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장 | 왼손잽이오
1
목포행 완행열차에 인희는 몸을 실었다.
봉제공장에서 뛰쳐나온 뒤 공장 정문 옆의 쪽문 가로대를 밀고 밖으로 나와서 인희는 거리를 무작정 뛰어갔다. 어디를 어떻게 갔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다만 아무도 없는, 정적과 어둠만 남은 길을 무작정 걸었다. 통행금지 시간인데도 아무도 막아서거나 붙잡지 않았다. 큰 대로로 나와서 걷고 또 걸었다. 그렇게 해서 인희가 도착한 곳은 안양역이었다. 그곳에서 목포행 첫 기차에 올랐다.
10시간이 넘게 걸려 목포에 도착했다. 인희는 선착장 대합실로 가서 흑산도 가는 배편을 알아보았다. 그날은 없었다.
인희는 대합실 밖으로 나가 이곳저곳 둘러보았다. 선착장 건너편으로 삼학도가 보였고, 서쪽에는 유달산이 솟아 있었다. 남쪽에 보이는 섬은 고하도라고 했다. 그 옆으로 등대가 보였다. 해곶에서는 바다 건너 자그마한 돌섬들만 보였지만, 이곳은 모든 것이 복잡했다. 사람들도, 건물도, 자동차도, 선박들도.
해가 지고 어둠이 내리고 거리에 사람들이 뜸해질 때 인희는 대합실로 다시 들어갔다. 여기저기에 큰 보따리나 나무상자 등을 내려놓고 그 틈에 종이상자 깔아놓고서 앉아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인희는 찢어진 종이상자 쪼가리 주워와 한쪽 구석에 가서 앉았다. 밤이지만 그리 춥지는 않았다.
인희가 무릎을 껴안고 머리를 파묻고 있는데 누군가가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얼굴을 들어보니 억세게 보이는 아주머니였다. 얼굴은 검게 타 있었고 몸은 뚱뚱했다. 아주머니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무거워 보이는 보따리 둘을 인희 옆에 내려놓는다. 그리고는 말도 없이 옆에 주저앉았다.
아주머니는 보따리를 조금 풀어서 이것저것 뒤적이며 확인하는 것 같더니 다시 꼭꼭 싸맨다. 그리고는 인희를 돌아보며 식빵을 내밀었다. 인희는 고개를 흔들었다.
“어디서 왔니?”
“서울에서요.”
인희는 엉겁결에 대답했다.
“여기 내 옆에서 떠나지 마.”
아주머니는 보따리 하나를 앞으로 끌어와서 앉는다. 그리고는 더는 말이 없었다.
인희는 피곤하기는 했지만 잠은 오지 않았다. 그냥 머리를 무릎에 파묻고 있을 뿐이었다. 갑자기 아주머니가 팔꿈치로 인희를 툭 친다.
“내 옆으로 조금 더 붙어. 그리고 고개 들지 마.”
인희는 갑자기 겁이 났다. 고개를 약간 들어 아주머니를 쳐다보려 하는데 다시 말소리가 들려왔다.
“고개 숙이고 있어.”
그 순간 저 앞쪽에서 누군가가 다가오는 무거운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인희 근처까지 와서 멈춘다.
“내 조카야. 내버려둬.”
아주머니가 퉁명스럽게 내뱉었다.
잠시 뒤 발자국이 멀어져 가는 소리가 들렸다.
“나쁜 놈들. 저런 놈들에게 잡히면 안 돼.”
다음날 아침 일찍 인희는 흑산도로 향했다. 그러나 어딘지 모를 바다 한가운데서 배는 한동안 서 있었다.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하는 말을 들으니 기관이 고장을 일으킨 모양이라고 한다. 다른 사람들이 모두 갑판으로 나간 사이에도 인희는 선실에 앉아 있었다. 잠시 뒤 배는 기관소리 요란하게 울리며 다시 파도를 헤치고 나아갔다.
그러는 동안 인희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그러나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은 것 같았다. 그저 멍하니 바다만 바라보고 있었을 뿐…….
인희는 12시간 이상 바다에 떠 있었는데도 마치 잠깐 사이에 흑산도까지 간 느낌이었다. 마치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았다. 어젯밤 목포항 터미널에서 가방을 움켜잡고 잠잤던 것, 그곳에 오기까지 이리저리 산천을 돌기도 하고 시커먼 터널을 지나면서 덜컹덜컹 크게 울리던 기차바퀴 소리에 귀를 기울이던 그 길고 긴 시간이나, 공장을 나와 마치 온 도시에 자기 혼자만 남고 모든 사람이 사라진 듯했던 그 밤길, 희미한 불빛 속에서 두 사람이 옥신각신한 뒤 창문 밖으로 떨어져 나뒹굴었던 여자와 남자의 환영 들이 인희의 머릿속에서 시간과 공간이 뒤섞여 혼란스럽게 소용돌이치고 있었던 것이다.
