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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은부드러워 Apr 01. 2019

보편타당한 쓸모없는 브랜드

디테일한 타겟팅의 미덕

얼마 전 강남에서 길을 걷던 중 꽤나 자주 들리던 카페 탐엔탐스가 철거되고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시끄럽고 복잡한 강남 바닥에서 꽤나 조용했던 그곳이 사라지는 것을 보니 가슴 한편이 괜스레 울적했습니다. 사실 예전부터 이 곳은 곧 없어질 수도 있겠구나 예감은 했었지만요.


엔제리너스, 탐앤탐스, 카페베네 등 토종기업들은 글로벌 브랜드인 스타벅스와 견주어 애초에 살아남을 수 없었던 것일까요? 스타벅스는 점점 더 동네 구석으로 범위를 확장해 나가고 있는 가운데 토종업체들의 기력은 더 쇠락해가고 있습니다. 왜일까요?  


한국의 대부분 기업 브랜딩의 맹점은 바로 "보편타당함"에 있습니다. 맛도, 가격도, 인테리어도, 위치도 모든 부분에서 보편타당한 적정한 밸런싱을 추구하는 것입니다. 그 결과 최적의 밸런싱을 추구했던 본연의 목적과는 달리 맛도, 가격도, 인테리어도, 위치도 모든 부분에서 어정쩡한 브랜드가 탄생하는 것이죠.



모두를 위한 모든 것이 되려 한다면 누구에게 어떤 것도 될 수 없다.


모두를 위한 모든 것이 되려 한다면 누구에게 어떤 것도 될 수 없다. 브랜드 포지셔닝의 제1원칙인 이 말은 비즈니스 현장에서 실은 꽤나 지키기 힘든 약속입니다. 마케팅 초점이 분산되는 가장 큰 이유는 두려움 때문입니다. 많은 업계에서 특정 고객 집단으로부터 소외될 것을 염려하여 마케팅을 위한 그물을 너무 넓게 펼치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기업의 글로벌 마케팅 약점은 이 부분에서 두드러집니다.


LG전자 G시리즈는 마케팅 그물을 너무 넓게 펼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모두에게 잘 보이려는 사람은 결국 자신의 본연의 모습을 잃어버리고 맙니다. 브랜드도 동일합니다. 모든 고객을 만족시키려 애쓰는 브랜드는 점점 더 자기 자신의 빛깔을 상실하고 싱싱했던 활력을 잃어버리고 말 것입니다. 브랜드는 어느 한편으로 반대세력이 있어야 합니다. 열성적인 애플 지지자를 앱등이라고 폄하한들 애플의 실적과는 아무 연관이 없어 보입니다. 오히려 애플의 반대세력의 목소리가 강해질수록 애플의 브랜드 컬러는 더욱 짙어질 것입니다.


좋은 브랜드의 특징 중 하나는 열렬한 지지자 집단이 있다는 점입니다. 브랜딩 성공의 첫 번째 솔루션은 바로 열성 지지자에 있습니다. 왜 이 사람들은 우리 제품에 이렇게나 집착하는 것일까? 어떤 부분에 매료되었는가? 이 부분이 첫 번째입니다. 우리 브랜드를 싫어하는 고객에 대한 피드백과 리서치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우리 브랜드를 열성적으로 좋아하는 고객에 대한 분석입니다. 왜 하필 우리 브랜드를 좋아하시나요? 에 대한 물음의 답을 얻어야만 브랜드 확장이 가능해집니다.



몰스킨, 영감과 창의성 그리고 다이어리.



몰스킨(moleskine)은 1997년 이탈리아에서 창업한 다이어리 전문 브랜드입니다. 창업한 지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아날로그적 향이 짙게 배인 고급 다이어리만 취급하는 외골수 브랜드입니다. 하지만 아날로그적 감수성을 근거로 하는 다이어리 시장은 대표적인 사양산업 중 하나입니다. 사람들은 이미 모바일 생태계에 익숙해졌고, 표현에 대한 모둘 Tool은 디지털로 대체 가능해 보입니다. 그렇다면 몰스킨은 결국 사라지게 되는 걸까요?



몰스킨의 해답은 간단했습니다. "실용적 가치는 사라질지언정 감수성과 영감은 고스란히 남는다." 다이어리에 대한 실용적 가치가 빠르게 상실되고 있을 때, 몰스킨은 다이어리에 대한 본질을 재조명했습니다. 쓴다는 것에 대한 본질적인 즐거움은 무엇일까? 그것은 창의성과 영감, 그리고 자기표현에 대한 가치와 연결되었습니다. 몰스킨은 동시에 고객의 범위를 매우 좁혀나갔습니다. 도시에 거주는 교육 수준이 높은 엘리트를 타겟으로 예술가, 디자이너, 건축가, 작가 등 지성인들과 몰스킨의 커넥션을 끊임없이 만들고 전파했습니다.


