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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기억 관리사(1) - 첫 출근

비정상적 공명도를 지닌 신입 관리사의 첫 출근

by 이태원 Feb 27.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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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기억 관리사(1)

첫 출근


"고객님의 소중한 기억은 기억 거래소에서 안전하게 관리됩니다."

새벽녘의 푸른 네온사인이 내 시야를 가득 채운다.  

차가운 빛은 유리 외벽을 타고 흘러내리며 마치 기억이 흐르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88층짜리 마천루는 도시의 다른 빌딩들과는 달리 푸른빛으로 빛나고 있다.  

마치 도시의 기억을 모두 빨아들이는 거대한 장치처럼.


브런치 글 이미지 1


순환신경계통을 자극하는 기억 공명제를 투여받은 지 한 시간.  

뒷목의 뻐근함보다 더 강하게 느껴지는 건 이상한 현기증이다.  

주변의 모든 것이 조금 더 선명하게, 그러나 동시에 비현실적으로 보인다.


[공명제 투여 후 1시간 경과]  

[부작용 지속 시간: 57분]  

[일반 부작용 지속 평균: 15분]


손목시계에 떠오른 알림을 확인하며 내 상태가 정상이 아님을 다시 한번 실감한다.  

대부분의 신입 관리사들은 이미 부작용에서 벗어났을 시간인데.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확인한다.  

기억 거래소 신입 관리사 명찰이 붙은 회색 정장이 낯설다.  

27살의 늦은 나이에 시작하는 새로운 직업.  

스스로도, 주변에서도 이해하지 못했던 선택이었다.


'1년 전이었다면...'


자동으로 떠오르는 생각을 재빨리 털어낸다.  

오늘은 그때의 일을 떠올릴 때가 아니다.  

더 이상은 과거에 머물러 있을 수 없다.  


그래서 선택한 이곳이니까.


로비를 가로지르는 동안 벽에 걸린 기억 거래소의 연혁을 흘깃거린다.  

2년 전 설립된 이곳은 이미 도시의 랜드마크가 되어있다.  

'기억 저장의 새로운 시대'라는 문구 아래,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기억을 맡기고 있다.


"하린 씨, 긴장되나요?"


브런치 글 이미지 2


옆자리의 여자가 말을 건다.  

같은 기수 신입 임지현이다.  

늘 당당해 보이는 그녀도 오늘만큼은 목소리가 떨린다.  

처음 보는 순간부터 느꼈던 묘한 위화감이 다시 한번 스쳐 지나간다.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 같은, 그러나 전혀 기억나지 않는 듯한 그런 감각.


"그러게요. 아직도 공명제 부작용 때문에 머리가 띵해요."


"부작용이요?"  

지현의 눈이 커진다.


"저는 오히려 정신이 더 선명해진 것 같은데... 역시 사람마다 다른가 보네요."


희미하게 웃는다.  

입사 교육에서 들은 바로는 공명제 반응이 이렇게 강한 경우는 드물다고 했다.  

대부분은 가벼운 두통 정도로 끝난다는데.  

문득 교육 담당자의 걱정스러운 눈빛이 떠오른다.


"서하린 씨, 혹시 특별한 기억에 집착하고 계신 건 아닌가요?"  


"아니요. 그런 건..."  


"기억에 대한 집착은 공명제 반응을 증폭시킬 수 있습니다. 주의하세요."


엘리베이터에 올라타며 그때의 대화를 떠올린다.  

집착이라... 어쩌면 맞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곳에 온 걸지도.


[공명도: 75/100 (상승 중)]  

[기억 안정도: 45/100 (불안정)]  

[정신력: 87/100]


'이러면 안 되는데.'


뒷목의 통증이 더 심해진다.  

수치가 계속 올라가고 있다.  

아직 업무도 시작하지 않았는데.


"신입 분들, 이쪽으로 와주세요."


중년의 여성 관리사가 우리를 부른다.  

기억 거래소 1팀 팀장 윤세아다.  

부드러운 미소 속에 숨겨진 카리스마가 느껴진다.  

그녀의 명찰 아래에는 [S급 관리사]라는 등급이 반짝인다.


"오늘부터 여러분은 타인의 기억을 관리하는 막중한 책임을 맡게 됩니다."  


세아의 목소리가 복도에 울린다.  


"기억 관리사는 단순한 직업이 아닙니다. 우리는 사람들의 가장 소중한 순간들을 지키는 파수꾼이죠."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쥔다.  

세아의 눈빛이 진지하다.  

그 눈빛 속에는 무언가 더 깊은 의미가 숨어있는 것 같다.


"하지만 명심하세요. 모든 기억이 보존할 가치가 있는 건 아닙니다. 

때로는 잊혀져야 할 기억도 있죠. 그걸 판단하는 게 우리의 일입니다."


'잊혀져야 할 기억.'  


그 말이 가슴을 파고든다.  

손바닥에 손톱자국이 패인다.  

어쩌면 그래서 이곳을 선택한 걸까.  

지워야 할 기억이 있어서.  

아니면 지우고 싶은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자신을 찾고 싶어서.


[공명도: 82/100 (급상승)]  

[기억 안정도: 38/100 (위험)]  

[정신력: 82/100 (감소)]


'진정해. 지금은 집중해야 해.'


주변을 둘러본다.  

다른 신입들도 각자의 생각에 잠겨 있는 듯하다.  

모두가 자신만의 사연으로 이곳에 왔을 것이다.  

잊고 싶은 기억, 되찾고 싶은 기억, 혹은 지키고 싶은 기억을 안고서.


"자, 이제 기초 교육을 시작하겠습니다. 먼저 기억 품질 측정실로 이동해주세요."


[기억 품질 측정실 - 3구역]  

[현재 대기 인원: 8명]  

[예상 소요 시간: 1인당 15분]


전자 게시판의 푸른 글자가 내 눈에 들어온다.  

차례를 기다리며 생각한다.  

얼마나 절박했으면 고작 스물일곱에 기억 관리사가 되려고 했을까.  

마지막 면접관의 질문이 떠오른다.


"왜 하필 기억 거래소입니까?"


당시엔 대답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는 알 것 같다.  

1년 전, 모든 걸 걸었던 연애에 실패하고 나서...  

내가 누군가의 기억을 지우는 일을 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내 기억을 지우기 위해서.  

아니면 어쩌면, 그의 기억 속에서 나를 찾기 위해서.


'이럴 거면 왜 헤어졌을까...'


측정실로 향하는 복도에는 '당신의 기억을 우리의 기술로'라는 슬로건이 걸려있다.  

그 아래를 지나며 작게 중얼거린다.


"이제 시작이네..."


[공명도: 85/100 (임계점 접근)]  

[기억 안정도: 35/100 (매우 불안정)]  

[정신력: 79/100 (지속 감소)]


'진정해. 아무것도 생각하지 마. 특히 그 사람에 대해선...'


가방에서 작은 물병을 꺼내 물을 한 모금 마신다.  

차가운 물이 목을 타고 내려가며 잠시나마 정신이 맑아지는 느낌이다.


하지만 측정실로 향하는 발걸음이 무거워진다.  

곧 무언가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질 것 같은...  

이상한 예감이 든다.


브런치 글 이미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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