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층버스 명왕성에 가다 (10/15)

아홉 번째 이야기 | 천문학 강의

by Rudolf

[위의 사진 출처] Pixabay.com


아홉 번째 이야기 | 천문학 강의

[이야기 및 각색] 배심규 선생님



해왕성과 명왕성 사이에는 카이퍼 벨트 대가 있어서 수많은 운석들이 흩어져 있다. 해왕성은 카이퍼 벨트 대 초입에 위치해 있고, 명왕성은 카이퍼 벨트 대에서 뒤쪽으로 훌쩍 떨어져 있다. 그러나 명왕성은 태양계의 다른 행성들과는 달리 17도가량 기울어진 채 타원형으로 길게 태양 주위를 돌고 있다. 그런 식으로 돌다 보니 태양에서 가장 멀리 떨어질 때는 카이퍼 벨트 대에서 훨씬 멀리 가 있지만, 아주 짧을 때는 오히려 해왕성 안쪽으로 들어가서 돌게 된다. 태양에서 가장 가까울 때는 44억km, 가장 멀 때는 74억km가 되어 아주 큰 차이가 나는 것이다. 44억km는 우리가 밤낮 쉬지 않고 4,600만 년 걸어서 가야 하는 거리이다. 시속 100km 자동차로 46만 년.

행성들이 태양을 도는 공전주기는 수성 88일, 금성 225일, 지구 365일, 화성 687일, 목성 11.9년, 토성 29.5년, 천왕성 84년, 해왕성 165년, 그리고 명왕성은 284.5년이다. 또한 명왕성의 자전주기는 6일 9시간, 즉 153시간이다. 낮이 76시간, 밤이 76시간가량 되는 것이다. 그러나 낮이라고 해도 그다지 밝지 않다. 따라서 명왕성은 항상 밤이라고 보면 된다.

명왕성이 태양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원일점에서 다크아이는 군대를 일으켜 태양계 외부로 향했다. 다크아이가 향하는 오이키아 행성은 태양계에서 제일 가까운 항성인 시리우스의 가장 바깥에 있는 아주 작은 별이다. 시리우스는 하나의 별이 아니라 백색왜성과 함께 주별인 시리우스가 서로의 주위를 도는 쌍성별의 형태를 지니고 있다.

시리우스는 쌍성별인 백색왜성으로부터 막대한 에너지를 무료에 무제한으로 공급받고 있어서 산업이 크게 발달하고 경제 수준도 높아서 태양계 전체보다도 GDP, 즉 국내총생산이 거의 100배에 달한다. 따라서 태양계 모든 행성과 위성들은 시리우스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데, 그중에서도 자원이 지극히 빈약한 명왕성과 그 다섯 위성은 시리우스에 대한 의존도가 가장 높다. 당연하다. 그들이 태양계 가장 밖에 있으면서 늘 푸대접을 받고 있으니, 그에 대한 반발심리로라도 시리우스 쪽으로 마음이 기우는 것은 인지상정일 터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태양계 연합에게 밉보이면 안 된다. 거리상으로나 뿌리상으로나 역사적으로나 시리우스보다는 훨씬 태양계에 가까우니까.

시리우스는 지구에서 볼 때 태양이나 달 또는 태양계 행성을 빼놓고는 가장 밝은 별이다. 겨울철 남쪽 하늘에서 볼 수 있는 청백색의 창백한 항성이다. 시리우스는 그 표면이 얼마나 매끈거리는지 온 우주의 빛들을 모두 받아서 수십억 배의 밝기로 다시 반사한다. 그래서 이 별의 사람들은 모두 특수안경을 쓰고 있어서 아무리 밝은 빛이라도 눈을 상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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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시리우스에는 수십 개의 행성이 있는데, 이들은 모두 공전과 자전이 일치해서 언제나 한쪽은 낮, 반대편은 밤이다. 그래서 어두운 쪽에 사는 사람들은 행성 주위에 거대한 반사판이 달린 우주 거울을 띄워 시리우스에서 오는 빛을 받아 사용하며, 각 행성의 정부는 그 빛의 크기를 조절해서 밤과 낮을 구분해 준다.