몰스킨은 다이어리의 가치를 창의성과 자기표현으로 좁게 정의해나갔고, 품질과 미학적 요소들을 Creativity에 수렴시켰습니다. 다이어리의 본질적 가치, 미학적인 콘셉트, 타겟고객의 범위를 세밀하게 좁혀나감으로써 몰스킨은 컨셉이 확실한 고급 다이어리를 도출해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페이퍼 품질과 커버의 디자인이 고급화될 수록 가격은 천정부지로 상승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가치에 환호하는 열성적인 지지집단을 만들어냈다는 점입니다. 몰스킨은 다이어리의 본질을 재정의하는 데 성공해냈고 높은 품질과 디자인, 브랜드 스토리텔링, 애호가 집단이라는 선순환을 만들어냄으로써 현재까지도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블루보틀. 커피 애호가를 위한 커피


블루보틀은 미국 오클랜드에서 High-end coffee를 지향하며 탄생한 커피 스타트업입니다. 지금은 1조 원에 가까운 가치를 지닌 브랜드가 되었지만요.  블루보틀에 대한 성공 미담은 이미 널리 퍼져서 시시할 정도입니다. 커피에 대한 고차원적인 애티튜드, 품질에 대한 편집증적인 집착, 디자인과 공간에 대한 극단적인 미니멀리즘 등 블루보틀에 대한 성공요소는 넘쳐납니다. 품질과 고객 경험을 강박적으로 통제하려 했던 창업자 프리먼의 태도는 애플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와 비교되어 "커피계의 애플"이란 애칭을 얻은 일화는 이미 유명하죠.



하지만 제가 보는 블루보틀의 성공요소는 타겟팅에 있었습니다. 그것도 "매우 타이트하게 좁혀진 타겟고객" 입니다. 프리먼은 창업 당시 블루보틀을 커피 애호가를 위한 커피라고 정의했습니다. 창업 당시부터 대다수 대중의 관심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오직 커피 애호가만을 위한 커피를 만들어 낸 것이죠. 실로 엄청난 용기입니다. 하지만 커피 애호가 집단만을 타겟팅한 결과는 품질, 애티튜드, 디자인, 공간과 연결되었습니다. 에스프레소에 대한 세부적인 경험을 애호가 집단으로 한정 지음으로써 강력한 브랜드 컬러를 지닌 커피가 나올 수 있었던 것이죠.


아주 세밀한 타겟팅의 미덕은 무한한 확장성에 있습니다. 블루보틀의 애호가 집단 타겟팅은 결국 고품질의 커피를 만들어냈고, 모던하고 전문적인 공간 분위기를 만들어냈습니다. 결과론적으로 높은 품질과 공간에 대한 미학적 감수성은 주 타겟인 커피 애호가집단 밖으로 무한히 뻗어 나갔고, 일반 대중에게 까지 확산됐습니다. 세밀한 타겟팅은 높은 품질의 제품을 만들어내고 높은 품질의 제품은 결국 타겟 밖의 고객까지 타겟안으로 끌어들어오는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 이것이 바로 세밀한 타겟팅의 미덕이지 않을까요?


 

성공적인 브랜드와 애호가 집단


어렸을 때는 누군가 나를 싫어한다는 사실에 동의할 수 없었습니다. 왜 저 사람은 나를 싫어하지? 잠이 오지 않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생각해보면 어쩔 수 없었던 부분이죠. 둥글둥글한 성격의 최후는 평범한 인간의 탄생입니다. 제 취향에 맞게 살기보다는 주변의 시선을 의식한 나머지 한 가지의 올곧은 길로 나아갈 수 없었던 것이죠.


브랜드도 마찬가지입니다. 의미 있는 브랜드의 대부분은 과감한 포지셔닝과 고객 타겟팅을 통해 강력한 브랜드 컬러를 구축했습니다. 강력한 컬러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지지세력의 열정을 보았던 것이죠. 수준 높은 제품과 서비스는 브랜딩의 첫 번째 뼈대입니다. 하지만 그것 만으로 부족합니다. 의미 있는 브랜드가 되기 위해선 열성적인 지지자가 필요합니다. 그것 아니면 안 돼.라는 식이 지지자가 있어야만 브랜드의 색깔이 짙어지고 브랜드 가치에 대한 인식은 확장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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