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태연 Jan 31. 2019

영어유치원, 보내야 할까요?

내 아이의 영어

AKA 영어유치원 현황



영어유치원,
보내야 할까요?




언제부터인가 유아교육 시장의 최정상에서 군림하고 있는 영어유치원. 북미/유럽 선진국의 커리큘럼을 그대로 들여와 최상의 영어교육환경을 제공한다는 현란한 광고문구들. 이해합니다. 어떻게 고민되지 않을 수 있을까요.

내 아이에게 조금이라도 더 좋은 것 주고 싶은 부모의 마음, 내 아이를 조금이라도 더 좋은 환경에서 교육하고 싶은 부모의 마음, 이해합니다.


하지만 지금, 혹은 가까운 미래에 내 아이를 영어유치원에 보내야 할지 고민하고 계시다면 (물론 영어유치원에 보낼 수 있는 상황이 되시는 분들에 한해서), 먼저 자신에게 물어보세요. 솔직하게, 자기 자신에게 한번 물어보세요.







나는 왜 내 아이를
영어유치원에 보내려고 하는 거지?





영어유치원은 좋은 교육기관인가, 아니면 나쁜 교육기관인가, 영어유치원은 보낼만한 가치가 있는가, 아니면 아무 가치도 없는가, 영어유치원은 실제로 아이에게 도움이 되는가, 아니면 쓸데없는 짓인가, 영어유치원에 보내면 아이가 정말 영어를 잘하게 되는 건가, 아니면 시간이 지나면 결국 무용지물이 되는가, 따위의 질문에 대한 정답은 사실 없습니다. 우리가 처한 상황은 모두 다르기 때문에, 각자가 원하는 것은 모두 다르기 때문에 그 누구도 위 질문들에 대한 정답을 내놓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결국 이것은 선택의 문제입니다. 부모로서 내 아이의 교육에 있어서 어떤 가치를 최우선 순위에 두고 결정할 것인가, 바로 우선순위의 문제인 것입니다.


따라서 이미 확고하게 아이를 영어유치원에 보내기로 결심하신 분이라면 저의 의견을 무시하실 것을 권합니다. 하지만, '잘 모르겠다', '나는 정말 심각하게 고민이 된다', '영어유치원에 무리를 해서라도 보내는 것이 맞는 것인지 고민이 된다' 하시는 분들에게는 저의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결론적으로 저는 아이를 영어유치원에 보내는 것을 추천하지 않습니다.

(영어유치원은 '영유'로 지칭하겠습니다.)




첫째, 결국 사교육


사교육, 대한민국에만 존재하는 단어입니다. 입시교육이 만들어낸 정말 말도 안 되는 단어죠. 대한민국 땅에서 우리는 이 '사교육'이라는 전쟁터에서 끊임없이 싸우며 살아갑니다. 재미있게도 성인이 되서까지 말입니다.

결론적으로 어떤 미사여구를 붙여도 영유는 사교육입니다. 아이가 앞으로 참여할 전쟁의 첫걸음인 셈이죠. 어떤 커리큘럼을 가지고 있다 해도 모든 영유는 사교육입니다.


출처: 경향신문


먼저, 영유는 추가적인 교육비의 지출을 초래합니다. 물론 아이의 교육을 위해 나의 자본을 투자하는 것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어디까지나 본인의 결정이고, 경제적인 상황이 된다면 내 아이를 위해 기꺼이 투자할 수 있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영유는 조금 특수한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대다수의 부모들은 영어실력 향상이나 혹은 유아교육, 인성교육 측면에서 영유가 실질적으로 내 아이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는 것인지에 대한 확신이 없습니다. 사실 확신이 있을 수 없는 것이, 매일 현장을 참관하지 않는 이상에야 이 부분에 대한 확인은 불가능합니다. 결국 믿는 것이죠. 본인의 검색과 주변으로부터의 평판과 정보, 그리고  '영유'라는 것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을 바탕으로 부모는 추가적인 교육비 지출을 결정하게 됩니다.


둘째, 교육비 부담과 교육의 질


이와 연결 지어, 영유에 지출되는 비용은 일반 유치원이나 교육기관의 그것보다 보통 매우 높습니다. 통상 월기준 최소 백만원 이상의 가격대로 형성이 되어 있습니다. 어머니들은 잘 알고 계시겠지만 일반 영유가 '최소' 이 정도의 가격대인 것입니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쪽의 주장에 따르면 '수준 높은 영어교육의 제공'과 '유치원 서비스의 제공'이 동시에 이루어 지기에 비용이 높을 수밖에 없다는 논리입니다. 하지만 정말로 그만한 비용을 치를만한 가치가 있는 것일까, 자세히 그 안을 들여다보면 사실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원어민, 해외 유학파 등으로 구성된 영유 교사들의 능력과 인성 등은 과연 일반 유치원의 그것보다 높은 수준인 것인가. 저는 영유에서 교사로 일하시는 분들을 비난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분들은 잘못이 없습니다. 다만 그 서비스의 질(Quality)이 도대체 어느 정도 뛰어나길래 높은 비용을 책정한 것인가에 대해서 의문을 가지는 것입니다. ‘그 정도의 가치는 없다’라는 것이 저의 의견입니다.

