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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웨이 Mar 09. 2023

좋아하는 일을 한다고 모두 행복한 건 아니다.




어려서부터 유독 화장품을 좋아했다.

처음엔 좋아하는 립스틱을 단순히 모으기 시작했고, 이것저것 발라보고 써보면서 나만의 취향을 갖게 되었다. 나중에는 좋아하는 일을 잘하는 로 만들고 싶었다. 1년에 하나씩 꾸준히 관련 자격증을 따면서 열정적으로 공부했고 화장품 교육, 컨설팅을 하면서 성실히 나만의 지식과 경험을 쌓아왔다.


더 큰 도전을 하기 위해 서울로 이직했고 그 안에서도 하고 싶었던 다양한 일들을 이루었다. 화장품을 단순히 소비만 하는 것이 아니라 내 손으로 직접 기획하고 개발하는 상품 기획자의 꿈, 국내 네임드 브랜드스테디 셀러를 출시하는 꿈 또한 달성했다. 이쯤 되면 누군가는 나에게 배부른 소리 하는 직장인, 좋아하는 일을 하며 돈을 버는 꿈같은 덕업일치의 삶이라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지금의 나는 결코 행복하지 않다.







(취업을 준비하며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해 썼던 일기)



어쩌면 나는 지금껏 노예의 삶을 살면서 주이라 착각했는지도 모른다.

좋아하는 일을 찾고, 열심히 갈고닦으면서 실력과 경험을 쌓는 것이 주체적으로 사는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회사에 소속되어 있는 나는 통제할 수 없는 것들에 의해 가려지고, 중단되고, 기다리고, 결과만을 통보받아야 하는 순간을 더 많이 마주한다. 잘 팔리는 제품을 기획했지만 브랜드의 스포트라이트가 되고, 오랜 기간에 거쳐 브랜드를 기획했지만 회사의 사업 방향성에 따라 한 순간에 사라지거나 언제든 매각될 수 있는 대안이 된다.

현재 다니고 있는 스타트업에서 1년 반 동안 10개 이상의 브랜드와 제품을 기획하고도 세상에 한 번 내놓지 못했을 때, 확정된 브랜드 론칭을 코앞에 두고도 내부 정치로 인해 방향이 바뀌고, 외부 투자자에 의해 매몰 비용으로 취급받았을 때 깨달았다. 1년 반 동안 고군분투한 나의 기획은 누군가 1시간에 의해 쉽게(우습게) 좌지우지 될 만큼 나약하다는 것을.


전문가라 자부해 왔지만 사실상 그 히스토리는 나 자신과, 가깝게는 가족들만 알고 있을 뿐이다.

경험과 지식은 꾸준히 쌓아왔지만 혼자만의 데이터로 간직하고 회사의 직위와 직책에만 신경 썼던 나는

타인이 원하는 걸 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회사보다는 스스로의 가치를 세상에 꾸준히 알리고 부족하더라도 성장하는 과정을 공유한 나의 지인은

스스로가 원하는 걸 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내가 나의 래퍼런스가 되기 위한 첫 번째 프로젝트
[독립 기획]

그래서 나는 기획의 주체를 바꾸기로 했다.

상사가 무엇을 원하는지는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정작 내가 원하는 것을 외면해 온 나를 반성하며

남에게 인정받기 위해 포기해 버린 나의 가치와 취향을 더 드러내고 표현하고 단단하게 기획하기로 한다.

 

앞으로의 나의 독립 기획은 나의 존재를 세상에 알리고 증명하는 일이다.

어찌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할 수 있는 나만의 어떤 것을 만들어 보자는 결심이다.  

흐릿해진 나를 또렷하게 기획해 나가는 과정,

 스스로의 영향력을 키워 독립하는 과정을 생생하게 담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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