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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및 각색] 유정화 선생님과 배심규 선생님
에이곤 공작에게 두 사람의 긴급 전령이 도착했다. 각각 한 가지씩 놀라운 소식을 가지고.
하나는 명왕성 결사대가 마라이트 왕자를 구출해서 지름길로 아이스라 위성을 향해 전속력으로 달려온다는 것이었다. 명왕성 결사대에 대해서는 그동안 극비로 되어 있어서 몇몇 사람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 에이곤 공작은 자신의 최측근 부하인 바하우 기사에게 비밀리에 암흑성에 잠입해서 마라이트 왕자의 행방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다. 바하우 기사는 어리버리한 농부 출신으로 위장해서 암흑성 군사로 들어간 뒤 그곳 지하감옥에 마라이트 왕자가 포로로 갇혀 있는 것을 확인했다. 그런 뒤 에이곤 공작에게 그 사실을 알렸고, 에이곤 공작은 위험을 감수하고서 그전부터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었던 암흑성 경비대장에게 비밀편지를 보냈다. 경비대장은 군인으로서 강직한 성품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윗사람에게 절대 복종하고 있었지만, 마음속으로는 다크아이에게 큰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경비대장으로서는 다크아이의 케르베로스 위성이 마라이트 왕자의 영토이기 때문에 자신이 충성해야 할 대상은 다크아이가 아니라 마라이트 왕자라고 생각한다는 사실을 에이곤 공작은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다크아이가 모든 군사들을 장악하고 있어서 경비대장은 자신의 본마음을 숨긴 채 맡겨진 일만 묵묵히 하고 있었다. 그러한 중에 바하우 기사를 통해 에이곤 공작의 비밀편지를 받고 나서 경비대장은 마음을 굳히게 되었다. 어떻게 해서든지 마라이트 왕자를 탈출시키기로. 그렇게 해서 명왕성 결사대와 비밀리에 연락을 주고받은 뒤, 다크아이가 대규모 병사들을 이끌고 우주정벌에 나서자 그 틈을 이용해서 마라이트 왕자를 탈출시킨 것이다.
바하우 기사는 마라이트 왕자가 암흑성에서 탈출하자마자 가장 용맹한 부하 하나를 불렀다.
“자네는 지금부터 전 속력으로 아이스라 위성으로 달려가게. 중간에 무슨 일이 일어나도 상관하지 말고 무조건 달려야 해. 자네 한 사람에게 우리 모두의 운명이 달려 있네. 다크아이 놈보다 빨리 아이스라 위성에 달려가서 에이곤 공작에게 마라이트 왕자님이 탈출한 소식과 다크아이의 대군이 그곳으로 출발했다는 사실을 알려야 해. 이것은 자네 목숨보다 더 중요한 일이네. 어떤 일이 있어도 성공해야 돼. 자네 한 사람에게 우리 모두의 운명이 달려 있어. 알겠나?”
바하우 기사는 비장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잘 알겠습니다. 목숨 걸고 제 임무를 완수하겠습니다.”
바하우 기사는 자신이 아끼던 애마를 그 전령에게 주면서 말했다.
“어서 출발하게!”
이렇게 해서 전령은 죽을힘을 다해 그 먼 아이스라 위성을 향해 달려가서 드디어 에이곤 공작을 만나게 되었다.
“공작님! 바하우 기사님이 보낸 편지입니다.”
이 말을 하고 전령은 그 자리에서 기절해서 말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너무도 지쳤던 것이다.
그 순간 또 다른 전령이 아이스라 성에 도착했다.
“공작님, 다크아이의 대군이 오는 방향을 알아냈습니다!”
에이곤 공작은 다크아이가 언젠가는 아이스라 위성을 알아내고 공격해 올 것이란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어느 곳으로 침략할지는 몰랐기 때문에 부하 여러 명을 우주 상인으로 위장시켜 드넓은 우주 공간 여기저기를 다니며 정보를 모으도록 했다. 그 결과 사람들이 전혀 다니지 않는 황무지와 같은 곳으로 다크아이의 대군이 몰려온다는 사실을 한 부하가 알아내게 되었다. 그 황무지는 오랜 옛날부터 저주받은 지옥으로 소문이 나서 아무도 가까이하지 않던 곳이었다. 죽은 자의 무덤이라는 별명을 가진 그곳은 전쟁에서 죽은 병사들의 울음소리만 끊임없이 들려오고 우주의 별빛들도 그곳에 들어가면 마구 뒤틀려 괴기한 형상을 만들어낸다고 소문이 나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에이곤 공작을 비롯해서 어느 누구도 다크아이가 그곳을 통해 쳐들어올지는 생각지도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다행히도 민첩한 부하가 그 사실을 알아내고서 전속력으로 백비마를 타고 달려와 에이곤 공작에게 알리고는 그 부하 역시 말에서 떨어져 기절하고 말았다. 며칠 동안 먹지도 자지도 못하고 달려왔기 때문이다.
