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리웨이 Mar 26. 2023

좋아하는 일을 잘하는 일로 만든 방법

나는 화장품 BM이다.


이렇게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 때까지 7년이라는 시간 동안 배우고 연습하고 또 경험했다. 처음에는 화장품 분야에 자연스럽게 관심이 생겼고, 그 관심이 나중에는 끼니를 건너뛰고, 잠을 줄이고, 당장의 보상이 없더라도 설레게 하는 에너지를 만들어 냈다. 그 에너지가 꾸준한 배움과 경험으로 연결되어 결국 나를 화장품 분야의 전문가로 만들어 준 것이다.


그동안 블로그로 종종 이런 질문을 받았다.

"화장품 관련 직업을 가지고 싶은데 방향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 감이 오지 않습니다"

"뭐부터 먼저 시작하는 게 좋을까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막막합니다."

 

당시에는 2~3년 차로서 짧은 의견으로만 답변했다. 점점 더 연차가 쌓이고, 내가 하는 일의 의미를 스스로 정의할 수 있게 된 지금, 좋아하는 일을 잘하는 일로 만들기까지 터득한 나름의 요령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1.  나를 먼저 기획한다.


화장품 상품기획자가 되기 위해서는 '나' 자신부터 먼저 알아야 한다. 내가 무슨 색을 좋아하고, 어떤 피부톤을 가지고 있고, 피부 질감은 어떠한지. 스스로에 대해 잘 알아야 누군가를 위한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준비가 된 것이다. 그러고 나서 어떤 BM이 되고 싶은지 기획해야 한다. 나의 경우 단순히 색조 브랜드의 BM이 되고 싶었다. 오히려 BM이 되고 나서 느끼는 것들이 많았다. 수많은 브랜드가 쏟아져 나오고 너도나도 돈이 되는 화장품 사업을 시작하려는 가운데 나는 과연 어떤 마음가짐으로 이 일에 임할 것인지 고민했다. 그때 나는 "진정성"이라는 키워드를 택했다. 화려하고 유행하는 것만을 쫓아가며 비슷하게 만들거나, 다른 누군가보다 더 자극적인 요소를 찾는 게 아니라 내가 이 제품을 왜 만들었는지, 그것을 위해 얼마의 노력과 시간을 들였는지, 이 제품을 통해 내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지를 담고 싶었다. 그렇게 나는 스토리가 있는 화장품을 기획하는 BM이 되었다.



 

2. 용기 내어 작은 일부터 도전한다.  


처음부터 쉽게 BM이 된 것은 아니었다. 당시만 해도 화장품 상품기획, 화장품 회사 취업에 대한 정보는 쉽게 찾아볼 수 없었고, 잘 알려지지 않은 직업군이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되는지 몰라서 현직자 인터뷰, 책, 블로그, 카페 등을 찾아 스크랩하고 분석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개인마다 히스토리가 다르고 정해진 답은 없다는 것을. 그래서 나는 하고 싶은 것 중에 지금 당장 실현할 수 있는 일부터 도전하기로 했다. 첫걸음은 메이크업을 배우는 것이었다. 이후 3급->2급->국가 자격증을 취득하고 신인 모델의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되어 백스테이지에서 경험을 쌓았고, 메이크업 오디션에도 도전해 본선까지 진출했다. 경험을 쌓아가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제대로 된 정보와 스킬을 알려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화장품 교육강사라는 2번째 직업에 도전했다. 매일 아침 30분씩 영업사원들을 대상으로 화장품 강의를 했고, 단순히 제품에 대한 정보뿐만 아니라 메이크업 스킬, 에피소드 그리고 나의 해석을 담아 하나뿐인 교안을 만들었다. 이후 이 교안 하나로 이직을 위해 입사 지원한 곳에서 화장품 상품기획 포지션을 제안받았다. 그렇게 나는 3번째 도전 끝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하나하나의 도전을 살펴보면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 느리게 돌아간 것 같지만, 결국에는 가장 빠르게 돌파하는 일이었다. 좋아하는 일을 생각만 하지 않고 몸으로 익히고, 고민만 하지 않고 나만의 경험치를 쌓았다.

 



3. 마음을 비운다. 욕심을 비운다.  


