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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웨이 Mar 20. 2023

잡지 한 권에서 시작된 미용인의 꿈

남들과는 다른 첫 선택


남들과 똑같은 선택 = 최선의 선택?



어렸을 적 나는 삶에 큰 변화가 있을 때, 고민의 기로에 서 있을 때면 '다수'가 택하는 쪽을 따랐다.


인문계를 갈 것이냐, 실업계를 갈 것이냐 고등학교 진학을 고민할 때 나는 인문계 고등학교를 선택했다.

친한 친구들이 가는 곳이었고, 좋은 회사에 취업하고 싶었기에 다수의 선택을 따랐다.  

대학교를 갈 것이냐, 취업을 바로 할 것이냐, 대학교 입학을 고민할 때도 나는 4년제 대학교를 선택했다.

담임 선생님께서 추천한 곳이었고, 안정적인 직장을 다니고 싶었기에 다수의 선택을 따랐다.


그리고 나의 직업으로 은행원을 선택했다. 부모님이 원하시는 안정적인 직장, 그리고 남들에게 인정받을 있는 직업이었기 때문이다.



(나의 첫 직업은 KB 국민은행 인턴이었다.)

 


당시 인턴쉽 지원자수는 약 7,000명. 자기소개서와 이력서로 1차 인원이 걸러지고, 2차 면접에서 149명이 최종 합격했다. 그 속에 당당히 나의 명함 또한 있었다. 내 인생 첫 회사, 첫 직업이었다. 부모님은 특히 (경상도분이신) 우리 아버지는 너무 기뻐하셨고, 정직원 합격이 아님에도 딸이 은행원이라는 직업을 택했다는 것을 너무나 자랑스러워하셨다. (아버는 늘 여자로서 할 수 있는 최고의 직업은 공무원 아니면 은행원이라고 하셨다.) 나도 기뻤다.

긴 취준생 기간을 끝내는 일이었고, 드디어 안정된 회사에서 멋진 일을 하는 직장인이 된다는 것에 설레었다.



하지만 그 설렘은 한 달이 채 가지 않았다.

쉽게 선택하고 기대했던 것들이 하나 둘 산산 조각나기 시작 것이다.








[첫 번째 조각. 재와는 다른 미래를 상상하다.] 

최종 합격 후 진행된 집합 연수날. 한 사람 앞에 빈 A4용지 한 장과 펜이 나눠진다. 주제는 "MY STORY"

자신의 이야기를 가장 멋지고 센스 있게 풀어낸 10명에게 선물이 주어지는 미션이다. 당시 나는 일곱 잎의 클로버를 그렸다. 고객님들에게 '행복'을 전하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는 메시지, 그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지금껏 내가 쌓아왔던 7가지의 노력과 경험들을 숫자와 연관 지어 나열했다. 결과는, 10명 중 한 명으로 뽑혔고, 첫 순서로 

발표까지 하게 된다. 한눈에 다 들어오지도 않는 대강당, 150명의 사람들 앞에서 마이크를 잡았던 순간 심장이 두근거리고 튀어나올 것처럼 팔딱거렸다. 기하게불안한 떨림이 아니라 나의 이야기에 집중하고 경청하는 사람들을 보며 희열을 느꼈고, 어떻게 하면 더 재밌게 마무리할 수 있을까를 떠올리는 나의 에너지로 10분의 시간이 짧게 느껴졌다. 인생에서 처음 느껴보는 생동감이었다. 막연했지만, 언젠가 다시 많은 사람들 앞에서 강의를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두 번째 조각. 작은 것에 큰 의미를 느끼다.]

그리고 시작된 은행 인턴 생활. 9시 오픈이지만 매일 8시까지 출근한다.(출근을 하면 이미 모든 선배님들은 자리에 앉아 계신다.) 장표를 정리하고 필요한 서류들과 신청서를 각각의 자리에 정리한다. 8시 반이면 시작되는 체조 영상에 맞춰 스트레칭하고, 고객맞이 할 준비가 끝나면 내 자리에 선다. 나의 자리는 번호표를 뽑는 기계 옆이다. 주 업무가 고객 안내와 지원 업무이다 보니 마감 이전까지는 거의 대부분 서서 근무를 한다. 그리고 여느 때와 같이 대기하시는 고객님을 살피던 어느 날, 한 고객님이 잡지책을 보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잡지책에는 화장품 사진들이 가득했다. 이 달의 신제품, 핫 아이템. 그리고 순간 잊고 있었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화장품을 공부하고 찾아보고 직접 발라보며 좋아했던 나의 모습, 친구들에게 어울리는 메이크업을 해주며 성취감을 느낀 나의 모습.



 지금 여기서 하고 있지?

이 일을 오래 한다면 나는 과연 행복할까?



나는 그동안 남들과 똑같은 선택, 다수가 택하는 길이면 행복한 미래가 보장되어 있다고 쉽게 생각했던 것이다.


안정적인 직장, 남들이 인정하는 직업이 아닌 그 순간 주위에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이라 선택하지 못했던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이 떠올랐다. 집에 돌아온 뒤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의 목록들을 빠짐없이 적어 내려갔다.





(2016년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의 목록을 써내려갔다. 그리고 지금까지 이룬 것들을 지워나가고 있다.)



나도 기쁘고, 남도 기쁜 일
내가 좋아하는 화장품으로 누군가의 고민을 해결해 주는 일

 

두 달간의 인턴 생활이 끝나고 나는 더 이상 정직원을 준비하지 않았다. 오전에는 아르바이트를, 오후에는 미용학원을 다녔고 나의 하루를 온전히 나의 선택으로 채워가며 스물여섯, 나는 늦깎이 미용인이 되었다. 주위에서  대학까지 나와서 미용을 배우냐고 했다. 돈도 많이 벌지 못하고, 안정하고, 힘든 직업이라고 했다.


하지만 현재 나는 좋아하는 일을 하며, 평균 직장인보다 높은 연봉을 받으며 일하고 있다.

그리고 이제는 안다. 다수의 선택이 정답이 아님을, 쉽게 선택한 것은 그만큼 쉽게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좋아하는 일을 찾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면, 그리고 미용인의 꿈을 가지고 있다면 남의 판단이나 의견이 아닌 

나의 선택과 경험으로 증명해야 한다. 일단 써보고, 부딪혀보고 나만의  오감 데이터를 쌓아 나야 한다.





산다는 것은 선택의 연속이다.
하지만 올바른 선택을 위해서는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자신의 삶에 의미는 무엇인지, 자신이 어디로 가고자 하는지
또 왜 그것에 가고자 하는지 등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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