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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위험한 공감(1) - 특별 교육

등급 기억과의 첫 공명 체험

by 이태원


3화. 위험한 공감(1)

특별 교육


특별 교육실의 불이 켜지자 숨을 들이킨다.

일반 측정실과는 완전히 다른 공간이다.

벽면을 가득 채운 모니터들이 끊임없이 수치를 갱신하고, 천장에는 [위험등급 처리실]이라는 붉은 글자가 번쩍인다.

어둠 속에서 푸르게 빛나는 기억 보관함들이 한쪽 벽을 가득 채우고 있다.


[기억 위험도 측정 시스템 가동]

[담당 관리사: 강민준]

[대상자: 서하린]

[특이사항: 비정상 공명도 / 관리 필요]

[현재 정신력: 97/100]


"여기가..."


"위험 기억 처리실입니다."


민준이 단호하게 말한다.


"일반 관리사들은 출입할 수 없는 곳이죠. 평소엔 저와 윤세아 팀장님만 사용합니다."


주변을 둘러본다.

일반 측정실의 깔끔하고 차가운 분위기와는 달리, 이곳은 마치 기억들이 살아 숨쉬는 것 같은 묘한 긴장감이 감돈다.

기억 보관함에서 흘러나오는 희미한 빛이 마치 잔상처럼 벽에 맺혔다 사라진다.


[보관 기억 현황]

- A등급: 접근 불가 (잠금)

- B등급: 3건 (처리 대기)

- C등급: 12건 (처리 중)

- D등급: 47건 (관리 중)

- E등급: 156건 (안정화)

- F등급: 982건 (일반 관리)


민준이 건넨 기억 카드를 조심스럽게 만진다.

차가운 금속 표면 위로 [위험등급 F] 스티커가 붙어있다.

심장이 더 빠르게 뛰기 시작한다.

카드 표면에서 미세한 진동이 전해진다.

마치 누군가의 심장 박동처럼.


"이건... 연습용 기억인가요?"


"실전입니다."


민준이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한다.

그의 표정이 미세하게 굳어진다.


"당신의 비정상적인 공명도를 확인하기 위한 테스트죠. F등급이라 위험도는 가장 낮습니다만..."


입술을 깨문다.

보통 신입 관리사들은 최소 3개월간의 기초 훈련을 받은 후에야 실제 기억을 다룰 수 있다고 했다.

그것도 가장 안전한 E등급부터 시작해서.


민준이 벽면의 디스플레이를 터치하자 위험등급 분류 체계가 뜬다.


[위험등급 기억 분류]

F등급: 일상적 트라우마 (처리 난도 ★)

- 이별, 실연, 경미한 상실

- 일상적 좌절과 실패

- 기본 정신력 10 소모


E등급: 경미한 심리적 충격 (처리 난도 ★★)

- 가벼운 사고 후유증

- 인간관계 단절

- 기본 정신력 20 소모


D등급: 중간 수준 트라우마 (처리 난도 ★★★)

- 심각한 배신과 상처

- 중대한 선택의 후회

- 기본 정신력 30 소모


C등급: 심각한 정신적 손상 (처리 난도 ★★★★)

- 폭력, 사고의 직접적 경험

- 극단적 선택 충동

- 기본 정신력 50 소모


B등급: 집단 트라우마 (처리 난도 ★★★★★)

- 재난, 사고의 집단 기억

- 사회적 트라우마

- 기본 정신력 70 소모


A등급: 최고 위험도 (처리 불가)

- 정부 지정 위험 기억

- 기억 왜곡/오염 가능성

- 접근 시 영구적 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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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되셨나요?"


고개를 끄덕이자 민준이 기억 공명기를 작동시킨다.

차가운 금속이 관자놀이에 닿는 순간, 의식이 아득해진다.

이전과는 다른 차원의 감각이 밀려온다.


[기억 공명 시작]

[대상: 34세 여성 / 3년 전 기억]

[주의: 감정 전이 위험]

[정신력 소모: -10]

[현재 상태: 공명 진행 중]

[예상 소요 시간: 10분]


순간 낯선 감정이 밀려든다.

무력감, 배신감, 그리고 깊은 상실감.

마치 내 감정처럼 선명하게 전해진다.

머릿속에서 남의 기억이 마치 영화처럼 펼쳐진다.

동시에 온몸의 감각이 예민해진다.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손바닥에서는 식은땀이 배어나온다.


