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산형이 수렴형이 되면 생기는 일

2026년 4월 30일 사업 준비 일지

by 이다혜

5월 1일 금요일 사업 준비 일지는 쉬어갑니다.


일을 하다 보면 두 가지 타입의 사람이 보인다. 발산형과 수렴형.

발산형은 아이디어 뱅크라고도 불린다. 아이디어를 던지고 상상하기를 좋아한다. 단점은 용두사미로 끝나기도 한다는 점.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데 비해 실행이나 마무리가 약하기도 하다.(물론 둘 다 잘하는 사람도 있다.)

수렴형은 정리를 잘하는 사람들이다. 이런저런 의견들을 수집해서 구조화하여 결과물을 도출한다. 실행을 염두하기 때문에 현실적인데, 한 편으로는 너무 현실적이라 세상에 없는 혁신을 만들기를 어려워하기도 한다.

한 명이 둘 다 잘하거나, 보완할 수 있는 동료가 있다면 가장 이상적이다.


나는 내가 수렴형이라고 굳게 믿었다. 회사에서 중간관리자인 '나'의 일은 늘 '정리'다. 상급자, 팀원, 동료 등에게 하루 종일 불려 다니고, 이 채널 저 채널에서 하는 붕붕 뜨는 이야기들을 주워 담아 하나의 액션 아이템을 만든다. 정리를 꽤 잘해서 나와 일하면 어떻게든 일이 진행되기 때문에 좋은 평가를 듣는 편이다.

잘하는 것과 별개로 일에서 정리의 비중이 높아질수록 만족도는 반비례하여 떨어졌다.


사업 준비를 하며 깨달았다. 사실 나는 수렴형이 아니라 발산형이라는 것을. 새로운 일을 궁리할 때 가장 즐겁게 몰입한다. 사업 준비 초반에는 너무 많은 일을 벌이기도 했다. 당근 모임을 만들고, 글쓰기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서점에 제안서를 보내고, 독립 출판 스터디를 기획하고, 숏츠를 만들고... 재밌어 보이거나 도움이 될 것 같으면 주저 없이 시작했지만 결국 시간과 체력 부족으로 허덕이다가 지금은 모두 쳐냈다.

오늘은 양산 준비 중인 아이템의 디자인을 수정했다. 디자인을 수정하면서 전체 시리즈에 맞춰 형태와 네이밍을 고민하면서 점점 신이 났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업체 대표님과 양산에 맞춰 계약이나 일정 등등 세부 내용을 조율하는 게 스트레스여서 현타가 왔는데, 아이디어를 팡팡 터뜨리니 도파민이 돌고 갑자기 사업에 확신이 들었다.


발산할 때 가장 행복한 발산형 인간이 회사에서 정리만 하다 보니 일에 흥미를 잃고, 자부심이 안 들 수 밖에... 회사 일이고, 사업이고 좋아하는 것만 할 수는 없는데, 어떻게 해야 조금이라도 더 만족하며, 아니 덜 스트레스받을 수 있는지 평생의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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