에이곤 공작은 카이나 공주에게 마라이트 왕자가 케르베로스 지하감옥에서 탈출했다는 사실을 알렸다.
“공주님, 기쁜 소식이 있습니다. 마라이트 왕자님이 이곳으로 오고 있습니다.”
“어머나! 그게 정말이에요? 어떻게 된 거예요? 왕자님이 그동안 어디에 계셨었나요?”
“왕자님은 오랫동안 케르베로스 위성의 지하감옥에 갇혀 있었습니다. 다크아이의 소행이었지요. 그렇지만 그놈은 그 사실을 지금껏 감추고 있었습니다. 왕자님이 그곳에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태양계 연합정부에서 왕자님을 넘겨달라고 요구할 것이기 때문에 비밀리에 가둬두고 있었던 겁니다. 그렇지만 우리의 명왕성 특공대가 오랫동안 정보를 모으고 공작을 꾸며서 왕자님을 탈출시킬 수 있었습니다.”
“너무 잘 되었네요! 정말 다행이에요. 왕자님은 지금 어떠신가요? 건강하신가요? 병이 든 것은 아니겠지요?”
“아닙니다. 왕자님은 강인한 분이셔서 그동안 온갖 고생을 잘 이겨내고 몸도 아주 건강하십니다. 지금 이곳으로 전속력으로 달려오고 있습니다.”
이 말을 한 다음 에이곤 공작은 약간 얼굴이 어두워지면서 말을 이었다.
“그런데 위급한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다크아이가 3천만 명의 군사를 이끌고 이곳으로 쳐들어오고 있다는 정보를 방금 받았습니다.”
“어머나! 이를 어째요?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저희의 선발대가 왕자님을 모시기 위해 방금 전에 떠났습니다. 그리고 제가 그동안 훈련시킨 우리의 정예부대도 곧 출발할 겁니다. 제가 그 병사들을 이끌고 떠나야 해서 인사드리기 위해 이렇게 온 겁니다. 왕자님의 탈출 소식도 알려드리고요.”
“잘 되었어요. 그러나 몸조심하세요. 그리고 왕자님을 만나면 제 안부를 전해 드리세요. 저는 걱정하지 말고 다크아이를 막는 데만 힘을 쓰시라고요. 그런데……, 페가수스는……?”
“아, 물론 페가수스는 제가 직접 데리고 가서 왕자님에게 전해 드릴 겁니다. 페가수스도 왕자님이 탈출한 것을 알았는지 얼굴이 환해진 채 몸이 달아 있습니다. 그리고 당분간은 왕자님은 이곳에는 오시지 못하고, 우리 병사들과 합류한 뒤 다크아이의 군대를 기습하게 될 겁니다. 그럼 이제 다녀오겠습니다. 꼭 승리하고 돌아오겠습니다.”
에이곤 공작은 한쪽 무릎을 꿇고 인사한 다음 카이나 공주의 방에서 물러나왔다.
이렇게 해서 에이곤 공작은 자신의 군대를 데리고 아이스라 성을 떠나게 되었다. 카이나 공주는 성루에 올라가서 떠나는 군사들에게 손을 흔들어 주며 말했다.
“부디 승리하고 돌아오세요! 몸조심하시고요!”
마라이트 왕자와 명왕성 특공대는 아이스라 위성을 향해 밤낮없이 말을 달렸다. 그리고 며칠 뒤 저 멀리에서 우주먼지를 일으키며 달려오는 군사들을 발견했다. 그와 동시에 그 군사들에 앞서서 두 백비마가 전속력으로 달려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마라이트는 잠시 멈춰서서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잠시 후 두 백비마가 마라이트 왕자 앞에 도착했다.
백비마에서 두 병사가 뛰어내려 한쪽 무릎을 꿇고 말했다.
