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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 쓰는 팀장 Jul 16. 2021

노화는 되어도 퇴화는 안된다.

건강한 삶

  집 앞 산책을 하고 있을 때 환갑이 넘어 보이는 아들과 구순이 넘어 보이는 어머니가 손을 잡고 천천히 산책하는 것을 보았다. 우리 어머님은 환갑이 좀 넘어 암으로 세상을 등지셨고, 장모님은 팔순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척추와 관절이 좋지 않아 걷지 못하시고 요양병원에서 누워서 생활하신다. 나보다 훨씬 나이가 많은 환갑이 넘어 보이는 어르신을 나는 부럽게 쳐다보았다. 아직 혼자 걷을 수 있는 노모가 살아 계셔서 아들과 같이 산책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부러운지 나는 한참 동안이나 그 모자의 뒷모습을 지켜보았다.  

    

 많이 회자되는 ‘998834’라는 말이 있다. 99세까지 88 하게 살다가 3일 만에 죽는(4) 것을 말한다. 정말이지 장모님을 뵈러 요양원에 가면 사는 건지, 죽어 사는 건지 병실에 누워계시는 어르신들을 보면 남의 일 같이 않아 마음이 비워지는 듯한 적이 많이 있다. 나도 예외는 될 수 없으며 언젠가는 늙을 것이고 두 다리로 나 혼자 걷는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생각한다. 다시 한번 나이가 들어서 팔팔하게 사는 것의 중요성을 깨닫곤 한다.       

 

 몇 달 전 이유를 알 수 없는 흉통이 왔다. 그날은 회사가 구조조정을 발표했고 장인어른이 여러 합병증으로 서울에 입원해 계셨다. 장모님은 작년에 큰 수술을 두 차례나 하시고 요양병원에 입원 중이시고 딸은 폐기흉으로 입 퇴원을 수없이 한 후 결국 수술을 하고, 퇴원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여러 스트레스 때문에 잠시 흉통이 올 수 있어 참아보기로 했는데, 결국 새벽에 통증이 심해 장인어른이 입원 중인 병원 응급실로 혼자 택시를 타고 갔다. 와이프는 병원에서 장인어른 병간호 중이라 연락하지 못하고 애들한테는 ‘아빠 잠시 할아버지 병원에 다녀온다.’고 이르고 응급실로 향했다. 평소 직업 때문에 의학지식이 있는 편이라 혼자 급성심근경색을 의심하고 병원으로 갔으나 심장초음파와 혈액검사 등 여러 검사를 한 뒤 이상이 없는 것으로 진단되어 귀가 조치되었다. 다음날 심장내과 외래를 예약하고 심장 CT, 심장운동 검사 등 여러 가지 검사를 했어도 이상 없음으로 결과가 나왔다. 평소 있던 고혈압 약만 처방받았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역류성 식도염으로 인한 연관통이었다. 한동안 가족들에게 얘기하지 못하고 혹 이상이 있을까 노심초사했지만 결과는 다행이었다.

      

 그 뒤로 건강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술을 줄이는 계기가 되었다. 장모님 병원에서 담당의사와 면회를 하던 중 어머님은 치매도 진행 중이시고, 다리 근육도 점차 줄어들어 퇴화가 진행 중이라는 말을 의사로부터 들었다. 노화가 아닌 퇴화가 진행 중이란 말을.. 정말로 가슴을 쓸어내리는 말이었고 옆의 와이프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노화와 퇴화는 완전 다른 의미이다. 퇴화는 삶을 포기하고 다른 일에 관여하지 않는데서 시작된다. 퇴화는 삶에 대한 무관심이요 관계와 성장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늙어 죽는 사람보다 늙어 사는 사람이 더 많다. 앞서 998834의 의미는 내가 비록 늙어, 세월은 못 피할지언정 팔팔하게 살다가 진정한 퇴화는 3일만 하겠다는 의지이다. 정말 공감이 가는 말이다. 노화는 피할 수 없지만 퇴화는 선택할 수 있다.  

