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성긍 May 26. 2024

주니어 PM의 '불확실함과 불안'에 대한 짧은 회고

1년 전, 2년 전보다 불확실함에 덜 취약해졌습니다

01. 불확실함에 덜 취약해졌습니다


PM이라는 역할로 직업 생활을 시작한 이후로 변한 제 모습 중 마음에 드는 부분은 '불확실함에 덜 취약해졌다'는 것입니다. 이 점을 오래 건강하게 유지하고 싶어 이 글을 남깁니다.


저는 애매한 영역에 머무르는 것을 지루해해서 뭐든 빠르게 결정하고 여부를 확실하게 하는 것을 선호합니다. 인생에서 꽤 중요한 결정일 수 있는 것들도 그리 오래 고민하지 않고 결정하고 이행했습니다. 그래서 무언가 불확실한 상황을 유쾌해하지 않는 정도가 다른 사람들보다 비교적 더 컸을 겁니다. 


그런데 PM으로 직업 생활을 시작하고 나니 매일매일이 불확실한 것들의 연속이었습니다. 이리저리 고민하고 도출한 가설을 검증하려면 제작 비용이 드는데 비용 대비 검증 효과가 너무 작으면 어떻게 하지 / 정책 변화에 따라 더 이상 A를 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는데 그 확률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없다 / 등등.. 이전에 다른 역할로 직업 생활을 할 때에는 잘 몰랐던 여러 불확실한 요소에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불확실함의 비용을 고려해 상황을 지켜보거나 결정을 내리는 것이 PM의 주된 역할이라는 것을 깨닫는 것도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02. 불확실함은 어디에서 올까요


불안하지만 어찌어찌 내린 의사결정들을 돌아보는 과정에서 깨달았던 건, 우리를 괴롭게 하는 불확실함은 "지금 무엇을 할지"가 아니라 "지금 이것을 함으로써 어떤 결과가 나올지, 그래서 다음엔 무엇을 할지"에 가까웠다는 것입니다. (지금 무엇을 할지 조차도 불확실하다면 그건 문제가 제대로 정의되지 않은 상황이라 별개의 문제로 다뤄야 하고) 결국 미래의 것, 그러니까 지금의 우리가 어찌 없는 것에서 불확실함이라는 스트레스가 온다나름의 소결을 내릴 수 있었습니다.


그 누구도 정확하게 알 수 없는 것을 확실하게 하고 싶어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고 억지라는 사실. 그간 수많은 목격과 조언으로 어설프게나마 알고 있었던 너무나 당연한 명제이지만 스스로의 머리로 생각하고나서야 마음에 와닿게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언젠가, '스트레스는 해소가 아니라 관리의 대상이다'라는 말을 들었는데 불확실함도 그와 비슷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03. 불확실함을 포용하자는 생각으로 나아간 계기


'내가 무엇 때문에 불안한지, 그 중에 어찌 할 수 있는 것과 어찌 할 수 없는 것은 무엇인지'를 생각하다보니 점점 불확실함의 모습이 구체적으로 변하고 그러다보니 점점 덜 두려워졌던 것 같습니다. 어둠 속에서 바스락 바스락 소리에만 의존해 무언가가 다가온다는 때보다 그것의 형체를 두려운 것처럼요.


예를 들어 어떤 가설에 대해 검증에 성공할지, 실패할지는 제가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그것의 불확실함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 전혀 의미가 없습니다. 제가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어떻게 하면 검증 비용을 가장 낮출 수 있는지, 검증에 실패하면 그 다음에는 어떤 (또 실패할 수도 있겠지만) 시도를 해볼 건지에 대한 Plan B 를 수립하는 것입니다. 


회사에서 자주 들었던 말 중의 하나인 '실패는 디폴트니 저렴하게 실패할 방법을 찾자'도 결과에 대한 불확실함을 너무 크게 생각하지 않게 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된 마인드셋이었습니다. 명문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이렇게 생각하고 '결과' 그 자체보다는 '결과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집중하는 동료들을 만난 복도 매우 컸습니다.


더불어 최근에 읽었던 '제정신이라는 착각 (필리프 슈테르처)' 에서 지나친 확신의 위험과 관련된 가설과 사례를 곱씹을 수 있게 되었는데요. '불확실함에서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 없다'에서 한발 더 나아가 '불확실함을 포용할 수 있어야 한다'로 생각을 전환하게 된 중요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인상 깊게 읽었는지 문장 메모를 많이 남겨두었네요.


"우리는 세계에 대한 완전한 진실을 알 수 없다. 우리의 확신은 이런 불확실함에 대처하기 위한 우리 뇌의 중요한 전략이다. 확신은 우리에게 불확실함으로 가득한 세상에서 옳은 것을 하고 있다는 안도감을 준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주관적 확실함에 오도된 채 자신의 확신만이 옳다고 여겨서는 안 된다."

필리프 슈테르처 (2023). 제정신이라는 착각 (김영사) 320쪽


뭐든 확실하게 하고 싶어 하는 것이 문제를 빠르게 해결하고 싶어하는 것보다도 당장 내 마음의 안정을 위한 성급한 선택은 아니었는지를 돌아보며 반성하는 귀한 기회가 되었습니다.







무엇 하나 확실한 것이 없지만 그 안에서 나름의 안정감을 찾아나가기, 여전히 어렵고 앞으로 더 많은 문제들을 직면하면서 더 큰 시련(?)도 오겠지만. 1년 전, 2년 전과는 다른 태도로 조금 더 용기 있게 불확실한 것들을 마주할 수 있게 된 모습이 마음에 듭니다. 내년 이맘때 이 글을 다시 읽으러 올 때도 부끄럽지 않을 수 있게 불확실함들을 마주해보겠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간결하게 업무하기 : Google Sheets Sync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