“왕자님, 저희들은 에이곤 공작님 부대의 선발대입니다. 공작님께서 저희들이 먼저 달려가서 왕자님을 맞아 모시고 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공작님도 정예부대를 이끌고 곧 도착하실 겁니다.”
마라이트는 말에서 내려 두 병사의 손을 잡고 일으켰다.
“정말 반갑다. 고맙구나. 그래, 에이곤 공작은 건강한 거지?”
“물론입니다. 그리고 한 가지 반가운 소식을 전해드리겠습니다.”
“무슨 소식?”
“카이나 공주님이 명왕성을 탈출해서 지금 아이스라 성에 머물고 계십니다.”
“뭐라고! 그게 정말인가?”
마라이트 왕자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물론입니다. 지금 아주 건강한 모습으로 왕자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마라이트 왕자의 얼굴은 갑자기 밝은 은빛으로 환하게 밝아졌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소식도 알려드리겠습니다. 페가수스도 공작님과 함께 달려오고 있습니다.”
“아…….”
마라이트 왕자는 말을 잇지 못했다. 이렇게 놀라운 소식을 한꺼번에 들을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에이곤 공작의 정예부대는 마라이트 왕자와 만나자마자 조금도 지체하지 않고 다크아이의 대군이 쳐들어오고 있는 방향으로 향했다. 마라이트 왕자는 페가수스로 옮겨타고 전속력으로 달렸다.
그렇게 해서 마라이트의 군사들은 저주받은 황무지 입구에 도착해서 다크아이의 군대를 기다릴 수 있었다.
하루 뒤에 드디어 다크아이의 군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3천만 명이나 되는 어마어마한 군사들이 우주 공간 한복판에 나타난 것이다. 게다가 그 군사들이 마라이트 왕자의 군사들을 보고서 공격대형으로 늘어서자 하늘 이쪽 끝에서부터 저쪽 끝까지 모두 뒤덮을 정도로 엄청난 모습이었다. 군사들이 얼마나 많은지 그들 뒤로는 별빛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또한 다크아이 암흑군들의 검은 복장과 흑비마들이 온 하늘을 뒤덮어 우주의 모든 기운이 죄다 그리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흑비마들이 펄럭이는 날갯소리가 온 우주를 소란스럽게 하듯 요란했다.
어마어마한 흑비마 대군의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보기만 해도 기절할 것만 같은 그 엄청난 광경. 아마 우주가 시작되고 나서 그러한 모습은 처음이고, 앞으로도 다시는 보지 못할 것 같은 광경이었다. 마치 온 우주가 그 모습에 숨을 죽인 듯 다른 모든 별빛들조차 초라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 반면에 흑마군을 마주하고 있는 마라이트 왕자의 백비마 군사들은 너무도 초라하게 보였다. 누가 봐도 상대가 될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때 흑마군 앞에서 한 남자가 아주아주 새카매서 지옥에서 나온 듯이 보이는 흑비마에 탄 채 앞으로 나오고 있었다. 바로 다크아이.
“이 조무래기들아, 내가 누군지 아느냐? 어디 감히 내 길을 막느냐?”
다크아이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우주의 밤하늘에 울려퍼졌다. 듣기만 해도 음산하고 지옥의 기운이 느껴지는 그 목소리였다.
“어서 비켜라! 그리고 항복하거라! 그렇지 않으면 이 자리에서 모두 저승으로 보내주고 말겠다!”
하지만 백비마 군사들은 조금도 동요하지 않고 있었다. 오히려 백미마 군사들 앞에서 한 장수가 커다란 날개를 가진 말을 타고 천천히 나오는 것이었다.
다크아이는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그 광경을 지켜보기만 했다.
그러나 백비마가 점차 다가오자 다크아이의 자신만만하던 표정에 의문이 돌기 시작했다.
“저놈 뭐하는 거야? 감히 나한테 맞서겠다는 거야?”
하지만 백비마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계속 다가오고 있었다. 그런데 백비마의 모습이 심상치 않았다. 보통 백비마들보다 날개가 두 배 이상 컸던 것이다.
“그럴 리가 없는데……?”
다크아이는 무엇인가 잘못된 듯한 느낌을 받았다. 더군다나 흑비마 군사들 사이에서 수군거리는 소리도 들려오기 시작했다.
“저거 페가수스 아냐? 마라이트 왕자가 타고 다니던 페가수스…….”
