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번째 이야기 | 페가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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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번째 이야기 | 페가수스
[이야기] 박희준 어린이 [각색] 배심규 선생님
카이나가 눈물을 닦고 앞을 바라보자 너무 놀라운 광경이 나타났다. 페가수스가 나타난 것이다. 순백의 날개를 펄럭이면서.
카이나는 너무 놀라서, 또한 그와 동시에 너무 기뻐서 그 자리에서 기절할 것만 같았다. 그래서 혹 착각이거나 환상이거나 꿈은 아닌지 의심할 정도였다. 하지만 페가수스가 맞았다. 마라이트 왕자가 타고 다니던 애마. 수십만 년 전에 본 것이지만 절대 잊을 수가 없었다. 이 세상 어떤 백비마보다도 아름답고 건장하며 위풍당당한 그 모습. 마라이트 왕자님과 너무도 잘 어울리는 한 쌍이었던 그 명마 페가수스.
그러나 기뻐하기는 아직 일렀다. 왕자님이 타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찌 된 일인지 모르지만 페가수스 혼자 카이나 앞에 나타난 것이다. 마라이트는 항상 페가수스와 함께 다녔다. 페가수스가 있는 곳에는 반드시 왕자님도 있었다.
“페가수스! 어떻게 된 거야? 왜 너 혼자니? 마라이트 왕자님은 어디에 있어?”
그러나 대답을 할 리 없는 페가수스는 카이나 앞으로 다가와 무릎을 꿇는 것이었다.
카이나는 순간 당황했다.
“안 돼! 나는 여기에서 나갈 수 없어.”
카이나는 페가수스가 무릎 꿇는 의미를 잘 알고 있었다. 그전에도 여러 번 그런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마라이트 왕자가 직접 오지 못할 경우 페가수스만 보내어 태우고 오게 했었던 것이다. 따라서 페가수스가 나타났다면 왕자가 아직 살아 있다는 뜻이다. 어디인지는 모르지만, 페가수스를 보내어 카이나를 데려오게 한 것이라고 카이나는 생각했다.
“페가수스, 나한테 알려줘. 왕자님은 살아 계신 거지? 그래서 너를 보내어 나를 데려오라고 한 거지?”
페가수스는 가볍게 히히힝거렸다. 긍정의 뜻이라고 카이나는 생각했다.
“세상에! 세상에! 그럼, 왕자님은 건강하신 거야?”
또다시 히히힝!
“지금 어디에 계시는 거야?”
페가수스는 고개를 들고 뒤로 돌려서 먼 하늘을 쳐다보았다.
카이나도 그 방향으로 눈길을 돌렸다. 그러나 그곳에는 무수한 별들만 있을 뿐 어느 별인지는 알 수 없었다.
히히힝, 히히힝!
페가수스가 또다시 울음소리를 낸다. 그러나 그것은 좀 전의 것과는 달랐다. 무엇인가 긴급한 일이 생겼다는 뜻 같았다.
“안 돼, 페가수스. 나는 여기에 유배되어 있어. 나갈 수가 없어.”
그러나 페가수스는 다시 한번 히히힝하면서 머리를 숙인다. 어서 타라는 뜻이다.
“페가수스…….”
카이나는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몰라 쩔쩔매고 있었다. 지금은 자신의 아버지인 셰인 국왕의 국장 기간이라서 카이나는 그곳에 갈 수는 없지만, 이곳에서 몸가짐을 조신하게 처신해야 한다. 이 유배지역에서 한 발자국이라도 벗어나는 순간 전자발찌에서 신호가 보내져 순식간에 전 태양계에 경보가 울리게 된다. 그렇게 되면 곧바로 우주경비대가 들이닥치는 것은 물론이고 돌아가신 아버지의 이름에도 크게 먹칠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나중에 카이나가 유배에서 풀려나게 되어도 고향인 토성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또다시 붙잡히게 되면 단지 명왕성 하트 지역으로 유배되는 것이 아니라 어느 먼 별의 지하감옥에 영원히 갇히게 될지도 모르는 것이다. 그리고 혹 카이나 공주가 사면을 받더라도, 원로원에서 불신임을 받아 토성의 왕위를 계승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카이나는 한 발 뒤로 물러나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안 돼. 나는 갈 수 없어. 왕자님이 살아 있다는 것만 알면 돼. 어서 돌아가서 내가 왕자님께 안부를 묻더라고 전해 줘. 알았지…….”
카이나는 이렇게 말하며 터져나오려는 울음을 간신히 참으면서 어서 가라고 손짓을 했다.
