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열 받네'
최근 시니컬, 냉소주의에 대한 생각이 많아졌다. 부정적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깊숙하게 들어간다. 깊숙하게 허우적거리다 보면 오늘의 아침밥이 떠오르지 않을 때도 있고, 오후 2시에 내가 누워있었는지 아니면 밥을 먹었는지, 친구와 만났는지 조차 기억나지 않을 때가 있다. 즉 무기력에 빠진 것이다.
(여기서 알아야 할 점은 앞서 말했던 부정적 감정들이 남이 아닌 '나'를 향해있다는 것이다. 그것을 알아차리고 난 뒤 글을 읽으면 더 좋을 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전에도 이런 경험을 종종 겪었는데, 오늘 내가 할 이야기는 이런 무기력을 어떻게 빠져나왔냐는 것이다. 물론 평생 무기력하지 않을 수는 없지. 아주 심플하고 단기적인 무기력 탈출법이니 가볍게 듣고, 가볍게 빠져나오길 바란다.
나는 성격상 계획을 수립하고 이행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낀다. 항상 큰 방향만 잡고 이리저리 움직이는 게 내 성격이라고 할 수 있다.
때로는 계획적 인간이 되어 스케쥴러에 맞춰 살아가고 싶지만 내 감정이 깊숙이 숨어버려서 내 마음이 무엇인지도 모를 때, 제일 원론적인 감정인 '화'를 이용해 깊숙하게 빠진 감정에서 탈출했다.
이제 그만 재생 중지 버튼을 눌러야 하지만 누워서 보고 있는 유튜브, 보고 싶지 않은데 자꾸만 들여다보는 카카오톡 창, 며칠 전 무례했던 사람에게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던 일, 이런 모든 행동들이 자괴감으로 변할 때 나는 우울 속에 깊숙이 파고들기 전에 열이 받기 시작했다.
어, 열 받네. 근데 내가 왜 그래야 하냐.
이렇게 생각할 때쯤에는 생각의 포커스가 나에서 남 또는 환경으로 변한다. 그래. 많은 사람이 말하는 상황 탓, 남 탓을 하라는 것이다. 부정적 감정이 나쁘다고? 마냥 그 의견에 동감할 수 없다. 부정적 감정을 잘만 이용하면 상황을 타개할 좋은 솔루션이 되니까.
마냥 남 탓, 상황 탓을 하라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 감정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다시 한번 마음속으로 되뇌어보자.
어? 열받ㄴ
화는 사회적으로 미덕이라고 할 수 없지만 억울한 상황, 무기력한 상황에서는 좋은 원동력이 된다. 하지만 이를 무차별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아니다. 표출하지는 않되, 나 자신한테 물어보는 것이 중요하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아니 내가 왜 그래야 하냐고'라고, 생각하며 짜증이 잔뜩 난 고양이가 된 것이라고 생각하자.
나에 대한 짜증이 상황에 대한 분노로 되어, 그 분노가 기름이 되어 불을 지핀다. 행동력이 생기는 것이다. 대부분 용서는 선, 분노는 악으로 비치는데, 그렇다면 무례한 사람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성자가 되어 그를 용서하는 게 맞는 것일까? 표출을 해서 그 감정을 탈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표출을 하자. 짜증과 우울이 연료가 될 수 있게, 그리고 그 감정이 연료가 될 수 있게 질러야 한다. 안 그러면 늘 그랬듯 찌꺼기로 남아 침대에서 잠을 청하기 전 당신을 괴롭힐지도 모른다. 몸을 일으켜서 원인에 대해 생각하기 이전에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핵심은 복잡한 생각에 들어가지 않고 바로 튀어올라 행동으로 옮기는 것. 무엇이든 좋다. 침대에 널브러진 옷가지를 옷장에 걸어도 좋고, 내일 일어나 바로 운동을 갈 수 있게 운동복을 세팅해두는 것도 좋다. 그 감정이, 당신을 괴롭히지 않고 원동력이 될 수 있는 하루가 되길 바란다.
사실 오늘 우울이 몰래 온 손님처럼 찾아온 날이었다. 갑자기 내 우울에 열이 받아서 글을 써봤다. 아니라고 생각할 경우에는 당신이 옳을 확률이 높다. 이건 내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