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London, Ontario)
영국의 런던과 이름이 같은 캐나다의 런던, 캐나다 내에서는 공식적으로 London, Ontario라고 불리는데, 뒤에 주(Province) 명인 Ontario 또는 ON. 이 항상 따라붙어 표기된다. 작고 깨끗한 중소 도시로, 그래도 면적과 발전된 정도(Level)를 기준으로 캐나다의 10대 도시에 해당하는 도시이다, 여전히. 도시 전체가 수많은 나무들로 꾸며져 있어 숲의 도시(Forest City)로 불리기도 하는 아름다운 도시.
이 런던이라는 도시에서 그렇게 나는 유학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빅토리아 공원
이곳은 나의 런던 생활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이었다. 런던 다운타운의 정 중앙에 위치해 있는 공원인데, 마치 뉴욕의 센트럴 파크와 같달까. 정말로 그렇게 믿을 수밖에 없었다, 뉴욕을 가본 적이 없었던 나로서는. 이 공원은 내가 다니던 고등학교와 무척 가까워서 친구들과 함께 자주 들르곤 했다. 특히 슬래쉬, 타일러, 그리고 애니와 자주 찾았던 걸로 기억한다. 유치하지만 모두 한국인 친구들로, 우리는 모두 영어 이름을 사용했다.
그 당시 기억을 더듬어보면, 빅토리아 공원은 적어도 크리스마스 시즌 동안만큼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소였다. 혼자 공원을 한 바퀴 휙- 돌 때 내 눈앞을 화려하게 감싸주던 불빛들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난다. 한국에서는 본 적도 없던 그 커다란 나무들은 화려한 불빛들로 칭칭 감겨 있었다.
나는 기분이 그다지 좋지 않을 때마다 빅토리아 공원을 혼자서 걷고는 했다. 그럴 때는 친구들과 함께가 아닌 무조건 '혼자서' 걸었다. 장담컨대 요즘은 절대로 구할 수 없을, 다운타운에서 구입한 커다란 검은색 헤드폰과 함께할 때만큼은, 그때만큼은 정말 힘들지도, 외롭지도 않았다. 2001년 겨울, 나는 록 음악만 들었다.
캐나다에서의 첫겨울은 생각보다 더 춥고 외로웠다. 처음 캐나다 땅에 도착했을 때, 그리고 막 홈스테이를 시작했을 때까지만 하더라도 딱히 외롭다거나 힘들다는 느낌은 없었다. 그래, 모든 것의 시작은 그해 겨울이었다.
난생처음으로 내가 정글에 혼자 남겨진 듯한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감정이었고, 충격이었다. 내 편이 없다는 느낌, 아, 길지 않은 세월 동안 나는 부모님이라는 강력한 울타리 안에서 안전하게 평안하게 살아왔던 것이었구나. 울타리 안에서 공부만 하면 되는 일상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메커니즘과 공기까지 읽어야 하는, 한마디로 매 순간 눈치라는 것을 봐야 하는 일상으로의 극적인 변화. 깨달음이라는 측면에서 돌이켜보면 좋은 경험이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열여섯 소년에게 그해 겨울은 칼날보다도 더 추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