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층버스 명왕성에 가다 (11/15)

열 번째 이야기 | 아이스라 위성

by Rudolf

[위의 사진 출처] Pixabay.com


열 번째 이야기 | 아이스라 위성

[이야기] 윤민혁 어린이 [각색] 배심규 선생님



카이나 공주는 페가수스를 타고 카이퍼 벨트 대를 넘어 시리우스 쪽으로 향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태양계 연합경찰에서 아무도 쫓아오지 않는 것이었다. 틀림없이 경보가 울렸을 텐데.

어떻든 페가수스는 아무런 추격이나 제지도 받지 않고 오이키아 행성에 도착했다. 오이키아 행성은 시리우스 행성계 중에서 가장 밖에 있는 작은 별이지만, 무엇보다도 자원이 풍부해서 시리우스 행성연합 중에 가장 부유한 곳이다. 그것뿐만이 아니라 과학이 특히 발달하고 각종 편의시설이 잘 되어 있어서 주민 모두가 평화롭게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오이키아 행성에는 한 가지 큰 문제가 있었다. 너무 오랜 옛날부터 범죄가 전혀 없다 보니 경찰과 군대도 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먹고 살고 공부하고 휴식하며 병원 가는 모든 문제는 정부에서 무료로 해결해 주고, 오직 스포츠와 오락과 레저에만 빠져 있었던 탓에 모든 주민이 나약해 있는 상태였다.

오이키아 행성에는 달이 10개 있었는데, 그중 한 곳인 아이스라 위성은 아무도 살지 않는 무인위성이었으나 수십만 년 전에 태양계에서 피신해 온 한 종족이 살고 있었다. 아이스라 위성은 크기가 명왕성의 10배 정도 되는데, 그들은 그 위성의 거칠고 춥고 어두운 환경을 이겨내며 그곳에 신천지를 건설해서 그런대로 잘 살아오고 있다. 그러나 이들도 오이키아 행성에 물들어 최근에는 많이 나태해져서 사람들이 게으른 상태였다.


아이스1.jpg


카이나와 페가수스는 바로 이 아이스라 위성의 북극으로 곧장 날아갔다. 1만 미터가 넘는 설산들이 높이 솟아 있는 그곳에는 아무도 모르는 비밀기지가 있었다. 자신들이 떠나온 고향 명왕성으로 돌아가기 위해 오랫동안 계획을 세워 오고 있는 사람들의 기지. 그들은 언젠가는 명왕성으로 돌아가 그곳을 지금 자신들이 살고 있는 아이스라 못지않은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려는 꿈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다크아이가 명왕성 주변에서 지키고 있는 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게다가 그들에겐 자신들을 이끌 만한 강력한 지도자도 없었다. 옛날에는 마라이트 왕자가 중심이 되어 아무리 어려운 일이 있어도 극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왕자가 행성추축국과 전투를 벌이던 중 다크아이의 기습을 받았는데, 그 이후 실종되고 말았다. 전투 중 전사했다는 말도 있고, 다크아이의 포로가 되었다는 말도 있지만 그 어느 것도 확실치 않았다. 왕자의 시신도 찾지 못했고, 다크아이의 흑마성에서도 아무런 정보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251.jpg


그렇게 수십만 년이 흐른 뒤 어느 날, 아이스라 위성의 북극 밤하늘에서 밝게 빛나는 하얀 물체가 다가오고 있었다. 그것은 그때까지 보지 못했을 정도로 빠르게 곧장 아이스라의 북극기지 쪽을 향해 날아오는 것이었다.

아이스라 위성의 북극 설산산맥 한가운데에 세워진 백설성의 꼭대기 성곽에서 경비를 서던 한 파수꾼 병사가 그것을 목격하고 급히 주임상사에게 보고했다. 그 보고는 곧장 경비사령관에게까지 올라갔다.