저녁바다가 붉게 물들 무렵 인희는 흑산도에 도착했다. 가도와 대둔도 사이를 지날 때 승객들을 따라 인희도 갑판으로 나가 바닷바람을 맞았다. 저녁바람이 차가워 인희는 옷깃을 꼭꼭 싸매고 바다로 떨어지는 해를 바라보았다. 하늘도 바다도 온통 붉은색이었다. 배곳에서도 그러한 광경을 수없이 봐왔지만 그날 그 모습은 인희에게는 전혀 낯선 것이었다. 마치 처음 보는 붉은 일몰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부두에 내려 인희는 머리에 수건을 두른 치마저고리 섬 아낙들의 함지박 사이로 조심조심 걸어나갔다. 이제부터는 결정을 해야 한다. 어디에서 무엇을 할지. 그러나 인희는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여기까지 올 때도 그러했지만, 인희는 이곳에 와서도 자신이 왜 이 섬에 온 것인지 스스로도 분명히 알지 못했다. 다만 머릿속에서 계속 맴도는 것은 순지 언니였다. 그 언니가 흑산도를 말했고, 눈물을 흘렸고, 그 눈에 흑산도를 담고 있었다. 그 눈이 인희의 마음으로 들어와 흑산도는 마치 인희 자신의 것 같았다.
그날 밤 인희는 부두 여인숙에서 하룻밤 묵었다. 다음날 아침 일어났을 때 어젯밤 어디에서 왔느냐, 몇 살이냐, 혼자 온 것이냐, 무엇을 하려는 것이냐 등등 인희에게 쏟아졌던 질문에 어떻게 대꾸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다만 이 아침 전혀 새롭고도 낯선 세상이 자신 앞에 놓여 있다는 것만은 확실하게 깨달을 수 있었다.
인희는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다.
2
흑산도에서 저 머얼리 떨어진 섬. 순지 언니는 그렇게 말했다. 어디일까? 인희는 지리에 대해서 잘 모른다. 더군다나 생전 처음 와본 섬에서 어디에 어떤 섬들이 또 있는지, 그곳에는 어떻게 가야 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다만 흑산도에서 저 머얼리 떨어진 섬이 어디일지 그것만이 궁금했다.
인희는 선착장에 가서 지도를 보았다. 흑산도를 중심으로 동서남쪽으로 멀리까지 섬들이 어지러이 흩어져 있었다. 북쪽으로는 섬이 거의 없었던 모양이다. 흑산도와 동쪽으로 거의 붙어 있는 가도와 대둔도, 다물도, 영산도. 그리고 서쪽으로는 대장도, 더욱 서쪽으로 한참 떨어져서 홍도, 그 바로 옆에 탑섬. 그러나 남쪽으로는 저 멀리 한참 아래까지 여러 섬이 흩어져 있었다. 흑산도에서 주욱 내려가면 상태도와 중태도, 강섬, 하태도. 또 더 아래로 만재도, 그 다음 비스듬히 서쪽으로 한참 저 밑에 소흑산도가 외롭게 그려져 있었다. 소흑산도 옆에는 괄호 속에 ‘가거도’라고 써 있었다. 흑산도와 소흑산도 사이는 70km.
흑산도에서 70km……. 70km가 어느 정도 거리일까? 짐작이 가지 않았다. 지도에서 가장 밑에 그려져 있는 것을 보니 멀기는 먼 모양이다. 그곳이 순지 언니가 말한 흑산도에서 저 머얼리 떨어진 섬일까?
인희는 매표소에 가서 물어보았다. 흑산도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섬이 어디냐고. 소흑산도라고 한다. 더 먼 섬은 없느냐고 물었더니 소흑산도가 한국에서 가장 서쪽에 있는 섬이라고 한다. 그 너머는 중국이란다.
인희는 망설여졌다.
저 머얼리 떨어진 섬…….
그래, 가자.
인희가 소흑산도에 가는 배가 언제 떠나느냐고 묻자, 일주일에 서너 번 왕복하는 배가 10분 뒤에 출항한다고 대답한다.
서둘러 배표를 사서 인희는 배에 올라탔다. 목포에서 흑산도로 올 때의 배보다 훨씬 작았다. 인희가 마지막 선객 같았다.
인희가 배에 오르자 사람들이 일제히 돌아다보았다. 호기심 어린 눈길. 아니, 의뭉스러운 표정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열대여섯 살 되었을까, 게다가 바닷바람은 한 번도 안 쐰 듯한 말간 피부. 대한민국 최서단까지 가는 사람이라고는 느껴지지 않을 곱상한 모습. 게다가 보호자도 없이 혼자다. 그리고 여자아이. 중학생? 아니면 고등학생?
두꺼운 외투를 입은 아주머니가 참지 못하고 물었다.
“아가, 어디 가는 거니?”
인희는 대답 없이 고개만 떨구었다.
“어디 아프냐?”
인희는 고개를 흔들었다.
아주머니가 무엇인가를 내민다. 고구마 같았다.
인희는 고개를 흔들었다.
“얼굴이 해쓱한데 먹어둬.”
