이 함께 파티를 열 수 있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홀이 있었는데, 다크아이는 두 사람을 그곳 한가운데에 마련된 식탁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천장의 높이가 웬만한 산만 했고, 또한 그 홀 안은 온갖 보석으로 장식되어 있어서 태양계 안의 어떠한 성보다 화려했다. 그러나 성 안과는 달리 흑마성의 겉은 완전히 검은 암석으로 지어져 있고 하늘을 찌를 듯한 뾰족하고 높은 탑들이 솟아 있는 데다가 음습한 기운까지 감돌고 있어서 백성들을 포함한 외부 사람들은 모두 가까이 가기를 꺼려하고 있었다. 게다가 성의 탑 주위에는 항상 검은 박쥐와 검독수리 떼가 빙빙 돌고 있어서 마치 지옥의 성과 같은 모습이었다.

“내가 자네들을 이곳에 부른 이유는 한 가지 사실을 알려주기 위한 것이다.”

다크아이는 검고 긴 망토를 질질 끌면서 홀의 한 창가로 다가갔다.

“바로 저곳.” 다크아이는 밤하늘의 한 지점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나는 사흘 뒤 저 별을 정복하기 위해 떠날 것이다.”

다크아이는 몸을 돌이켜 두 사람을 똑바로 바라보며 허리를 펴고 섰다.

“경비대장은 내가 없는 동안 이 별과 성을 단단히 지켜야 한다. 그리고 간수장은 무슨 일이 있어도 그 포로가 탈출하지 못하도록 지켜야 한다.”

다크아이의 검은 눈은 더 깊고 검게 변해 있었으며, 그 두 눈에서는 알지 못할 검은 빛이 흘러나오는 것 같았다.

“그리고 또 하나……, 음…….”

다크아이는 말을 잠시 멈췄다. 그리고는 고개를 들어 까마득하게 올려다보이는 천장 꼭대기를 바라보면서 중얼거리듯이 말을 이었다.

“배신자가 하나 있는 것 같단 말이야…….”

다크아이는 고개를 내려서 다시 두 사람을 쏘아보듯이 바라보았다.

“짐작 가는 놈 있나……?”

다크아이 앞에 앉은 두 사람은 얼굴이 창백하게 변했다. 그리고 포크에 꽂은 잘 익은 살코기를 입으로 가져가려다가 멈칫하고서 다크아이의 얼굴을 살피듯 바라본다.

“아아, 어서들 먹어. 고기는 식으면 맛이 없어진다고.”

다크아이는 그 말만 하고 돌아서서는 그 큰 홀 안이 크게 울리도록 딸각딸각 구두 소리를 내며 걸어서 밖으로 나갔다.



검은 구름이 낮게 깔리고 별 하나도 보이지 않는 암흑과 같은 밤, 다크아이는 태양계 밖의 가장 가까운 행성인 오이키아로 군사들과 함께 떠났다. 2천만의 날개 달린 흑비마 전투병과 1천만의 흑비마 이륜마차 전차부대를 이끌고서. 병사들은 모두 한 손에 횃불을 높이 치켜들고 있었다. 그래서 마치 암흑의 하늘에 횃불의 강이 만들어져 흐르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 광경은 근래에 보기 드문 장관이었다. 밤하늘에 100열로 줄을 이어 날개 치며 달려가는 흑비마 이륜마차 전차병들과 그 뒤를 이어 큰 대열을 이루어 행진해 나가는 흑비마 기병부대들의 끊임없는 행진. 그들의 대열 옆으로는 까마귀와 검독수리 떼가 환송하듯이 함께 날아가며 까악까악 꾸르르꾸르르 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리고 흑마성에서는 병사들을 환송하는 나팔소리가 요란하게 울려퍼지고 있었다. 마치 지옥의 틈에서 울려나오는 듯한 음산한 음악이.

이들 흑비마 군대가 다 떠날 때까지 흑마성 성벽에서는 군악대가 계속 음악을 연주하고 있는 가운데 경비병들은 성벽 위에 모두 올라가서 함성을 지르며 환송했다. 그리고 그들 중에는 근심 어린 눈을 가지고 출병하는 흑비마 군대를 바라보는 한 병사가 있었다. 이름은 고미니.

잠시 후 그는 다른 병사들과 함께 흑마성 내부로 들어갔다. 이제부터는 혹시 모를 적의 기습으로부터 성을 보호하기 위해 보초근무에 나가야 한다. 이 병사는 지하감옥이 있는 별채의 성 근처에서 근무한다. 이 흑마성의 병사들은 3인1조로 되어 있으며 서로서로에 대해 감시하는 역할도 한다. 그리고 만일 셋 중 하나라도 반역하면 셋 모두가 재판 없이 즉시 처형된다. 따라서 한 조가 된 세 사람은 서로에 대해 손톱만큼도 숨기는 것이 없어야 한다. 또한 그 정도로 서로를 믿어주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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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고미니 병사에게 큰 고민이 생겼다. 며칠 전 밤에 성벽 위에서 보초를 설 때 경비대장이 다가와서 나눈 대화 때문이었다.

“흠, 수고하네. 별일 없지?”

“네, 그렇습니다.”

고미니 병사는 화들짝 놀랐다. 경비대장이 일개 보초한테 찾아온 경우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혹시 자신이 무엇인가 잘못한 것이 있는지 괜히 걱정이 되었다.

“자네 고향이 타이탄이라고 했지?”

“네, 맞습니다.”

“가족은 잘 있나?”

“네, 잘 있습니다.”

고미니 병사는 점점 더 걱정이 되었다.

“여기에는 어떻게 해서 오게 되었나?”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신 뒤에 저 혼자 동생 셋을 보살피기가 너무 힘들어 이곳에 자원해서 왔습니다.”

흑마성에서는 많은 돈을 주고 군사들을 모으고 있다는 소문이 우주 전체에 퍼져 있었다. 그래서 수많은 젊은이들이 우주용병이 되기 위해 이곳으로 몰려들고 있었다. 그러나 만일의 경우 배신하게 되면 그 가족까지 무사하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일단 이곳에 자원해서 오게 되면 어떠한 경우든 배신할 수 없다. 이것뿐만이 아니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동시에 외부와는 모든 연락이 금지된다. 혹시라도 이곳의 비밀이 누설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은 그것과 달랐다. 흑마성에 오는 병사의 가족들은 자기 식구 중 누군가가 이곳에서 근무한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는 것이다. 서로 전혀 연락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족들은 자기 아들이 우주 어디의 먼 곳에 가서 떠돌거나 죽었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흑마성에서는 약속과는 달리 그 가족에게 돈을 한 푼도 주지 않고 있는 것이다.

다크아이는 이런 식으로 남몰래 임금착취, 우주해적, 밀무역, 우주관문 등지에서 받는 뇌물 등을 통해 막대한 자금을 모으고 있었다. 그리고 그 돈으로 흑마성을 지어 요새화한 뒤 서서히 자신의 야망을 드러내고 있었던 것이다.


[제9화]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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