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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 쓰는 팀장 Jul 18. 2021

내일의 나도 변하지 않는다

 ‘작심삼일’ 이란 말이 있다. 내일부터 나는 운동과 식이요법을 병행하여 반드시 살을 빼겠다는 마음을 먹지만 채 3일이 못 가서 예전의 습관으로 돌아간다. 그래서 현인들은 매 3일마다 새로이 마음을 먹으라고 작심삼일이란 말을 만들었다. 현재 여러 자기 계발 책을 탐독한 결과 틀린 말은 아니다. 자신의 목표를 매일 아침마다 읽고, 결심하고, 마음을 새로이 하는 사람은 자신의 목표를 이룰 가능성이 높다.

      

 나는 대학 입학과 동시에 친구들과 어울리기 위해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 그 시절에는 담배 인심도 굉장히 후했고, 간접흡연이란 개념도 없었으며, 카페를 비롯한 거의 모든 공공의 장소에서 흡연이 가능한 시절이었다. 대부분 식당과 카페에서도 흡연자를 위한 재떨이가 항상 준비되어 있었다. 한마디로 담배를 피우든 안 피든, 거의 친구들과 있으면 담배연기에 노출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나도 담배를 배우게 되었고, 평생 흡연을 하지 않으신 아버지에게 매번 싫은 소리를 듣기도 했다. 그러나 그 당시 나의 생각은 끽연의 관계를 위해 현재 담배를 피우고 있지만, 나중에 내가 원할 때 당장 끊을 수 있다는 착각을 하고 있었다. 참 어리석고 인생 모르는 시절이었다.      

 

 그래서 시작한 흡연은 군대를 갔다 오고, 복학을 하고, 대학 졸업을 할 때까지 아무런 생각 없이 이어졌다. 졸업 후 취직하고, 결혼하고, 첫딸을 낳고 키우기 시작할 때 불현듯 계속 내가 흡연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돌도 지나지 않은 딸을 보면서 나는 처음으로 금연을 결심했다. 그 시절 회사의 모든 사람들이 흡연자였다. 여직원은 1명도 없었고, 남자만 있는 회사는 실내에서도 흡연이 매우 자유로운 상황이었다. 그 후 금연을 선언하고 6개월을 버티다 우연한 기회로 담배를 다시 피우게 되었다. 그 후 7번의 금연 시도와 실패가 있었고, 나의 진정한 금연 성공은 40세가 되어서였다. 지금 생각하면 금연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지속적으로 오르는 담배 값과, 내가 모시는 직속 상사의 금연, 회사 건물 전체가 금연빌딩으로 바뀌었고, 웬만한 카페나 식당에서도 흡연을 금지하는 시절이 시작되어서였다. 간접흡연이 건강에 더 좋지 않다는 자각이 모든 국민들에게 유행처럼 번져나갔고, 오히려 흡연자가 살기에는 정말 불편한 사회가 되어버렸다. 차라리 금연을 하는 것이 나았다. 현재까지 금연에 성공했고 나의 금연 성공은 나의 의지로 성취했다기보다는 환경이 이루어준 결과이었다. 20대 초반에 언제나 금연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 치기는 어느덧 세월이 지나 얼마나 그것이 힘든지 아는 나이가 되었다. 

          

  내일의 내가 더 나아지고 변하고, 발전하리라는 근거 없는 낙관적인 희망 때문에 나는 오늘도 맥주를 마신다. 체중감량이라는 목표를 10년째 유지하며 목표만 나의 가슴에 묻은 채, 오늘도 나는 필요 이상의 음식을 탐한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목표를 세우거나 새로운 결심을 하면 결심만 한 채로 10일 또는 1달 이상 버티는 사람들도 의외로 많다. 결심과 결단을 했는데 당장 실천하기에는 뭔가가 불편하고, 현재의 즐겁고 편안한 상황을 더 즐기고 싶다. 나 또한 그러하고, 나의 아내도 그러하고, 나의 친구도, 내가 아는 지인들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현재를 더 즐기고 싶어 한다. 이러한 사람들의 현상을 ‘현재 편향’이라 한다.

      

 ‘현재 편향’이란 오늘의 보상을 선호하며 노력이 필요한 선택이나 행동을 알면서도 미루는 것이다. 요즘 세대 말로는 ‘길티 플레저’이다. 실제 '현재 편향'에는 사람들의 가장 많이 오해하는 심리적 안정감이 내재한다. 바로 나는 내일부터는 당장 운동을 하고, 금연을 하고, 식이요법을 하고, 책을 보고, 공부를 하고, 내일부터는 당장 나는 바로 내가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있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내일이 되면 실제로 실천에 옮기고 행동하는 사람은 거의 드물다. 내일의 나 역시 변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새로운 인식이 필요하다.      

 

 당연하게도 ‘미래의 나’가 역시나 현재의 나와 다를 바가 없다는 인지가 필요하다. 맥주 한잔을 마시고 싶은 미래의 내가 더 많다. 소파에 앉아서 운동은 하지 않고, 드라마를 보며, 치킨을 먹으며, 매주를 마시는 미래의 내가 더 많다. 친구들과 술자리에서 담배를 참지 못하고 흡연을 하는 미래의 내가 더 많을 가능성이 크고, 당장 필요하고 중요한 일을 미루어서 업무에 실수를 하는 미래의 내가 더 많을 가능성이 높다. 우리는 항상 내일부터, 내일부터, 내일부터는 달라지고 나는 변하리라는 근거 없는 낙관을 할 때마다 당장 변하지 않은 현재의 내 모습과 같은 '미래의 나'가 더 많다는 사실을 인지하여야 한다. 그래서 결심할 때 항상 미래의 나의 모습과 연결하여 변하지 않는 나의 현재 모습을 인지한다면, 지금 당장 우리는 더 변하려고 노력할 수 있다.

      

 변화와 실천에 관한 수많은 책들은 변하기 위해 우리에게 이것, 저것, 이런 방법, 저런 방법들이 있다고 우리를 종용한다.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매일 아침과 저녁에 나의 행동 하나하나를 실행했는지를 매일 체크를 하라는 책도 읽고 실천하였고, 가장 중요한 목표를 세우고 점수판을 만들어 나의 실행 여부에 점수를 매겨 매일 점수판을 쳐다보면서 하루를 실행하라는 책도 읽고 실천해 보았다. 그리고 10분 후에, 10일 후에, 10년 후에 내가 하는 일이 어떻게 될지 깊이 생각하고 행동하라는 책도 읽었고, 그 외, 수많은 습관에 관한 책과, 자기 계발 서적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우리에게 변화를 강요하지만, 당장 내가 금연에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환경의 변화였다. 흔히 말하는 의지의 한국인들을 제외한 평범한 우리들은 환경의 변화가 결정적으로 우리를 행동하게 만들었다. 나의 의지가 아니고 환경의 도움을 받은 금연은 어쨌든 성공이었고 나에게 금연에 성공한  ‘독한 사람’이라는 타이틀을 주었다.

     

  환경이 변하지 않고는, 아주 큰 충격적인 변화가 오지 않고는 일반적으로 우리는 잘 변하지 않는다. 그러니 쉬이 내일부터는 변하겠다는 말은 잠시 넣어 두자. 내일이 나도 변하지 않는다는 위기의식으로 지금 당장 변화와 실천을 계획하는 것이 더 현명한 일이다 지금 당장 소파에서 일어나서 체육관으로 달려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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