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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라 Dec 31. 2024

12월 마지막(1) 앵콜요청금지

-끝나버린 노래를 다시 부를 순 없어요-

가끔 가다 내가 그랬던 적이 있었지 하고 과거를 회상할 때가 있다. 나는 그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촉매가 대부분 음악이나 영화였는데, 오늘은 겨울이라 그런 걸까(겨울의 기억이 조금 더 아련하게 남아있는 것 같다) 



현재, 또는 2집의 브로콜리너마저도 좋지만 1집의 아련함은 없는 것 같다. 당시 한국 인디 음악들이 대부분 그런 색과 향을 띄고 있었다. 빛바랬다고 표현해야 할까... 아니다, 빛바래고 오래된 게 아니라 원래부터 약간의 웜톤같다. 흐릿해서 분위기라는 말로 설명할 수 있는 그 포근함이 좋았던 것 같다



https://www.youtube.com/watch?v=OFv9YZ6QftM


https://www.youtube.com/watch?v=EWtxVs8FucI

https://www.youtube.com/watch?v=aB20XJLNGiA

https://www.youtube.com/watch?v=P-o0yurV8z0


2000~2010 인디 메들리를 듣다보니 일하던 중에 웃음이 새어 나왔다. 나 정말 음악 좋아했구나.  혼자 음악 꺼내면서 히죽 웃어대는 모습을 보며 반가웠다. 미원 처럼 한 꼬집만 들어간 그 아련함이 좋았다. 



요즘 그런 생각이 든다. 유행한다는 것을 들어보고 좋다는 영화를 보아도 무게추 하나가 없어서 금방 날아가버리는 감각을 느낄 때가 있다. 나름의 원인이 있다면 현재를 살고 있지 않은 내 모습이 아닐까 싶었다.



탕후루나 BTS나 블랙핑크나 봉준호 말고, 내가 불어넣은 기억들로 파릇파릇 생기가 돋은 기억들에 감사함을 느낀 연말이다.



그게 보고 듣는 것을 넘어 느끼고 살아가는 호흡에도 녹아 들어가 있어서, 가끔 지금을 살고 있을까 하는 질문에 기다 아니다를 이야기 하지 못하는 상태. 내일이 정해져 있어서 생기가 조금 없어진 것 같다.



질문에 해답이 없겠지만, 우선 노래를 듣고 조금 글썽였고 그 때 이 노래를 듣길 얼마나 잘했는지 하고 열 다섯의 나에게 감사를 전했다. 아, 참 좋다. 과거를 그리워하며 현재를 산다는 게 얼마나 기분 좋은지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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