좋아하는 일을 한다고 해서 잘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처음 시작할 당시에는 너무나도 자신만만했다. 상사의 기대도 받았다. 메이크업 아티스트로서 실력과 강사로서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화장품 상품기획은 완전히 다른 일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더 동기들과 비교되기 시작했다. 상사에게 매일 피드백받고, 면담 대상 1순위가 되었다. 동기들이 만든 제품들은 계속해서 출시되었고, 나는 계속해서 기획안만 쓰거나 다른 담당자의 제품을 서포트할 뿐이었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 스스로를 비약하는 시간은 많아지고 이후에는 누군가를 원망하는 마음까지 갖기 시작했다. 하지만 잘하고 싶고, 되고 싶고, 해내고 싶은 의지는 변함없었다. 그래서 내가 한 일은 욕심을 비우고 그 자체에 몰입하는 것이었다. 당장의 잘하고 싶은 마음, 인정받고 싶은 마음, 성공하고 싶은 마음을 비우며 2년 동안 묵묵히 성과는 없어도 내가 해야 할 일들을 해나갔다. 포기하지 않으니 어느 순간 브랜드를 대표하는 아이템을 기획할 기회가 주어졌다. 계속 두드렸더니 나를 도와주고 따르는 사람들이 생겼다.

잘하는 일로 만들기 위해서는 분명 스스로의 취약점, 부족한 점과 마주해야 한다. 걱정과 불안함도 느낄 수 있다. 그런 순간은 필연적이므로 마음을 비우고 그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고 몰입해야 한다.




4. 여러 가지 배움을 시도해 본다.   

 

나는 어떤 일이든 일단 해보는 쪽으로 선택해 왔다. 어떻게든 시도해 봤다는 후련함은 좋지 않은 결과에 대한 후회감보다 더 강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지금껏 경험한 가장 강력한 방법은 익숙한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배움을 시도하는 것이다. 물론 돈과 시간이 많이 들 수도 있다. 나의 경우 처음에는 얼굴마다 다른 점, 선, 면을 공부하고 싶어 뷰티 일러스트 강의를 수강했다. 이후에는 퍼스널 컬러를 배우기 위해 1,000만 원을 투자했다. 큰 비용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만큼 나는 절박하고 절실하게 배웠다. 새로운 배움을 통해 내가 몰랐던 능력을 발견하기도 하고, 새로운 재미에 빠져들기도 하면서 나의 일을 풀어가는 방식이 풍부해졌음을 느꼈다. 그리고 꾸준히 배움을 경험으로 실천하다 보면 필요한 순간 나만의 독특한 무기가 되어 줄 것이다.


 


5. 비교하지 않는다. 나의 것을 만든다.


생각해 보면 나보다 화장품 상품기획 경력과 경험이 많은 사람, 네임드 있는 대기업에서 히트 제품을 기획한 사람, 체계적인 회사 시스템 아래 좋은 사수를 만나 이론적으로 잘 배운 사람은 많을 수 있다. 그들과 나를 비교하는 마음이 강할수록 재미는 반감된다. 의욕도 떨어진다.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나는 나만의 차별화, 나의 것, 내가 포커스 둘 부분을 끊임없이 고민해 왔다. 색조 화장품은 누구나 기획할 수 있지만, 퍼스널 컬러를 배운 사람은 거의 없었다. 퍼스널 컬러를 배우더라도 직접 컨설팅해 본 사람은 없었다. 나는 직접 500명 이상의 고객들을 만나 컨설팅하며 그들의 고민을 듣고 직접 루션을 전달하면서 나만의 전문성과 경험을 쌓아왔다. 뜬구름 잡는 제품이 아니라 실제로 존재하는 타깃 고객을 분석해서 제품을 개발한 것이다. 앞으로도 평생 동안 기획을 배우고 익힌다는 마음 가짐으로 나만의 것을 만드는 과정을 행복하게 즐기며 일하고 싶다.


 

 

좋아하는 일을 잘하는 일로 만드는 방법은 단순하다.
'내공'을 다지는 것이다. 배운 것을 익히고, 옳은 일로 실천하고,
부족함을 채우면서 얻게 되는 힘(energy)을 기르는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잡지 한 권에서 시작된 미용인의 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