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 엄습해 오는 축구에서 냉정하고 엄한 축구로
예전부터 회사에서 내려오는 격언 중에서 딱 맞는 말이 있다.
‘숫자 앞에서 양반 없다’는 말이다.
그 사람 좋다던 임원이나 팀장도 계속되는 저성과 앞에서는 평소의 리더십 스타일이 나오기 쉽지 않다. 대부분의 임원이나 팀장들은 과업 지향적이지, 관계 지향적이지 않다. 대다수의 관리자들은 업무관여도가 높으며 퇴근 후나 잠들기 전에 일을 생각하다 편히 쉬지 못할 때도 많다. 이러한 리더들에게 저 성과가 지속된다면 피로가 쌓이며, 집중력이 떨어져 제대로 된 결정이나 방향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래서 오로지 숫자만 보고 내달리는 부작용이 속출하는 것을 많이 보았다.
‘골때녀’ 예능프로에서 정대세 신임 감독은 행복이 엄습해 오는 축구를 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지만 1차전 패배 이후 바로 냉정하고 엄한 축구로 바뀌고야 만다. 2차전 내내 선수들에게 이리저리 공격지시를 하며 축구공을 따라다니기 바쁘다. 2차전은 다행히 승리를 했지만 3차전에 패배한 정대세 감독이 과연 챌린지리그에서 방출위기를 어떻게 극복할지는 의문점으로 다가온다. 이렇듯 신임 리더나 경험 많은 리더도 저 성과라는 굴레와 스트레스를 극복해 현명한 전략과 리더십을 발휘하기란 말처럼 쉽지 않다.
예전의 그 좋던 상사가 무너지는 실적 앞에서 그조차 허물어지는 것을 여러 번 본 적이 있다.
몇몇 분은 절망감과 좌절감이 공격성으로 바뀌기도 하는데 이때 리더라면 제일 조심해야 한다. 일단 술자리가 늘어나며 회식이 즐거운 충전이 아니라 업무회의의 연장이 되면서 힘없는 팀 동료를 비꼬기 시작해 비속어나 욕설로 직원의 인격을 무시하는 언행을 하기도 한다. 술을 이기지 못해 팀장과 팀원이 욕설을 써가며 멱살을 잡는 등 여러 가지 민망한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다. 다음날 실수라고 하기에는 직원의 마음 상처는 너무나도 크다. 다 부질없는 일이다. 마음 챙김과 성과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리더를 오래 하다 보면 성과가 잘 나올 때도 있지만 항상 성과가 좋을 수는 없다.
직장 생활은 항상 기복이 있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항상 성과가 최저로 나오는 것도 아니었다. 지금 이 순간이 영원할 수는 없다. 우리의 인생사에서 지금 회사에서의 성과는 정말이지 사소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누군가에게는 두 번째 세 번째 직장일 수도 있고 창업을 향한 경험일 수도 있기 때문에 지금의 숫자가 우리에게 큰 의미는 없다. 회사에서의 성과가 우리를 판단하는 모든 기준은 절대 아니다.
이럴 때일수록 리더는 관계에 더 집중해야 한다.
저성과는 팀장뿐만 아니라 팀원도 힘들다. 주위 사람을 둘러보고 더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는 것이 진정한 리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