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문이 열리고 좌석번호를 확인하고 자리로 향한다.
창가자리다.
커피 한 모금으로 오늘의 설렘을 느껴본다.
천천히 기차는 출발하고, 드넓은 세상이 펼쳐진다.
넓게 펼쳐진 논, 밭들 뒤로 저 멀리 하늘과 어우러진 아파트들도 빠르게 지나간다.
햇살 일렁이는 그 풍경을 보고 있노라니 아, 내가 이런 느낌을 좋아하는 구나 하는 감정이 밀려온다.
답답하다, 무기력하다 느꼈던 나는, 지금 없다.
지금 떠나는 여정에 대한 설렘만이 가득하다.
어딘가를 향해 떠나는 시간이, 아니 그 무언가를 향해가는 그 설렘이 좋다.
그리고 또 뭘 좋아할까. 나는.
문득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무엇인지에 대한 생각에 잠겼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
살짝 눈을 감는다.
나는 어느새 생각 우주로 향하는 별이 되었다. 빛의 속도로 우주를 향한다. 너무 빨라 사방의 빛들은 선을 그리며 사라진다.
그러다 멈췄다.
우주 한 가운데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고 모든 건 캄캄하다. 저 멀리 작은 빛들이 저마다 자신의 존재를 속삭인다.
적막하진 않다. 두렵지도 않다. 오롯이 나라는 생각의 별에 집중한다.
그리고 수많은 생각들이 꼬리를 물며 끝없이 이어진다.
떠남, 그 여정, 설렘...
그리고 사람.
그래, 난 사람을 좋아하지.
아니, 난 사람들과 관계 맺는 걸 좋아해.
누군가를 알게 되고 그 사람들과 오래 이어지는 우정, 인연. 늘 그렇게 함께를 갈망했고, 혼자가 되는 걸 두려워했지.
혼자는 늘 외톨이다라는 공식이 너무도 선명하게 박혀있었구나. 그래서 혼자는 늘 두려웠구나.
결국 함께하는 그 과정을 진정 즐기지는 못했던 거다.
하지만 혼자를 견뎌내지 못하면 함께도 결국 공허할 뿐이다.
무력감, 나태함, 번아웃 그 경계 어디쯤을 어슬렁거리는 지금의 나는, 혼자라는 동굴로 나를 더 깊숙이 밀어넣는 중이다.
혼자의 시간은 생각우주로 향하고, 그 시간은 다시 나를 향한다. 오롯이 나를 향하는 시간이다.
혼자를 느끼고, 파고들며, 찾아낸다.
그 모든 과정이 사색의 과정이며, 나를 묻는 시간이다.
눈 뜨면 현실 세상이다.
눈 감으면 다시 빛의 속도로 생각우주로 빠져든다.
현실인가 생각인가,
의식인가 무의식인가.
"승객 여러분, 열차는 곧 .... 도착합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다시 눈을 뜬다.
논이 펼쳐지고, 저 멀리 아파트들이 보인다. 햇살에 반짝이는 이 모습, 현실 세계다.
기차문이 열리고
어느새 나는 군중들 틈으로 파고든다.
혼자여도 충분한 나의 생각우주를 품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