시리우스는 엄청나게 큰 별이어서 무게가 태양의 두 배 정도 된다. 천랑성(天狼星) 또는 낭성(狼星)이라고 부르며, 태양보다 24배나 밝다. 시리우스에는 ‘사냥개의 머리’라는 뜻이 있기도 하며, 천랑성에서 ‘랑(狼)’은 이리를 뜻한다. 즉 하늘의 이리 또는 늑대라는 의미이다. 시리우스가 늑대의 눈처럼 창백한 푸른빛을 띠고 있어서 그렇게 이름을 붙인 듯하다.

그럼 이리와 늑대는 어떻게 다를까?

늑대는 이리와 승냥이의 중간쯤에 해당하는데, 꼬리가 항상 아래로 내려가 있어서 이것으로 개와 구분할 수 있다. 그리고 이리는 대형견인 셰퍼드나 허스키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그래서 늑대와 이리를 같은 종류로 보기도 하는데, 굳이 구분하자면 이리를 회색늑대쯤으로 여기면 될 것 같다.

그러면 승냥이는? 이들은 들개를 뜻한다고 생각하면 될 듯.

영어로는 늑대나 이리, 승냥이를 모두 울프(wolf)라고 한다. 하지만 학명에서는 차이가 난다. 늑대와 이리는 학명이 ‘Canis lupus’로 동일하지만, 승냥이는 ‘Cuon alpinus’이어서 앞의 둘과는 다르다. 하지만 이들 셋을 억지로 구분하다기보다는 그냥 한 가족 한 형제인데 출가한 뒤 각각 다른 지방에 가서 따로따로 살다 보니 생김새와 성격이 조금씩 달라졌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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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런 거 구분하는 게 별 의미는 없는 것 같은데, 지구에 사는 어느 민족만은 기를 쓰고 이 셋을 구분하려 든다고 한다. 그 민족은 이것 말고도 다른 모든 것들을 자잘하게 쪼개어 구분하는 것을 좋아해서 코리아니 코리아니쿠스(Koreani koreanicus)라고 학명을 따로 지어주었을 정도로 별종으로 취급받고 있다. 한 예로 무지갯빛을 다른 민족들은 대개 여섯 가지로 구분하지만, 그 민족만은 일곱 개로 나누었다가 그것에서 발전하여 지금은 2,325,789,645,417개, 즉 23억 개가 넘는 색으로 구분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지금이야 인간의 수명이 수백만 년이 넘지만, 옛날에 백만 년도 못 살던 시대에 외국의 어느 학자가 그 나라에 가서 깨 종류를 세다가 너무 많아서 다 세지 못하고 늙어죽었다고도 한다. 그 바람에 아이들이 말을 잘 안 들으면 지금도 이런 말을 한다. ‘너 말 안 들으면 코리아에 보낸다.’ 어느 별에서건 아이들은 이 말만 들으면 모두 경기를 일으킨다. 올림픽을 한번 시작하면 30년 동안 하는데, 그중에서 가장 지겨운 경기가 깨 종류를 세는 시합이다. 30년 동안 누가 가장 많은 깨 종류를 구분할 수 있는가 하는 시합이다. 그런데 지난 수천만 년 동안 금은동 모두 그 민족이 독차지하고 있다. 그 나라 사람들은 맨날 방구석에 앉아서 잠도 안 자고 깨 종류만 세는 모양이다. 커다란 돋보기로 들여다보면서. 게다가 깨를 세는 종목도 엄청 많다. 앉아서 세기, 서서 세기, 물구나무 해서 세기, 왼쪽 눈만으로 세기, 오른쪽 눈만으로 세기, 양쪽 눈 다 뜨고 세기, 돋보기 보고 세기, 돋보기 없이 세기, 남녀 단식, 복식, 혼합식, 등등 그 종목에만 메달이 100개가 넘는다. 그래서 올림픽 종합 1등은 항상 그 나라 차지다. 또한 올림픽 말고도 월드컵 깨 세기 시합이 올림픽과 올림픽 사이에 열리는데, 그 시합이 하도 지겨워서 그 중계방송은 아무도 안 본다.


[제11화]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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