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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어 전환을 지속하게 하는 힘 (1부)

by 이다혜

지난 글에서 가치가 정해지면 선택이 명확해진다고 이야기했어요. 시기별로 목표 타임라인을 세우고, 목표 타임라인에서 가치를 도출하는 방법을 표로 알려드렸어요. (혹시 못 보신 분들을 위해 본문 하단에 링크를 달아둘게요.)


저는 표를 통해 ‘자율성’이라는 가치를 도출했고, 이에 가장 부합하는 옵션인 ‘휴직’을 선택했습니다. 3년 뒤, 1인 기업으로 완전 전환을 목표로 휴식기를 갖으며 새로운 도전을 하기로 결정한 거죠. 치열하게 고민하면서 표까지 만들어 선택한 결과이니 꽤 신뢰도가 높았어요. 충분했을까요? 아쉽게도 아니었습니다.





왜 다시 흔들릴까?

휴직을 결정한 뒤에 가족, 친구, 아끼는 동료들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선언했습니다. 모두 저를 지지해 주는 사람들이었으나, 왜인지 자신 없이 말하는 스스로의 모습을 보게 되었죠. ‘자율성’이 중요한 가치임에는 충분히 동의하지만, 그래도 의심이 들었기 때문이에요.

내가 찾은 가치가 정말 ‘내 것’이 맞나?

오래 유지할 수 있나?


뚝딱거리며 손에 쥔 '목표 타임라인'과 '가치'는 다분히 이성적인 결론입니다. 결론에 확신을 갖고 삶에 적극적으로 이식하는 일은 또 다른 차원이었습니다.


남들처럼 수능을 보고, 대학교에 입학하고, 졸업 후 회사에 취직하고, 때 돼서 결혼하고, 때 돼서 아이를 낳은 저는 인생의 길을 의심한 적이 없었어요. 미대에 가고 싶어 미술 학원에 등록한 게 그나마 남다른 행보이기는 했지만, 대학 입학이라는 길 자체는 순순히 받아들였어요. 당연히 그래야 하는 줄 알았거든요. 눈에 보이는 사람들이 그렇게 살기 때문에, 제 인생에 대입해도 자연스러울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했어요.


평생 모범생이었던 저에게 ‘괜찮은 월급과 최상의 워라밸을 포기하고 자율성을 쫓는 것’은 이전에 해본 적 없는 나름의 반항이었습니다. 반경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팔짱을 끼고 어떠한 점을 향해 걸어가고 있는 흐름에서 거세게 팔을 잡아당겨 팔짱을 풀고, 왔던 길을 돌아 나가기는 쉽지 않으니까요. 알아요. 누군가는 바보라고 할 거예요.


잘 가던(잘 가는 것처럼 보이던) 길을 반대로 걸어 나와 비좁은 샛길로 들어갔습니다. 인파에 치여 앞만 보고 걷느라 알아차리지 못했던 길이죠. 끝에 무엇이 기다릴지 모를 낯선 초행길을 걷다 보면 뭔가 잘못된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시점이 자주 찾아옵니다. 커다란 구덩이에 빠지거나 나무판자로 막힌 벽을 마주하면 쉽게 허둥지둥하고,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역시나 틀린 길이었구나!’ 하며 실수라는 라벨을 붙이고 싶은 순간도 오겠지요.

목표를 향한 길은 얼마나 길고 고될까요? 이 어두운 길은 언제 끝날까요?





가치는 시작하게 하고, 상상은 지속하게 한다

설계한 목표 타임라인과 가치를 꿋꿋이 이어나가기 위해서 심리적 장치가 필요했어요. 일반적이지 않은 길이어서 더더욱 필요했죠. 그래서 이정표를 심기로 했습니다. 이 길이 틀리지 않으니 믿고 직진하라는 이정표가 중간중간 심겨 있다면 한결 마음이 놓일 것 같았어요.


이정표를 만들기 위해 사용한 재료는 상상이었습니다.


저는 대학 졸업 후 계속 직장인이었기에 사회에서 ‘내 일’로 밥벌이를 해 본 적이 없었어요. 누군가가 부여한 일을 처리하며 먹고 살아왔죠. ‘자율성을 쫓는 삶’을 갈망했지만, 살아본 적 없는 삶이기에 막연하게 느껴졌어요. 쫓는 가치가 현실에 녹여졌을 때 어떤 변화가 생길지 선명해지면 정말 내가 원하는 가치인지, 즉 이 길이 맞는지 확신이 쉬워집니다. 맞다면 내 길이라고 되뇌며 더 걸어갈 수 있고, 아니라면 다른 길을 찾거나 마음가짐을 바꿀 수 있죠.


어떻게 상상해야 할까요? 상상에 효과적이었던 방식 몇 가지를 다음 매거진에서 소개할게요.






지난 글: https://brunch.co.kr/@leetaly/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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