인희는 고개를 흔들었다.
누군가가 “아, 냅둬. 싫은가벼.” 하는 소리가 들린다.
인희는 속으로 생각했다. 순지 언니에 대해서 물어볼까? 섬사람들은 혹시 알 수 있지 않을까? 섬들에는 사람이 별로 없을 테니 서로들 잘 알고 있을지도 몰라. 인희는 잠시 망설였다.
혹 순지 언니를 아는 사람이 나타난다면 뭐라고 말해야 할까……? 죽었다고? 자살했다고? 목을 맸다고?
다음 순간 인희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흔들었다. 그럴 수는 없다.
그러는 중에도 여기저기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쟤가 작년에 죽은 김 서방 딸 닮았어…….”
인희의 귀가 곤두섰다. 순지의 성, 김……. 김순지.
“아니, 생김새뿐 아니라 저 애처럼 곱상하고 피부도 고왔잖아. 섬 아이답지 않게.”
“그년 섬이 싫다고 도망가더니 아직까지 어디 가서 처박혀 있는 거야. 지 애비 죽은 거 알기나 하려나?”
“도망가면 그만이지 뭘 알아?”
“뭐 도망간 애들이 한둘이야……?”
“아니, 그짝 만재도에서도 저번에 또 하나 달아났다며?”
“그렇다니까. 순지 년이 도망간 뒤로 너도 나도 내빼고 있어. 벌써 넷이야, 넷.”
“아, 만재도뿐만 아녀. 다른 섬들도 다 마찬가지여.”
“그려 그려. 누가 그런 섬에서 썩으려고 하겠어. 젊은 애들이. 나 같아도 도망가겠다.”
“그 나이에 뭍에 가서 잘도 살겠다. 비렁뱅이 아니면 그 짓들 하고 돌아다니겠지. 안 그려?”
“아니, 그런데 곱상하니 야린 애가 웬일로 섬에 들어간댜?”
그 뒤로도 이런 말 저런 말이 쉴 새 없이 흘러나왔다.
만재도……. 인희는 사람들 말을 귀 뒤로 흘리면서 생각에 잠겼다.
그래, 만재도야. 순지 언니가 살았던 곳. 아까 선착장 지도에서 본 이름이었다. 소흑산도 위쪽에 있는 섬이다. 만재도와 소흑산도 사이에는 다른 섬이 없었다. 그곳도 머얼리 떨어진 섬이다. 틀림없다. 육지에서, 흑산도에서 저 머얼리 떨어진 섬. 만재도.
배는 상태도, 중태도, 하태도를 들러 만재도로 향했다. 배가 닿는 곳마다 사람들이 내렸다. 무거운 짐들을 들고 지고 이고서. 자그마한 항구마다 한두 시간씩 머물더니 오후 들어 오른쪽으로 강한 햇빛을 받으며 남쪽을 향해 배가 나아갔다. 배 안에는 사람들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인희는 그늘진 배 왼편으로 가서 바다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만재도에서 내릴까?
내려서?
집에 찾아가?
그리고는?
아, 아버지가 작년에 돌아가셨다고 하는데 집에는 누가 남아 있는 걸까?
순지 언니는 집이나 가족에 대해서는 전혀 말을 하지 않았다. 부모도 형제도 자매도, 자라온 과정도, 환경도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다. 순지의 눈은 늘 꿈꾸는 것 같았고, 그 눈에서 인희는 슬픔 같은 것을 느꼈었다. 아무에게도 말하고 싶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어쩌면 말할 것도 없었을지도 모른다. 인희 자신처럼. 인희도 해곶에 대해 말하지도 않았고 말할 것도 없었다. 무슨 말을 한단 말인가? 인희 자신이 보고 듣고 느낀 것은 오직 슬픔뿐인데. 인희도 순지처럼 고향에서 도망쳐 나왔다. 그런 자신이 누구에게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혹시 인희의 눈에서도 순지 언니의 눈처럼 슬픔이 비쳐나오지 않았을까…….
아마도 그럴 거야.
만재도에는 가지 말자. 인희 자신도 해곶에는 가지 않으려 하지 않는가. 자신뿐만 아니라 어느 누가 자신을 찾으려 해곶에 가는 것도 원치 않았다. 해곶은 인희에게서는 잊혀진 곳이다. 아니, 어느 누구에게도 잊혀진 곳이다. 그런 곳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 모든 사람에게서 사라진 마을. 지도에도 없는 곳. 그러하니 어떻게 그곳에 가겠는가.
인희는 자신이 만재도에 가는 것을 순지 언니도 원치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뿐 아니라 순지라는 이름도 기억하길 바라지 않을 것 같았다. 어느 누구도. 인희 자신이 그러한 것처럼. 순지는 이 세상에서 사라졌다. 인희도 지금 인간사회에서 사라지려 하는 것이잖은가.
배가 만재도를 거쳐 소흑산도 남쪽 끝으로 가서 부두에 도착했다.
인희를 포함해서 일곱 명이 내렸다.
[다음 화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