“하얀 물체? 이 근처에 우리 말고는 하얀 것이 없어. 모두가 알록달록한 색깔뿐이지. 어떻게 된 것인지 더 자세히 알아봐.”

주임상사가 파수꾼 병사에게 달려갔다.

“그 하얀 물체가 어디에 있나?”

“저쪽 태양계 방향을 자세히 보세요.”

“흠……. 그래, 무엇인가 보이긴 보이는군.”

“아까보다 많이 커졌습니다.”

주임상사는 망원경을 꺼냈다. 그리고 저 멀리 있는 물체에 초점을 맞췄다.

“보인다!”

주임상사가 외쳤다.

“저것은 백비마야. 은백색 날개가 달린 백마!”

주임상사는 곧장 경비사령관에게 달려갔다.

“맞습니다. 은빛 날개 백비마가 달려오고 있습니다.”

경비사령관은 곧바로 성곽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주임상사의 망원경을 받아 자세히 살폈다.

“저것은 페가수스다!”

경비사령관이 외치듯 말했다.

“그리고 뒤에 누가 타고 있어. 긴 머리칼이 휘날리는 것을 보니 여자야.”

경비사령관은 이 비밀기지의 총사령관인 에이곤 공작에게 달려갔다.

“공작님, 페가수스가 달려오고 있습니다. 전속력으로. 그리고 그 뒤에는 은백색의 긴 머리칼을 가진 여자가 타고 있습니다.”

에이곤 공작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뭐라고? 페가수스와 은백색의 긴 머리칼이라고? 틀림없나?”

“확실합니다. 몇 번 확인했습니다.”

“그렇다면 그것은 틀림없는 카이나 공주님이시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행방불명된 마라이트 왕자님의 페가수스와 명왕성에 유배된 공주님이 갑자기 이곳에 나타나다니.”

에이곤 공작은 성곽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망원경으로 페가수스를 확인한 뒤 경비사령관에게 말했다.

“어서 공주님 맞을 준비를 하라. 모든 병사들은 성곽 위에 올라오게 하고 군악대도 준비시켜라. 그리고 내가 직접 공주님을 마중 나갈 것이니 마차와 호위병사들을 준비시켜라.”

곧이어 에이곤 공작은 수백 명의 호위병사들과 함께 백비마를 타고 밤하늘로 날아올랐다.

에이곤 공작이 전속력으로 달려가자 저 멀리에서 보이던 은백색 물체가 점점 크게 다가오는 것이었다. 그러더니 곧이어 확실한 형체가 보이기 시작했다. 맞았다. 페가수스와 그 뒤에 타고 있는 한 여인.

에이곤 공작과 호위대는 있는 힘을 다해 백비마를 몰았다.

그리고 잠시 뒤 카이나 공주와 페가수스를 만날 수 있었다.

에이곤 공작은 말에서 내려 한쪽 무릎을 꿇은 뒤 다시 일어나서 입을 열었다.

“카이나 공주님, 저는 마라이트 왕자님을 모시던 에이곤 공작입니다. 이렇게 제가 공주님을 모시게 된 것이 영광입니다.”

“아, 공작님. 아직 살아 계셨군요. 정말 다행입니다. 그럼 왕자님의 군사들도 아직 남아 있는 것인가요?”

“물론입니다. 비록 전투에서 패하긴 했지만, 나머지 병사들과 함께 이곳 시리우스 행성계의 아이스라 위성에 피신해서 비밀기지를 만들어두었습니다. 제가 공주님을 그리로 모시겠습니다.”

이렇게 해서 군악대의 웅장한 음악이 연주되는 가운데 카이나 공주는 호위대와 함께 아이스라 위성의 북극 비밀기지인 백설성에 도착하게 되었다.

백설성에서는 온 백성이 나와서 카이나 공주를 맞았다.

만세! 만세! 만세!

공주님, 어서 오세요!


[제12화]로 계속

이전 11화삼층버스 명왕성에 가다 (1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