[생체 신호 변화 감지]

심박수: 95회/분 (↑)

혈압: 132/85 (↑)

피부 전도도: 상승

뇌파 패턴: 이상 징후


"이건..."


내 눈앞에 한 여자가 보인다.

사랑하는 사람의 결혼식장.

하객으로 참석한 그녀는 축하 인사를 건네고 있다.

베이지색 원피스를 입은 그녀의 손이 미세하게 떨리는 것까지 선명하게 보인다.

겉으로는 미소 짓고 있지만, 그 순간의 고통이 생생하게 전해진다.

청첩장을 받았을 때의 충격, 드레스를 고르며 흘린 눈물, 식장에 들어서는 순간의 현기증까지.


[공명도 상승 중]

[현재 수치: 92%]

[위험 임계점 접근]

[경고: 감정 전이 위험]

[즉시 정신력 보충 필요]


"읽기를 중단하세요."


민준의 경고가 들리지만 이미 늦었다.

내 의식은 그 여자의 감정에 완전히 동화되어 있다.

심장이 조여들고, 숨이 막히는 것 같다.

마치 내가 그 자리에 서 있는 것처럼.

축하 꽃다발의 달콤한 향기, 웨딩마치의 선율, 하객들의 축하 속삭임까지 모든 감각이 생생하게 전해진다.


'축하드립니다.'


그 말을 하는 순간의 고통.

목소리가 떨리지 않게 하기 위해 손톱을 손바닥에 파고드는 순간의 예리한 통증.


'늘 행복하세요.'


입술은 웃고 있지만 눈물이 나려는 순간.

속눈썹 끝에 맺혔다 터지지 않은 눈물방울의 무게까지.


'잘 사세요.'


목소리가 떨리지 않게 애쓰는 찰나의 긴장.

심장이 터질 듯이 뛰는데도 우아한 미소를 유지하려 애쓰는 그 순간의 아픔.


[공명도 임계점 돌파]

[현재 수치: 95%]

[경고: 즉시 중단 필요]

[자동 차단 시스템 가동]

[정신력 고갈 위험]

[현재 정신력: 2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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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하린 씨!"


민준이 급하게 공명기를 떼어낸다.

자신도 모르게 흐느끼고 있다. 뺨을 타고 눈물이 흘러내린다.

손바닥에는 손톱자국이 선명하다.

기억 속 그녀가 그랬던 것처럼, 나도 모르게 손톱을 파고들게 한 것이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네요."


민준이 모니터를 확인하며 말한다.

그의 목소리에 미세한 떨림이 있다.


"공명도 95%. 타인의 기억에 거의 완전히 동화됐어요. 보통은 50%만 넘어도 위험하다고..."


민준이 서랍에서 파란색 알약을 꺼낸다.

정신력 회복제다.


"일단 이걸 드세요. 정신력이 너무 낮아졌습니다."


내 손이 떨린다.

아직도 그 여자의 감정이 가슴 한켠에 남아있다.

웨딩마치가 귓가에 맴돈다.


[정신력 회복제 투여]

[예상 회복량: +30]

[부작용: 일시적 현기증]

[권장 휴식: 2시간]


"죄송합니다... 제가..."


"사과할 일이 아닙니다."


민준의 목소리가 조금 부드러워진다.

잠시 망설이는 듯하더니 그가 말을 이어간다.


"이건 당신의 특별한 재능이에요. 동시에 가장 큰 약점이 될 수도 있죠."


떨리는 손을 매만진다.

특별한 재능이라고?

그저 비정상적인 수치라고만 생각했는데.


"앞으로 이런 위험 기억들을 다루게 될 겁니다.

하지만 조심해야 해요. 타인의 감정에 너무 깊이 공감하다 보면..."


민준이 잠시 말을 멈춘다.

그의 눈빛이 흔들린다.

마치 무언가를 떠올리는 듯한 표정이다.


"자신을 잃을 수도 있으니까요."


민준의 말에 고개를 든다.

문득 궁금해진다.

그는 자신의 기억을 어떻게 지웠을까.

아니, 정말로 지웠을까.

그의 흔들리는 눈빛이 무언가를 말해주는 것 같다.


[특별 교육 1일차 종료]

[다음 세션: 내일 09:00]

[교육 내용: 위험등급 D 기억 처리]

[주의사항: 정신력 완전 회복 필수]


특별 교육실의 불이 하나씩 꺼지기 시작한다.

하지만 기억 보관함의 푸른 빛은 여전히 흐릿하게 빛나고 있다.

마치 누군가의 기억이 살아 숨쉬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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