그러나 페가수스는 여전히 히히힝거리며 일어나려고 하지를 않는다.
“안 돼, 페가수스. 얼른 가. 나도 힘들어. 빨리 가서 내 안부를 전해 드리고, 항상 몸조심하시라고 말씀드려. 나는 나중에 유배가 풀리면 그때 가서 뵐 거야. 그동안 내가 왕자님을 얼마나 많이 걱정했는지 몰라. 그러나 이제는 됐어. 왕자님이 살아 계시다는 것을 알면 됐어. 네 덕에 내 마음이 편하게 됐어. 고마워. 어서 가, 페가수스.”
그러나 그때 페가수스가 몸을 조금 일으키더니 뒤를 돌아다보는 것이었다.
카이나는 순간적으로 불길한 생각이 들어 페가수스의 눈을 따라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리고는 숨이 넘어갈 정도로 깜짝 놀라고 말았다.
밤하늘에서 어마어마한 군대가 움직이는 것이 보였던 것이다. 다크아이의 흑마군이었다. 지옥의 색깔과 같은 흑비마들이 날개를 활짝 편 채 이끄는 전차들이 끊임없이 하늘에서 줄을 잇고 있었고, 그 뒤로는 흑기마병들이 역시 그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길게 이어지면서 행진하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밤하늘은 저들 흑비마군의 펄럭이는 날갯소리뿐만 아니라, 그들 주변 위아래와 앞뒤옆에서 따르는 엄청난 숫자의 박쥐와 검독수리들이 내는 날갯소리까지 겹쳐서 천지가 진동하는 소음으로 뒤덮였다. 그것은 태양계뿐만 아니라 인근 우주에서조차도 아직까지 볼 수 없었던 엄청난 광경이었다.
카이나 공주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저들이 어디로 가는지 모르지만, 아마도 어딘가를 침략해서 또다시 끔찍한 살육을 벌일 테지.
저 잔인한 다크아이를 막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 혹 마라이트 왕자가 있다면 모를까. 게다가 다크아이는 야망이 아주 커서 장차 이 태양계나 다른 우주에 가서 무슨 엄청난 짓을 벌일지 알 수 없다. 그렇게 되면 온 우주가 그야말로 지옥이 되는 것이다. 수십만 년이 아니라 수천만, 아니 수억, 수십억 년 동안 그렇게 될지도 모른다. 태양계 연합정부에서는 아직 다크아이의 정체나 그 본심을 정확히 알지 못해서 대비를 하지 않고 있을 텐데, 이대로 가면 장차 어떻게 될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지금 어디로 가서 무슨 짓을 저지르려 하는지는 모르지만, 저들이 벌이려는 일은 태양계나 다른 우주 어디에서도 전혀 모르고 있을 것이다.
장차 이 우주는 어떻게 될는지…….
카이나는 또다시 저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 온몸이 공포로 휩싸였기 때문이다.
그때 페가수스가 다급한 듯 또다시 히히힝거린다.
그제야 카이나 공주는 페가수스가 아까부터 왜 그렇게 자신을 다그치는지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카이나가 이곳에 그냥 있으면 다크아이에게 나중에 무슨 일을 당할지 몰라 빨리 피신시키려 하는 것 같았다. 지금 전자발찌나 경보와 같은 것보다 더 긴급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뜻이었다.
맞았다. 그래서 페가수스가 아까부터 그렇게 몸이 달아 카이나에게 사정하듯이 히히힝거린 것이다. 아마도 왕자님에게도 지금 위험이 닥쳐오고 있을지 모른다. 그래서 우선 카이나를 명왕성에서 구출해서 어디 안전한 다른 곳으로 피신시키려 하는 것일 테다. 그것도 모르고 카이나는 벌써 시간을 많이 지체했다.
위험해!
카이나는 뒷일은 생각지 않고 얼른 페가수스에게 뛰어가 등에 훌쩍 올라탔다.
그 순간 페가수스는 벌떡 일어나서 그 큰 날개를 활짝 폈다. 그러자 은빛 가루들이 사방으로 흩어지며 별빛을 받아서 반짝거렸다. 그리고는 곧바로 하늘을 향해 날아올랐다.
카이나는 페가수스 등에 올라타 하늘을 날아가면서도 눈으로는 흑마군이 어디로 가는지 살펴보고 있었다. 그러나 그 방향을 도무지 알 수 없었다.
그런 중에도 페가수스는 카이나가 짐작도 할 수 없는 곳으로 쏜살같이 달려가고 있었다.
[제10화]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