    

 예전에 개봉한 ‘미션 임파서블’ 영화에서 ‘탐 크루즈’는 57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정말 잘 달린다. 뛰는 것만 보면 20세 못지않다. ‘성룡’은 환갑이 지났어도 출연한 영화에서 잘 뛰고 가볍게 몸을 날리면서 여러 액션 신을 소화한다. 세계적인 배우들은 세월이 무심하게 여전히 30대의 체력과 건강한 몸을 가지고 있다. 이분들을 보면 충분히 90세까지 팔팔하게 살 수 있을 것 같다.

      

  어느 날, TV에서 노화로 인해 최초로 존엄사를 택한 90세의 노인을 보았다. 전직 대학교수였고 아내는 이미 세상을 떠났다. 이 분은 80대까지 두 다리로 걸으며 집필과 논문을 왕성히 발표하고 대학에 많은 글을 기고하고 계셨다. 그러나 90세가 가까워 오면서 체력과 인지 능력이 저하되고 두발로 걷지 못하게 되면서 혼자서 옷을 입지도, 벗지도 못하고,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혼자 생활할 수 없는 처지가 되고 만다. 이런 생활이 반복되고 계속 지속되면서 할아버지는 결심을 한다.      

“혼자서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 가만히 앉아 있는 일이다. 이렇게 사는 것은 죽어서 사는 것이다. 나는 나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     

 90세 노인은 스스로 죽을 수 있는 시간을 선택했고 충분히 가족과 지인과 작별의 시간을 가졌으며 스스로 독극물 주입을 하도록 직접 단추를 누르고 편안히 잠드셨다. 퇴화되어 죽어서 사는 삶 보다 존엄사를 택했다.    


 몸은 늙어도 마음은 늙지 않는다. 나 또한 40대를 살지만 아직 마음만은 20대인 것처럼 착각을 하면서 살 때가 많다. 50대가 넘어선 나의 선배들도 아직도 마음은 20대 같다고 말하는 것을 자주 듣는다. 20대가 보면 40,50대는 도대체 무슨 재미로 인생을 사느냐고 궁금증을 가질 수도 있지만 그러나 여전히 우리의 마음만은 20대이기 때문에 즐겁다. 여전히 20대의 호기심과 열정을 과시하고 싶다. 그러나 몸이 못 따라 줄 때가 많이 있다. 점점 노안이 심해지고 좀 무리한다 싶으면 몸 여기저기서 신호가 온다. 쉬어라는 의미이다. 체력과 신체는 못 따라 주지만 여전히 마음만은 청춘이다. 이는 60대, 70대 어른들도 마찬가지이다. 70대인 아버지는 여전히 꿈이 세계여행이라고 나에게 말씀하시고, 나의 할머니는 80세에 유럽여행을 다녀오셨다. 물론 다녀오셔서 1달을 누워계셨지만, 세월을 떠나 우리는 아직 청춘이다.

      

  환갑이 넘은 할머니가 집을 팔아서 세계여행을 하자고 할아버지를 조른다. 남편은 70이 가까워서 미친 할망구라고 욕을 하고 면박을 주지만 할머니는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이 나이에 여행을 떠나면 죽는다고 할아버지가 으름장을 놓는다. 할머니는 큰 소리로 대답한다.      

“죽더라도 길에서 죽고 싶어” 미친 할망구라고 또 핀잔을 주지만      

 할머니는 세계여행을 가지 않으면 이혼도 불사하겠다고 말한다. 드라마에 나오는 한 장면이지만 나에게는 많은 용기와 도전을 준다.      

 

 현대의학은 실질적으로 의학의 발달로 인해 998834가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 다만 우리가 제대로 된 음식과 적절한 운동을 하지 않아서 노화가 아닌 퇴화를 하고 있다. 실제 60대의 어른들이 매주 6일 동안 1시간씩 주기적인 근력과 유산소 운동을 하고 영양에 맞는 음식물을 섭취하고 몸에 해로운 음식을 자제한다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60대부터 80대까지 그 이전의 나이보다 더 건강한 몸 상태로 20년을 생활하다 멋있게 죽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운동과 적극적인 삶은 우리의 몸과 마음에 성장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운동이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다. 운동을 새 직업으로 삼아야 한다. 인간적인 접촉과 친밀감을 유지하자! 사람답게 할 일을 해야 한다. 매일 밤, 잠자리에 들기 전에 오늘 하루 과연 나는 성장을 선택했는지 퇴화를 택했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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