여하튼 교육비의 지출이 높다는 측면에서 이것은 분명 사교육입니다. 또한 이러한 높은 비용은 아이들을 ‘영유를 다닌 아이’와 ‘다니지 않은 아이’로 나누어 버립니다. ‘나는 상관하지 않아요’, ‘남의 시선 의식하지 않아요’라고 말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지만, 사회의 ‘인식’이라는 측면에서 우리 아이들은 그렇게 나누어져 버립니다. 결과적으로 ‘왜곡된 사교육’이 되어버리는 것이죠.


셋째, 왜곡된 사교육


‘왜곡된 사교육'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서두에 밝혔듯 영유는 아이가 앞으로 살아가며 참여할 사교육 전쟁의 첫걸음으로 작용하고 맙니다. ‘영유를 다닌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는 어른들의 인식만 건드리는 것이 아닙니다. 아이들 또한 ‘나는 영유를 다닌 사람’, 저 친구는 ‘그냥 일반 유치원 다닌 녀석’이라는 인식을 무의식적으로 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인식의 경험은 아이들로 하여금 우월함 또는 열등감이라는 감정을 경험하게 합니다. 또한 이러한 경험은 초등학교, 중학교를 거쳐 대망의 대학입시 때까지 아이들의 머릿속과 마음속에 단단히 뿌리내리게 되죠. 전쟁을 치를 완벽한 준비를 하게 되는 것입니다. 본인들은 원한적이 없는데 말이죠. 결국 아이들을 이렇게 영어라는 무기로 무장시키려 하는 것은 부모인 우리들의 의지입니다. "우리 철수, 영유 가고 싶어?", "우리 xx, 영어 잘하고 싶어?"라고 물었을 때 아이의 대답이 긍정적이라고 그것이 아이의 의견이라는 말도 안 되는 합리화는 버려야 합니다. 우리는 이것이 왜곡된 사교육 트랙(Track)에 동참하는 것이라는 진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넷째, 말짱 도루묵


영유를 다니면서 영어가 늘었다 치겠습니다. 그런데 도대체 얼마나 늘어야 우리 아이의 영어실력이 늘었다고 생각하시는 건지 잘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전국에 엄청나게 많은 수의 영유가 있습니다. 저는 동의하지 않지만, 어쨌든 그 많은 영유에서 교육받은 아이들은 모두 ‘적어도 나의 아이정도’의 영어실력은 될 것입니다. 애초에 다른 아이들보다 영어를 잘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수준 높은 영어 조기교육을 시키고 싶다는 마인드로 영유에 보낸 것인데, 내 아이의 실력이 다른 아이들과 비교해 그다지 뛰어난 수준도 아니라면, 그러니까 영유 다닌 아이들은 대부분 하는 수준이라면, 대체 영유를 보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또한, 감히 장담하건대, 아이가 초등학교 고학년이 채 되기도 전에 ‘영유 효과’는 사라질 것입니다. 아이가 ‘영어초등학교’나 국제학교에 다니지 않는 이상 말이죠.


다섯째, 책임회피


책임회피, 사회에 만연하는 우리의 모습이기는 하지만, 우리 아이에게까지 '책임회피'를 시전 하시면 안 됩니다. 냉정하게 이야기하겠습니다. 부모들이 자녀들을 사교육업체에 보내는 이유는 결국 우리 자신들이 편하기 위해서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복잡해지는 입시 과정,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피 튀기는 무한경쟁, 이런 현실 속에서 자녀의 교육을 책임지겠다는 그들에게 맡겨버리면 우리는 골치 썩을 일이 없으니까요.

하지만 우리는 이제 인정해야 합니다. 사교육업체는 썩은 교육시스템에만 완벽하게 맞춰진 기술(Technique)을 가르칠 뿐, 우리 아이들을 교육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입니다. '교육'을 어떻게 정의하고 계신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은 애초에 학생들을 '교육'할 생각이 없습니다. 그저 기술을 탑재시키는 것, 최종적으로는 대학입시에 최적화시키기 위한 목표를 달성하는 것, 그리고 매출을 늘리는 것, 이것이 그들의 존재 이유입니다. 물론 이것 또한 그들의 잘못만은 아닙니다. 대한민국의 입시교육, 그리고 전반적인 교육시스템의 잘못입니다. 그들은 생존하기 위해 현실과 타협했을 뿐이죠.

안타깝지만 영유도 마찬가지입니다. '영유 한 2년 다녔으니 영어는 이 정도 하겠지?', '곧잘 영어로 말하는 것 보니 영유 다닌 보람이 있네!', 혹시라도 이렇게 생각하신다면, 축하합니다. 당신은 낚이셨습니다. 그리고 영유에 보낸 동안 마음이 편하셨다면, 그것 역시 축하합니다.




우리는 부모입니다.

우리 아이들입니다.

진정한 교육은 주입하거나 리드하는 것이 아닌, 그저 가이드해주고 옆에서 함께해 주는 것입니다. 우리 아이들을 더 이상 아이에게는 관심도 없는 '업체'에 맡겨서는 안 됩니다. 혹시 아이를 영유에 보낼 계획이 있으신 분들은, 영유에서 소개하는/광고하는 커리큘럼이나 인프라에 현혹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대신 교사진, 그리고 원장님의 인품과 성품을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그 정도 비용을 지불하는데 원장님의 인품과 성품, 확인해도 됩니다.


우리는 부모입니다.

아이들을 위해 본질을 꿰뚫어 보시길 제언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내 아이의 영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