다크아이도 의심스럽기는 했지만, 자기 뒤쪽에 서 있는 3천만의 대군들 앞에서 우물쭈물한 모습을 보일 수 없어서 다시 큰 소리로 외쳤다.
“이놈아, 빨리 와서 네 모습을 보이거라! 이 조무래기야!”
백비마가 점차 다가오자 흑비마 군사들의 웅성거림은 더욱 커져갔다. 그에 따라 다크아이도 점점 더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드디어 백비마가 가까이 다가왔다.
그런데 백비마에 타고 있는 남자의 모습이…….
“말도 안 돼! 그럴 리가 없어.”
다크아이는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드디어 백비마 위에 올라탄 남자의 모습이 확실히 보이기 시작했다. 은빛 머리칼을 흩날리고 있는 근엄한 모습의 남자.
“마라이트 왕자다!”
다크아이는 흑마성 깊은 지하에 갇혀 있어야 할 마라이트를 보고서 자기 눈을 의심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이럴 리가 없는데……. 저놈이 어떻게 여기에 나타난 거야? 혹 쌍둥이? 아니야, 그런 일은 있을 수 없어. 뭐가 뭔지는 모르지만 엄청나게 잘못됐어.”
그때 흑비마 군사들 사이에서 외침이 들려왔다. 흑비마 군사들이 동요하기 시작한 것이다.
“죽었다고 하지 않았어? 그런데 저렇게 살아 있잖아.”
“우리는 원래 마라이트 왕자의 군사였잖아.”
“이거 어떻게 된 거야?”
“우리 왕자님인데…….”
그때 백비마에 올라탄 마라이트 왕자가 어두운 밤하늘에 커다란 칼을 치켜들었다. 그 칼에서 우주의 모든 별빛이 반사된 듯 신비한 빛이 흘러나오면서 사방으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그 순간 우주 전체를 흔들 듯한 어마어마한 음성이 울려퍼졌다. 마라이트 왕자가 우렁찬 목소리로 외친 것이다.
“명왕성 용사들아, 들어라! 나는 마라이트 왕자다! 내가 돌아왔다!”
그 목소리는 서로 마주보고 서 있는 두 군대의 모든 군사들 머리 위로 퍼져나가 은하수 저 너머로까지 달려가는 것 같았다.
“자, 저 하늘을 돌아다보아라! 은하수가 갈라져 있는 모습을!”
흑비마 군사들은 모두 돌아서서 은하수를 올려다보았다. 그러자 은하수 한가운데가 갈라져서 두 갈래로 나뉘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 그것은 엄청난 숫자의 흑비마 군사들의 그림자가 은하수에 비쳐서 그렇게 보인 것일 뿐이었다.
하지만 그 순간 흑비마 군사들은 겁에 질리기 시작했다. 은하수가 반으로 나뉘어 둑이 무너져서 이제 곧 어마어마한 물이 자신들 뒤로 쏟아져 내려올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그때 마라이트 왕자가 높이 치켜들고 있었던 칼이 천천히 앞을 향해 내려오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아이스라 위성의 군사들 속에서 백비마들의 흥분한 울음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은빛 먼지가 한꺼번에 일면서 백비마들이 앞으로 달려나가고 있었다.
흑비마 군사들은 백미바 군대의 은빛 먼지와 백비마들의 거친 울음소리에 놀라 갑자기 대형이 흐트러지기 시작했다. 뒤에서는 은하수 물이 쏟아져 내려오고, 앞에서는 칼을 치켜든 채 백비마와 함께 달려오는 마라이트 왕자의 군사들…….
3천만의 흑비마 군사들은 우왕좌왕하면서 서로 부딪치고, 말에서 떨어지고, 말 머리를 돌려 도망갈 틈을 찾아 이리저리로 흩어지고 있었다.
그러는 중에 다크아이는 말 위에서 혼란스러운 모습으로 눈을 이리저리 돌리며 엉망진창이 된 자신의 흑마군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문득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다보니 눈부시게 흰 말이 커다란 은빛 날개를 펄럭이며 돌진해 오고 있는 것이었다. 그 말 위에서는 온 우주의 별빛을 한 몸에 받아 신비로운 은백색 빛으로 온몸이 둘러싸인 한 남자가 은빛 가루가 흩어지고 있는 칼을 번쩍 치켜들고 있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