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떠나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태연 Mar 30. 2024

숲의 도시

런던 (London, Ontario)


영국의 런던과 이름이 같은 캐나다의 런던, 캐나다 내에서는 공식적으로 London, Ontario라고 불리는데, 뒤에 주(Province) 명인 Ontario 또는 ON. 이 항상 따라붙어 표기된다. 작고 깨끗한 중소 도시로, 그래도 면적과 발전된 정도(Level)를 기준으로 캐나다의 10대 도시에 해당하는 도시이다, 여전히. 도시 전체가 수많은 나무들로 꾸며져 있어 숲의 도시(Forest City)로 불리기도 하는 아름다운 도시.

이 런던이라는 도시에서 그렇게 나는 유학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빅토리아 공원


이곳은 나의 런던 생활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이었다. 런던 다운타운의 정 중앙에 위치해 있는 공원인데, 마치 뉴욕의 센트럴 파크와 같달까. 정말로 그렇게 믿을 수밖에 없었다, 뉴욕을 가본 적이 없었던 나로서는. 이 공원은 내가 다니던 고등학교와 무척 가까워서 친구들과 함께 자주 들르곤 했다. 특히 슬래쉬, 타일러, 그리고 애니와 자주 찾았던 걸로 기억한다. 유치하지만 모두 한국인 친구들로, 우리는 모두 영어 이름을 사용했다.

그 당시 기억을 더듬어보면, 빅토리아 공원은 적어도 크리스마스 시즌 동안만큼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소였다. 혼자 공원을 한 바퀴 휙- 돌 때 내 눈앞을 화려하게 감싸주던 불빛들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난다. 한국에서는 본 적도 없던 그 커다란 나무들은 화려한 불빛들로 칭칭 감겨 있었다.

나는 기분이 그다지 좋지 않을 때마다 빅토리아 공원을 혼자서 걷고는 했다. 그럴 때는 친구들과 함께가 아닌 무조건 '혼자서' 걸었다. 장담컨대 요즘은 절대로 구할 수 없을, 다운타운에서 구입한 커다란 검은색 헤드폰과 함께할 때만큼은, 그때만큼은 정말 힘들지도, 외롭지도 않았다. 2001년 겨울, 나는 록 음악만 들었다.




캐나다에서의 첫겨울은 생각보다  외로웠다. 처음 캐나다 땅에 도착했을 , 그리고  홈스테이를 시작했을 때까지만 하더라도 딱히 외롭다거나 힘들다는 느낌은 없었다. 그래, 모든 것의 시작은 그해 겨울이었다.

난생처음으로 내가 정글에 혼자 남겨진 듯한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번도 느껴보지 못한 감정이었고, 충격이었다.  편이 없다는 느낌, , 길지 않은 세월 동안 나는 부모님이라는 강력한 울타리 안에서 안전하게 평안하게 살아왔던 것이었구나. 울타리 안에서 공부만 하면 되는 일상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메커니즘과 공기까지 읽어야 하는, 한마디로 매 순간 눈치라는 것을 봐야 하는 일상으로의 극적인 변화. 깨달음이라는 측면에서 돌이켜보면 좋은 경험이었다고  수도 있지만,


열여섯 소년에게 그해 겨울은 칼날보다도  추웠다.






매거진의 이전글 그날, 온 더 플래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